◇중기 발목잡는 전자어음=지난주 명동 사채시장엔 얼마 전 워크아웃을 졸업한 건설업체 A사의 어음할인 문의가 접수됐다. 업력이 탄탄한 덕에 예상보다 빨리 경영정상화를 이룬데다, 할인을 요청한 어음도 진성어음이라 거래가 쉽게 성사될 전망이었으나 결국 할인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그간 사채시장에서 자금을 구하던 건설사 등 중소기업들은 자금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전자어음의 경우 실물을 확인할 수 없는데다, 모든 거래가 전산으로 기록되는 탓에 실명 노출을 꺼리는 전주들이 선호하지 않는다. 현재 명동에선 전자어음법 시행 이전 발행된 종이어음에 대한 할인만 간간히 이뤄지고 있을 뿐이다.
◇저축銀도 중기 어음 꺼려=저축은행 마저 어음할인을 꺼리고 있는 점도 중소기업들의 재무상황 악화를 부추기고 있다. 대다수 저축은행에선 현재 담보가 없는 기업에 대해선 돈을 빌려주지 않고 있다.
한 명동 중개업체에선 지난주 접수된 A사 어음할인건이 사채시장에선 성사가 안되자 저축은행 6곳에 의사를 타진했으나 대부분 거절했다. 그나마 한 곳에서 관심을 보였으나 연 15%가 넘는 금리를 제시한 때문에 거래가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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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중개업체 관계자는 "어음할인도 종이 한장 믿고 할인해주니 신용대출과 다를 바 없다"면서 "결국 담보대출 아니고선 기업들이 자금 구할 방법이 없는 셈"이라고 말했다.
결국 A사는 사채시장에서 확보가 시급한 소액 규모에 대해서만 월 1.5%(연 18%) 금리에 할인을 받았다.
명동 관계자는 "사채업자들을 향해 피도 눈물도 없다고 비난하지만 제도권 금융기관도 각박하긴 마찬가지"라며 "경제상황이 나아진다고 하지만 중소기업엔 다른 나라 이야기나 다름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