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前총리 vs 검찰 '힘겨루기' 양상

머니투데이 류철호 기자 2009.12.11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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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전 총리 측 '피의사실공표'로 수사부 고발… 검찰 조사방법 놓고 '고심'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소환 조사를 두고 검찰과 한 전 총리 측의 '힘겨루기'가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검찰이 비자금 조성 혐의로 구속기소한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정황을 포착, 한 전 총리에게 출석을 요구했으나 한 전 총리 측은 '표적·정치수사'라며 소환에 불응하고 수사 검사 등을 고발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권오성)는 지난 9일 한 전 총리 측 변호인단을 통해 11일 오전 9시까지 검찰에 나와 달라고 요구했다. 곽 전 사장으로부터 "2007년 초 한 전 총리에게 한국남동발전 사장 선임 청탁과 함께 5만 달러를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 한 전 총리를 직접 조사할 필요성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한 전 총리 측은 "검찰이 허위사실을 피의사실인 양 공표하고 표적수사를 벌이고 있다"며 수사 검사 등을 고발하고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등 검찰을 압박하고 있다.

'한명숙 정치공작 분쇄' 공동대책위원회는 고발장 접수에 앞서 기자회견을 갖고 "검찰이 민주화에 헌신해 온 한 전 총리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다시는 이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고발 조치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의혹의 정점에 있는 한 전 총리가 소환에 불응한 뒤 검찰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밀면서 검찰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한 전 총리를 직접 조사하지 않고서는 각종 의혹에 대한 답을 속 시원히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검찰 내부에서는 "체포영장 청구 등 강제적인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는 '강경파'와 "재소환 통보 등 자진출석을 유도하자"는 '온건파'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경파'의 경우 한 전 총리가 자진출석할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만 없는데다 한 전 총리를 직접 조사하지 않은 채 곽 전 사장의 진술만을 근거로 기소하면 공소 유지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반면 '온건파'는 혐의를 입증할 확증이 없는 상태에서 정황만으로 무리하게 수사를 진행하면 정치권과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고 결국 '표적수사'란 비난을 면치 못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한 전 총리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한 전 총리는)자신이 떳떳하다면 검찰에 나와 명쾌하게 의혹을 해소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검찰은 한 전 총리에 대한 조사방법을 놓고 대책회의를 열어 일단 재차 소환을 통보키로 방침을 정하고 변호인단을 통해 14일 오전에 나와 줄 것을 요청했다. 검찰은 한 전 총리가 소환에 재차 응하지 않을 시 처리방법을 다시 논의할 방침이다.

공대위 측은 "검찰이 억지 짜 맞추기식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수사에 협조할 이유가 없다"며 "처벌을 받아야 할 대상을 '흠집내기'식으로 허위사실을 언론에 흘리고 한 전 총리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한 검찰"이라고 소환 불응 입장을 재확인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한 전 총리가 돈을 받았다는 확증이 없는 상태에서 검찰이 강제 구인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자진출석 하면 불구속 수사하겠다는 '회유책'을 쓰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앞서 한 전 총리는 금품수수 의혹에 대해 "단 1원도 받은 사실이 없다"며 "모든 인생을 걸고 공작정치에 맞서 싸우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검찰은 지난 9월 대한통운 비자금 의혹 수사에 착수, 지난달 곽 전 사장 등 대한통운 전·현직 임직원들을 기소하고 곽 전 사장으로부터 한 전 총리 등 참여정부 실세 정치인 3∼4명에게 금품을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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