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전]'네 마녀'의 작별 선물

머니투데이 정영화 기자 2009.12.11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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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까지 '오버슈팅' 기대감 높아져

만기일 깜짝쇼는 밋밋해질 만한 증시에 쏠쏠한 흥미를 준다. 전문가들이 무탈하게 넘어갈 것이라고 예측할 때에도 종종 전날과 같이 투자자들에게 기분 좋은 당혹감을 안겨주기도 한다.

대규모 프로그램 순매수가 유입돼 급등하는 서프라이즈는 물론, 옵션에서 로또 복권이 당첨되는 것 같은 대박사건도 벌어진다. 반대로 동시호가 때 대규모 프로그램 매도가 쏟아지며 지수를 급락시키는 마녀들의 심술도 나타난다.



매 만기 때마다 쏟아질 프로그램 물량을 체크해보고 일어날 갖가지 이벤트를 예견해보는 일, 마녀들의 심술을 흥미롭게 지켜보던 일들이 이제는 추억이 될 전망이다.

내년부터 펀드에 거래세가 부과되면 프로그램 매매는 현실적으로 거의 없어진다고 봐야 하기 때문이다. 현물과 선물간의 베이시스 격차(차익)로 매매를 하는 프로그램은 거래세가 적용되면 실효를 잃게 된다.



프로그램 매매를 할 때마다 얻은 이익이 거래세를 제하고 나면 오히려 손해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얘기다. 손해를 감수하고 프로그램을 돌릴 이유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전날 대규모 프로그램 매수를 두고 펀드 대신 거래세가 없는 ETF(상장지수펀드)로 전환하는 움직임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는데, 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펀드 거래세가 현실화되면 내년부터는 만기일마다 대량으로 풀리는 프로그램에 따른 마녀들의 이벤트를 관람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전날 장 마감 동시호가에서 유입된 1조원이 넘는 프로그램 비차익 매수물량은 엄청난 수준이었다. 여러 해석이 분분하지만 연말 배당 수요와 호전된 투자심리 때문이라는 분석이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다. 덕분에 코스피 지수는 1652.73으로 지난 10월26일(1657.11) 이후 최고점을 기록했다.


기술적 분석으로도 지수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전 고점을 돌파한데다 모든 이동평균선 위로 올라섰다. 60일선이 위치해 있던 1620~1630선을 넘어서면서 일단 강력한 저항선을 이겨낸 셈이다.

증권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매수 견조, 연말 배당 수요 등으로 수급 여건이 나쁘지 않고 투자심리도 개선된 만큼 반등 추세가 이어질 것이란 낙관적인 전망을 하고 있다. 최소한 연말까지는 수익률 게임 등으로 오버슈팅이 나올 수 있다는 기대까지 나오고 있다.



국내 증시가 낙관 분위기로 무르익는 사이 해외 증시도 상승 무드를 이어가고 있다. 11일 새벽 미국 증시는 전날 0.6~0.7% 가량 상승했다. 안팎으로 바람이 훈훈해졌다.

◆증권사 ‘오늘의 시황’
-투자심리 개선..긍정적 흐름 이어질 듯

하나대투증권=내부적으로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 거래량은 줄어도 비교적 탄탄한 외국인 매수, 어제와 같이 배당을 노리는 자금 등이 하단을 받쳐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고비라고 여겼던 1630선까지 단숨에 돌파하면서 연말 산타랠리까지 기대하게 하고 있는 상황이다. 기준금리 인상이 임박해있지만 그것을 무서워하는 투자자들도 많지 않다.



내부적으로 시장을 위축시킬만한 재료들이 많지 않고, 내년보다는 12월 말까지를 타겟으로 잡고 수익률 제고에 나서고 있어 펀더멘털과 관계없이 마지막까지의 수익률 싸움으로 인해 뜻하지 않는 오버슈팅이 나올 수 있다는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상황이다.

대우증권=엔화 및 달러화는 최근 주된 캐리트레이드 투자의 대상화폐이다. 원화와 이들 통화 사이의 캐리트레이드 여건을 비교해 보면, 9월 이후 주춤했던 캐리트레이드 여건의 개선세가 재차 회복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4분기 이후 한국증시의 등락률이 글로벌 주요국에 비해 다소 저조했다는 점을 같이 고려하면 글로벌 자금으로 하여금 한국증시에 대한 관심을 높일 수 있는 요소로 판단된다.

전일 장중 내내 약세를 나타냈던 코스피지수가 동시호가에서 비차익 매수세로 인해 상승세를 나타냈다는 점에서 오늘 기술적 조정 가능성은 열어둘 필요가 있다. 그러나 60일선을 회복한 이후에도 꾸준히 수급여건이 개선되면서 상승추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 시점에서 추세적인 조정으로의 전환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우리투자증권=최근 시장이 두바이 사태에 따른 주가급락 이후 견조한 회복세를 보인 주요배경에는 국내증시가 밸류에이션과 성장성이 동시에 뒷받침되고 있다는 점이 자리 잡고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물론 올해와는 다른 변수들(환율, 금리, 출구전략 이슈 등)로 인해 내년 경제전망의 불투명성과 함께 높은 기업실적 증가율에 대한 회의 섞인 목소리도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머징 및 선진시장에 비해 실적 개선 강도가 강할 것이라는 점은 투자자들로 하여금 국내증시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하게 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다만, 두바이 사태에 이어 동유럽발 신용리스크와 그리스의 신용등급 하향조정의 여파 등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요인으로 인해 단기적으로 차익실현에 대한 욕구가 커질 수 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할 것이다.

신한금융투자=전날 만기일 깜짝쇼는 연말장세에 대한 시장의 긍정적인 시각 전환을 엿볼 수 있었다. 실제로 지난 10월 이후 국내 증시가 여타 글로벌 증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진한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데는 국내에서 형성되어 있는 불안정한 투자심리도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전날과 같이 적어도 연말장세에 대한 시장의 시각이 긍정적으로 전환되는 모습이 확산될 수 있다면 앞으로 국내증시의 추가적인 반등시도도 강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적호전세의 지속이 예상되는 업종대표주 중심의 분할매수 대응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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