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체제 개편안, 사교육비 줄일까

머니투데이 최중혁 기자 2009.12.10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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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고교체제 개편방안'은 △외국어고 개혁 △고교 입시제도 개선 △일반계고 경쟁력 향상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논란이 됐던 외고 존폐 여부는 지난달 26일 공청회에서 발표된 안보다 기준이 대폭 완화돼 존속 쪽에 무게가 실렸지만, 입학사정관제에 의한 '자기주도학습 전형'을 전격 도입하기로 해 사교육 시장에 일대 변화가 예상된다.



◇외고 존속 기준 '10학급 25명'으로 완화 = 정치권을 뜨겁게 달궜던 외고 존폐 문제는 존속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교과부는 지난달 '특수목적고 제도개선 연구팀(팀장 박부권 동국대 교육학과 교수)'이 공청회에서 발표한 존속안과 폐지안 중 존속안을 최종안으로 선택했다. 2012년까지 존속에서부터 자율형사립고, 자율형공립고, 국제고, 일반계고로의 전환을 자율적으로 선택하는 안이다.

공청회 안이 발표됐을 때만 해도 '학급수, 학생수를 과학고 수준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존속의 전제조건이 달려 '사실상 폐지하라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지만, 최종안은 이런 해석을 아예 불식시켰다. 전제조건을 '과학고 수준'에서 '학년별 10학급 25명 수준'으로 대폭 완화시켰기 때문이다.



올 9월 현재 사립외고의 학급당 학생수는 36.9명으로 과학고(16.9명)에 비해 월등히 많다. 학급 수도 외고가 10~12학급인 반면, 과학고는 6학급에 불과하다. 공청회 안을 적용하면 외고 정원은 거의 70% 가까이 줄어들지만, 최종안을 적용하면 30% 정도만 줄이면 된다. 존속 가능성이 그만큼 커진 것이다.

◇'자기주도학습 전형' 도입…사교육시장 변화 예고 = 그렇다고 외고에 유리하기만 한 방안으로 볼 수는 없다. 교과부는 외고·국제고 지정기준, 절차, 교육과정 등을 법제화 한 뒤 5년 단위로 학교별 운영을 평가해 재지정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외고의 퇴출 시스템을 만든 것이다.

학생 선발 방식에도 변화가 따른다. 외고 등 특목고와 자율형사립고는 입학사정관에 의한 '자기주도학습 전형'을 도입해야 한다. 입학사정관제 도입은 이미 발표된 대책이지만 '자기주도학습 전형'은 한 걸음 더 나간 내용이다. 자기주도학습은 학생 스스로 학습 계획을 세우고 결과를 점검하는 학습법으로, 선진국에서는 이미 보편화된 학습법이다. 과외나 학원 선생님의 도움 없이 학생 스스로 학습주도권을 가진다는 측면에서 사교육비 경감에도 기여할 수 있다.


교과부는 이런 점을 고려, 특목고도 대학처럼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하되 독서기록, 학습계획 등 '자기주도학습' 능력을 가장 많이 평가하라는 구체적인 지침까지 제시했다. 교과부는 자기주도학습 전형 내용과 방법에 대한 매뉴얼을 제작해 각 학교에 보급할 예정이다. '학생부 작성 및 관리지침'도 개정해 경시대회, 인증시험, 자격증 취득 등 선행학습 유발요소를 빼는 대신 독서 항목은 신설하기로 했다. 이 같은 방안은 외고, 국제고에 우선 적용하고 자립형사립고, 비평준화 지역의 자율형사립고, 자율학교 등으로 점차 확대해 간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교과부는 특목고 입시에서 필기시험은 물론 각종 영어 인증시험, 경시대회 수상 실적, 교과지식을 묻는 구술면접, 적성검사 등 사교육을 유발하는 전형을 배제하고, 특히 외고의 경우 교과 성적을 중학교 2~3학년 영어 성적만 반영토록 했다.

◇"일반고 경쟁력 높여 특목고 수요 흡수" = 교과부는 외고 대책과 함께 일반계고 경쟁력 향상 방안도 함께 내놓았다. 우선 영어, 수학 과목의 경우 무학년제, 학점제가 도입된다. 이렇게 되면 수준별 학습이 가능해져 학원 수요가 그만큼 줄어들 여지가 생긴다.

또 고교 졸업요건으로 출석일수에 더해 국어, 수학, 과학 등 반드시 이수해야 할 최소 필수 과목과 수준이 설정된다. 현재는 성적 자격 요건 없이 출석일수만 채우면 졸업이 가능하지만 앞으로는 졸업요건이 까다로워져 학교의 책무성이 그만큼 커지게 된다.

아울러 영어, 수학, 과학 과목의 성적 최상위권 학생들에게 최상 단계의 학습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고등학교 대학과정(Highschool College)'이 도입되고, 우수한 고등학생이 방학 중에 대학 수준의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대학입학 후에 학점으로 인정받는 '대학과목 선이수제도(University-Level Program)'도 확대된다.

교과부는 교과 중점학교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2012년까지 과학중점학교 100곳, 영어중점학교 100곳을 각각 지정하고, 예술·체육 중점학교는 2010년까지 30곳을 지정해 특목고 수요를 일반계고로 흡수한다는 목표다.

교과부 관계자는 "사교육을 유발하지 않도록 고교입시를 전면 개편하는 것과 함께 모든 고교에서 수월성 교육을 강화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며 "이를 통해 학생선발 경쟁보다는 학교간 교육경쟁이 유도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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