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기아차 K7, 나를 알아주는 한마리 '흑표범'

머니투데이 서명훈 기자 2009.12.1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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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기아차 K7, 나를 알아주는 한마리 '흑표범'


흑표범을 본 적이 있는가? 군더더기라곤 찾아볼 수 있는 잘 빠진 몸매와 온몸을 휘감은 검은 털은 은은한 달빛에도 번뜩인다. 중압감으로 먹잇감을 얼어붙게 만드는 사자와는 차원이 다른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삼천포해상관광호텔 주차장에서 처음 만난 기아차 (126,300원 ▲700 +0.56%)의 기대작 ‘K7’은 한 마리 잘 빠진 흑표범이었다. 서서히 다가가자 비상등을 깜빡이며 접혀있던 사이드 미러가 펴졌다. 세계 최초로 적용된 ‘웰컴 시스템’의 진가가 발휘되는 순간이다. 멀리서 발소리만으로도 주인을 알아보는 한 마리 진돗개를 연상시킨다.



[시승기]기아차 K7, 나를 알아주는 한마리 '흑표범'
'K7’의 외관은 중후함을 주로 내세웠던 기존 럭셔리 세단과는 다른 느낌이다. 빛과 선의 조화를 내세운 디자인답게 날렵함이 곳곳에서 묻어난다. 피터 슈라이어 부사장 영입 이후 ‘젊고 역동적인 이미지’를 강조하는 기아차의 디자인 철학이 그대로 드러난다.

특히 '신형(YF) 쏘나타'가 부드러운 곡선을 사용하며 상당히 파격적인 디자인이라면 ‘K7’은 직선이 강조되는 느낌이다. 정면은 물론 측면 역시 직선으로 이어지다 끝부분에서만 툭 털어지는 곡선으로 처리됐다.



K7의 디자인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명쾌함이다. 복잡한 라인들이 눈을 어지럽히지 않고 단순한 선과 면이 깔끔하게 배치돼 있다.

역동성을 강조하기 위해 앞 창문의 크기를 약간 줄였다. 헤드램프와 리어램프는 고휘도 발광다이오드(LED)와 반사판을 활용하는 간접조명 방식을 채택했다. LED가 따로 불빛을 발산하는 것이 아니라 반사판을 통하기 때문에 하나로 연결된 느낌을 준다. 하나의 ‘점’이 아닌 ‘선’으로 연결돼 더욱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커다란 휠 또한 눈길을 사로잡는다. 준대형차 최초로 적용된 18인치 휠은 차체에 안정감을 더해준다. 가운데가 안쪽으로 들어간 마이너스 휠은 BMW와도 닮았다.


하얀 시트가 고급스러움을 더한다하얀 시트가 고급스러움을 더한다
차문을 열자 흰색 가죽시트가 첫 눈에 들어온다. 흰색이다 보니 때가 잘 타지 않을까 싶었지만 오염방지 가공처리를 한 덕분에 손때나 얼룩은 물티슈만으로도 쉽게 제거됐다. 질감도 기존 가죽시트에 비해 훨씬 부드럽다. 벤츠와 렉서스 등 고급차에 사용되는 나파 가죽을 사용한 진가가 발휘됐다.

은은한 간접조명은 분위기 좋은 카페에 앉아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정면과 각 문에는 붉은 빛깔의 그롬가니쉬 무드조명으로 멋을 살렸고 운전석과 조수석 모두 풋램프가 장착돼 있다. 실내에만 무려 7개의 조명이 설치돼 있다. 기존 차들의 실내조명은 필요한 조도를 확보하는 차원이라면 K7의 실내조명은 장식에 가깝다. 옅은 화장을 한 여인의 이미지가 떠오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기아차가 K7의 디자인에 대해 ‘빛과 선의 조화’라고 표현하는 이유가 이제야 이해가 된다.

운전석에 앉아 시동버튼을 누르니 경쾌한 엔진음이 들려온다. 엔진음은 3500cc 엔진임에도 불구하고 저음이 많지 않아 무거운 느낌보다는 경쾌한 느낌에 가깝다. 30·40대를 겨냥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계기판은 RPM과 속도계만으로 구성돼 있어 군더더기 없이 시원하다. 계기판 가운데에는 각종 운행정보를 알려주는 별도의 화면이 설치돼 있다. 트립 버튼을 누르자 주행거리와 평균 주행속도, 주행시간, 평균 연비 등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시동을 걸고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운전석은 물론 핸들까지 따뜻해진다. 겨울이면 운전석 옆에 놓아두던 장갑이 더 이상 필요 없을 것 같다. 손과 등이 금방 따뜻해지니 굳이 히터를 틀지 않고도 운전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

여름에는 통풍시트로 변신한다. 한 여름 장시간 운전에도 등에 땀이 찰 일은 없을 듯하다. 열선과 통풍 모두 3단계로 조절이 가능해 자신에 맞게 단계를 조절할 수 있다.

사이드 브레이크를 풀고 엔진에 살짝 발을 올렸다. 3500cc 람다II 엔진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은 인상적이다. 290마력에 최대토크 34.5kg·m를 자랑하는 람다II 엔진은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을 듯 하다. 엔진 성능만 놓고 본다면 렉서스 'ES350(277마력)'이나 혼다 ‘어코드(275마력)’를 앞선다.

삼천포해상관광호텔을 빠져 나오자 속도를 조금 높였다. 시속 120km까지 아무런 막힘없이 가볍게 치고 올라갔다. 순간 가속력이나 소음 모두 합격점이다. 다만 엔진 음색은 다소 금속성 느낌이 강해 좀 더 부드러웠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시승구간이 남해 국도다 보니 엔진 성능을 완전히 테스트하기엔 한계가 있었다. 추월 능력이나 등판 능력은 웬만한 수입차보다 더 나은 느낌이었다.

서스펜션은 부드러움을 강조하는 일본차보다는 딱딱한 느낌을 주는 유럽차 스타일에 더 가깝다. 덕분에 남해의 굴곡 많은 길에서도 밸런스가 흐트러지지 않았고 핸들링 또한 우수했다.

하지만 연비는 다소 기대에 못 미쳤다. 시승구간이 커브가 많고 경사 또한 가팔랐던 탓인지 리터당 10.8km에는 크게 못 미쳤다. 목적지에 도착해 엔진을 끄자 나만의 흑표범을 갖고 싶은 욕구를 억누르기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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