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대부업체 뒤에 '의외의 파트너'

머니투데이 오수현 기자 2009.12.09 08:37
글자크기

한국증권금융, '부적절한 투자' 논란

일본의 유명 대부업체가 지난 9월 한국에 설립한 여신금융회사가 뒤늦게 주목받고 있다. 공적 성격을 지닌 국내 금융회사가 설립에 참여한 게 알려지고 일본의 경쟁업체들이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진출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다.

주인공은 메트로아시아캐피탈. 자본금 400억원으로 출범한 이 회사의 지분은 국내 창업투자사인 아시아인베스트먼트가 41%, 일본 3위 대부업체 다케후지의 미국 자회사 TWJ VC가 39.1%, 한국증권금융이 19.9%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다케후지 측은 2대주주지만 일본의 소매금융 노하우를 기반으로 사실상 경영을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트로아시아캐피탈은 당시 일본 대부업체의 첫 국내 여신전문업 진출인데도 별다른 제동을 받지 않았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8일 "여신전문금융회사 설립이 등록제여서 일정한 자격을 갖추면 등록을 막을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더구나 한국증권금융이 주요주주로 참여하기까지 했다. 이를 두고 관련업계에선 "정부가 사실상 설립을 지원한 격이 됐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한국증권금융은 주식이나 채권의 발행·유통·중개에 필요한 자금을 제공하고, 투자자가 금융기관에 예치한 투자예탁금을 넘겨받아 별도 보관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곳으로 공적인 성격이 짙다.

실제 한국거래소(KRX)가 최대주주(11.35%)고 우리은행(7.81%) 우리투자증권(6.04%) 산업은행(5.19%) 등이 주요주주로 있다. 한국증권금융 측은 "단순한 재무적 투자였고, 여유자금 운용을 다각화할 목적으로 투자를 결정했다"고 선을 그었다.

문제는 다케후지의 한국 진출 방식이 일본 경쟁업체에 모델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일본 대부업체들은 이자상한선이 연 29%에서 연 20%로 하향 조정되면서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자 한국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한국의 대부업보다 평판이 좋은 저축은행이나 캐피탈 등 제2금융권 진출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1, 2위 대부업체 프로미스와 아코무가 국내 진출을 추진 중이다. 일본의 중견인 네오라인캐피탈도 지난 10월 '퓨처크레디트'라는 대부업 등록을 마치고 이달부터 영업을 시작한다.


국내 대부업체 관계자는 "일본의 대형 대부업체들이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워 진출할 경우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면서 "정부가 서민금융을 강조하면서 정작 소비자금융시장을 일본업체에 넘겨주는 것 아니냐"고 걱정했다.

한편 다케후지는 추심과정의 잡음과 최고경영자(CEO)의 기행 등으로 현지 언론에 오르내렸다. 다케후지의 다케이 후지오 회장은 2003년 자신에 관한 비판기사를 작성한 프리랜서 작가에 대해 직원에게 도청을 지시한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내 다케후지의 여론을 감안할 때 국내 기관이 왜 손을 잡았는지 의문"이라면서 "국내 소매금융시장이 일본업체에 휘둘릴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메트로아시아캐피탈이) 실제 영업에서 관련 규정을 준수하는지 여부를 철저히 관리·감독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