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외 100만원' 삼성생명 상장價 경제학

머니투데이 김진형 기자 2009.12.08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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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만원이면 오너 출연없이 삼성차 부채 해결

삼성생명 주가가 장외시장에서 어느새 110만원을 넘어섰다. 처음 상장 소식이 전해진 지난달 11일 47만7000원에서 한달도 안돼 130% 급등했다. 80만원대까지 수직상승한 후 잠시 주춤했지만 상장 주관사들이 제시한 예상 공모가격이 평균 120만원이었다는 소식이 전해져 100만원을 뚫었다.

가격이 급등하면서 삼성이 주관사들의 입단속까지 시켰다는 후문도 나왔다. 처음엔 공모가가 70만원을 넘을 수 있느냐가 이슈였지만 이제는 100만원을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굳어지는 분위기다.



◆"100만원 넘는다" 증권가 컨센서스화=이태경 현대증권 연구원도 100만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의 계산법은 이렇다. 삼성생명이 올 상반기에 6000억원 정도의 순이익을 기록했고 하반기에 8000억원 정도의 이익을 낸다고 가정할 경우 올 회계연도가 끝나면 삼성생명의 자본 총계는 11조5000억원으로 늘어난다.

여기에 글로벌 30위 보험사들의 평균 PBR인 1.6~1.8배 수준을 곱하면 삼성생명의 시가총액이 구해진다. 1.6배일 경우 18조4000억원, 1.8배일 경우 20조7000억원이다. 총 발행주식수가 2000만주이니 PBR 1.6배일 경우 적정 가치는 92만원, 1.8배일 경우 103만5000원이다.



보험사의 가치를 산정할 때 주로 사용되는 내재가치(EV : Embedded Value)로 평가해도 비슷한 수준의 가격이 나온다.

하지만 생보업계 압도적 1위의 삼성생명에는 프리미엄을 얹어줘야 한다. 게다가 삼성생명이 상장되면 코스피지수를 추종하는 각종 펀드들은 업종 대표주인 삼성생명을 반드시 편입해야 한다는 점 등도 감안돼야 한다.

익명을 요구한 보험 담당 애널리스트는 "예상 공모가격을 정할 때 단순히 다른 보험사들의 PBR과 절대비교할 수는 없다"며 "삼성생명의 시장지배력과 이익창출 능력 등을 감안할 경우 좀 더 높은 멀티플(배수)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평가가 반영돼 상장 주관사들이 120만원 이상의 예상 공모가를 제시했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상장주가, 삼성차 부채문제와 직결=삼성으로서도 삼성생명 공모가가 100만원을 넘으면 다행인 이유가 있다. 삼성생명 상장이 삼성차 부채 문제와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은 1999년 6월 삼성차 법정관리로 채권단에 2조45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하자 삼성생명 주식 350만주를 채권단에 넘겼다. 삼성생명 1주당 가격을 70만원으로 환산한 것이다. 채권단은 이중 113만주를 유동화시켜 삼성생명에게 70만원에 팔고 아직 233만주를 보유하고 있다.



채권단과 삼성간에 항소심이 진행중이지만 1심 법원은 지난해 1월 삼성이 233만주를 팔아서 1조6338억원을 지급하고 연 6%의 연체이자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33만주로 원금과 연체이자까지 해결하기 위해서는 삼성생명 가격이 105만원 정도 돼야 한다. 105만원이 안될 경우 이 전 회장이 추가로 50만주를 내놓고 계열사들도 부담을 나눠야 한다. 결국 삼성으로서는 105만원이 삼성생명 가격의 마지노선이라는 얘기다.

이 때문에 IB 업계에서는 삼성생명 예상 공모가가 이 가격에 미치지 못할 경우 삼성이 상장을 늦출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IB 업계 고위 관계자는 "그룹 오너가 추가로 주식을 내놔야 하는 상황이라면 삼성이 상장을 강행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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