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의 문화 자존심에 그들도 감동

머니위크 지영호 기자 2009.12.09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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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세계 3대 박물관 한국어 서비스 성사 비밀은?

“처음에는 그런 거 필요 없다더니, 나중에는 역오퍼가 들어오더군요”

최근 세계 3대 박물관에 한국어 안내 서비스를 실현시킨 대한항공 (22,550원 ▼50 -0.22%)이 험난했던 뒷이야기를 털어놨다. 대한항공에 관계자에 따르면 처음 한국어 서비스를 위해 대영박물관에 다방면으로 접촉했지만 콧대 높은 국민성 탓인지 ‘지금 서비스로 충분하다’며 거절하기를 반복해 어려움이 많았다는 것.

얼마 전까지 대영박물관에서는 구형 오디오기기를 이용해 자국어인 영어를 비롯해 스페인어와 일본어만 안내 서비스를 해왔다. 비교적 많은 관람객이 찾는 중국이나 이웃나라인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도 서비스 대상에서 제외될 정도였다.



대한항공의 문화 자존심에 그들도 감동


대영박물관 측이 입장을 바꾼 것은 대한항공이 세계 유명박물관에 차례로 작품안내 서비스를 지원하면서 부터다. 세계적인 경쟁 박물관이 첨단장비로 무장하는 것을 지켜본 대영박물관 측이 압박감을 느낀 것도 당연한 수순.

2007년 12월 ‘그런 장비, 그런 언어 서비스 필요 없다’던 대영박물관 프로젝트개발팀은 루브르박물관 지원 서비스가 오픈되자 슬그머니 ‘우리도 지원해달라’는 제안을 하기에 이르렀다. 외국어 지원 및 작품 해설 서비스에 대한 평가가 좋았기 때문이었다.



대한항공이 2008년 2월 처음으로 한국어 서비스를 성사시킨 루브르박물관은 창사 이후 35년간의 인연과 관계가 깊다. 대한항공이 사업 초기부터 우호관계에 있던 에어버스사와 에어프랑스사의 관계, 조 회장의 한불최고경영자클럽 회장 활동 및 프랑스 정부로부터 받은 레종 도뇌르 훈장 등이 루브르박물관 한국어 서비스를 이끄는 밑거름이 됐다.

2006년 한불 수교 120주년 기념사업 중 하나로 서울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루브르박물관전’의 작품들을 대한항공이 성공적으로 수송한 것이 기폭제가 됐다. 수송 프로젝트는 루브르 측이 국보급 보물을 자국기가 아닌 외국적기에 맡긴 첫 사례였다.

이후 루브르박물관은 작품설명기기 첨단화를 위해 PDA 스폰서 제안을 해왔다. 평소 대한항공 파리지점 출장 때마다 ‘깃발 부대식’ 관람을 하는 한국인 관광객을 안타까워하던 조양호 회장은 “한국어 서비스를 전제로 지원하겠다”고 강력히 제의하면서 성사됐다.


두번째 박물관인 러시아 에리미타주박물관은 마침 작품 안내 서비스 기기 현대화 추진과 맞물리면서 비교적 수월하게 진행됐다. 게다가 한국 기업들이 속속 러시아에 진출하는 경제환경변화도 한몫을 했다.

한편 12월 대영박물관 한국어 입성으로 세계 3대 박물관에 모두 자국 언어 서비스를 받는 세번째 국가가 됐다. 이번에 대한항공이 지원한 대영박물관 외국어 서비스 실시로 3개 박물관이 모두 서비스를 하는 언어는 기존 영어, 스페인어 외에도 한국어를 포함해, 불어, 독어, 이태리어 등 6개 언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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