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풍 등으로 흔들린 조직을 다잡는 게 첫째 과제다. 회장 선임 과정에서 불거진 공정성 시비, 이에 따른 정통성 문제를 불식시키는 게 시급하다. 회장 선임에 절대적인 힘을 발휘한 사외이사 제도에 대한 비판이 거센 상황이다.
지난해 9월 지주사 출범 뒤 KB금융에는 바람 잘 날이 없었다. 지주사 전환 과정에 주가에 발목이 잡혀 3조원이 넘는 자금이 소요됐다. '황영기호'가 닻을 올렸지만, 그는 1년 만에 불명예 퇴진했다. 황 전 회장과 강 행장 사이 보이지 않는 '알력'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지주사가 출범 1년이 지났지만, 시너지가 기대만큼 나지 않는다는 평가도 있다. 이 모든 과제를 신임 회장이 떠안아야 한다.
하지만 덩치만큼 이익 규모 등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올 들어 3분기까지 누적 순익은 5220억 원에 불과하다. 신한금융이 1조491억 원으로 1조원을 돌파한 것과 대비된다. 심지어 파생상품 손실로 '홍역'을 치른 우리금융도 8692억 원이나 거뒀다. 무엇보다 지주 전체 자산의 98.8%(280조9930억 원)을 차지하는 은행의 부진 탓이 크다. 내실 면에서도 1등으로서 자존심 회복이 필요하다.
금융위기로 지지부진해진 비은행 부문 사업 다각화도 해결해야 한다. 나아가 은행 뿐 아니라 증권, 보험, 자산운용, 부동산신탁 등 9개 자회사와 5개 손자회사 등과의 시너지 극대화도 필요하다. 적절한 타이밍을 찾아 중단됐던 카드 부문 분사도 재개해야 한다.
이 시각 인기 뉴스
황 회장의 바통을 이어 받은 강 행장은 회장 대행이었다. 책임지고 인수·합병(M&A) 같은 큰 결정을 할 수 없는 처지였다. 이로 인해 은행뿐 아니라 증권사 등 M&A 작업이 사실상 중단됐다.
하지만 이젠 외환은행 (0원 %) 인수 등 M&A도 신경 써야 한다. 매물로 나온 외환은행 인수 여부에 따라 내년 벌어질 은행권 판도 변화의 주도권을 쥘 수 있는 탓이다. 외환은행 인수에 실패하게 되면 자산 규모 면에서도 '리딩뱅크' 자리를 내놔야할 판이라 신임 회장의 역할이 막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