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랠리 대신 연초랠리에 승차하라

머니위크 김부원 기자 2009.12.08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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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혼란스런 연말장세 투자법

주식투자자 김성연(가명 남 35세) 씨는 자신이 보유한 주식의 가격이 크게 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바로 연말이기 때문이다.

올 하반기부터 코스닥 종목을 중심으로 투자하고 있는 김씨는 모 화장품업체에 투자해 30%의 수익을 올렸다. 그리고 일주일 전 한 LED관련 업체로 투자금을 옮겼다.

그는 "LED 관련주가 한때 테마주여서 주가가 많이 올랐지만 최근 한동안 횡보세였다"며 "가격대비 유망한 종목을 꼽아 투자했으니 상승여력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 회사의 주식을 주당 5000원에 샀는데 연내 두배 이상 뛸 것으로 보고 있다. 전반적으로 조정장이지만 종목만 잘 고른다면 연말랠리를 탈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기대다.

연말이다. 주식투자자들이 김씨처럼 산타랠리, 연말랠리 등에 대한 기대감을 가질 시기다. 하지만 현재 주식시장의 분위기는 예년과 사뭇 다르다. 연말에 대한 기대감으로 달아올랐다기보다는 오히려 관망세에 빠졌다.



"연말이기 때문에 배팅하자"보다 "두렵기 때문에 일단 움츠리자"는 분위기가 전반에 깔려 있다.

증시전문가들도 연말 장세에 큰 기대감을 갖기보다 신중하게 접근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특히 지금처럼 변동성이 심한 장세에선 업종 및 종목을 잘 고르는 안목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한다.
연말랠리 대신 연초랠리에 승차하라


◆혼란스런 연말 장세

서울 강남 신사동에서 근무하는 증권사 PB 이기웅(가명 남 32세) 씨는 연말 주식시장 흐름이 순탄치 않음을 실감하고 있다. 최근 안정적인 투자처를 선호하는 고객들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극단적으로 시장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아니지만 박스권에서 등락을 반복하는 주식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이씨는 "시장 분위기가 뒤숭숭하다보니 고객들이 주식, 펀드 투자 등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며 "오히려 원금 보전이 쉬운 안전한 투자처에 대한 문의가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고객들이 하루아침에 투자처를 바꾸는 것은 아니지만 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큰 만큼 공격적인 투자를 자제하고, 조금 더 지켜보겠다는 분들이 늘고 있는 상황이다"고 밝혔다.

이처럼 투자심리가 위축된 이유는 연말 장세가 혼란스럽기 때문이다. 경기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가시적인 증시 상승 동력을 찾긴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얼마 전 불어닥친 '두바이 쇼크'는 주식시장에 혼란을 가중시켰다. 두바이 국영기업 두바이월드가 채무상환유예를 선언하면서 우리 증시에 충격을 줬던 것이다. 다행히 충격의 정도는 크지 않았고 코스피지수도 두바이 쇼크 이전 수준으로 회보해 가는 모습이다.

하지만 여전히 투자 방향을 잡기 쉽지 않은 장세임은 분명하다. 또 지난해 겪었던 금융위기의 악몽이 되살아날 수 있다는 점도 투자심리를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

신동일 국민은행 압구정PB 팀장은 "최근 두바이 사태가 심리적으로 투자를 더욱 꺼리게 만들었다"며 "고객 대부분이 일단 내년 상반기까진 시장 상황을 두고 보겠다, 아직 급하지 않다는 입장이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해 연말에도 장세가 침체됐었는데 올해 역시 연말 치고는 조용한 편이다"며 "섣불리 투자하기보단 현금보유를 선호하는 분위기로 투자 움직임이 미미하다"고 말했다.

◆부자들도 두렵긴 마찬가지

부자들 역시 현 장세에서 투자를 꺼리는 분위기다.

30억원대 자산가들이 주 고객층인 하나대투증권 WM본부의 이경민 차장은 "예년 같으면 연말랠리 기대감으로 고객들의 주식투자 비중이 늘었을 것"이라며 "하지만 금융위기를 경험한 지난해 연말에 이어 올 연말도 투자심리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올 상반기 증시가 강세를 보이자 주식투자 비중을 높였던 자산가들이 11월 조정장으로 들어서면서 보수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채권 투자에 있어서도 장기채권보다는 단기채권에 투자하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는 상황. 기존에 주식 비중이 높았던 자산가들이 관망세로 돌아섰다는 것이 이 차장의 설명이다.

그는 "평소 공격적인 투자를 지향했던 고객들도 분할매수를 주로 하면서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며 "주식을 사더라도 배당이 높은 종목을 중심으로 일시적으로 투자하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류남현 삼성증권 테헤란지점 부장은 "보통 연말에는 주식 매수주문이 많았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 연말도 투자심리가 위축된 분위기다"고 전했다.

특히 안정성이 높은 투자상품을 선호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류 부장은 "원금보장형 ELS에 투자하려는 분들이 많고, 해외펀드 비과세혜택이 사라지면서 펀드 투자 역시 적극적이지 않다"며 "내년 초를 기대해보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연말랠리 기대감 사라지나

연말랠리 대신 연초랠리에 승차하라
결국 지난해에 이어 올 해도 연말랠리를 기대하긴 힘든 것일까? 주식전문가들의 전망에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랠리라고 부를 만큼 강한 상승은 없을 것이란 게 대체적인 견해다.

최재식 대신증권 연구원은 "12월 큰 상승을 기대해선 안 된다. 강한 랠리는 없을 것"이라며 "연말보다는 연초랠리를 기대하는 것이 낫다. 빠르면 내년 3월, 늦으면 4월께 고점을 찍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물론 연말에도 상승추세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는 게 최 연구원의 관측이다. 다만 코스피지수가 1700선을 돌파하긴 역부족이며 1600 초중반 이내에서 박스권을 형성할 것이란 전망이다.

황빈아 교보증권 연구원 역시 연말랠리 가능성을 낮게 점쳤다. 그는 "두바이 쇼크의 악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란 얘기가 나오면서 증시가 하락폭은 만회했다"며 "하지만 코스피나 경기지표 등에 특별한 모멘텀이 없기 때문에 12월에도 박스권 장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연말랠리를 기대하기 어려우므로 압축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좋다"며 "시장 전반에 대해 접근하기보다는 실적 호전주 등 이슈가 있는 종목들을 중심으로 단기적으로 접근할 시기다"고 덧붙였다.

반면 연말랠리 가능성을 점치는 의견도 있다. 연중 1700선을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주형 동양종금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두바이 쇼크의 악재도 미미했고 지난해 금융위기와 비교했을 때 충격이 크지 않을 것"이라며 "최근 발표되고 있는 경제지표들이 잘 나오고 있고 내년 성장 전망치가 상향 조정되고 있다는 점, 외국인과 기관들도 매수세로 돌아서고 있다는 사실 등이 연말에 기대되는 부분이다"고 말했다.

아울러 "개인투자자들이 주식 편입 비중을 높여도 좋은 시점으로 아직 불확실성이 남아있지만 연말랠리는 기대해도 좋다"고 말했다.

◆신중한 종목 선택이 관건

혼란한 시장분위기에 전반적인 투자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개인투자자들이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은 결국 유망한 업종과 종목을 선별하는 것이다. 연말랠리를 노리며 공격적으로 나서는 투자자뿐 아니라 박스권 장세 속에서 방어적인 전략을 취하려는 투자자 모두 어느 때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 황빈아 연구원은 코스닥 중심의 투자전략을 권했다. 그는 "올해 초 코스닥 중소형주가 강세를 보였지만 최근 부진한 흐름을 보이면서 코스피와 코스닥 갭이 많이 줄었다"며 "외국인 수급이 개선되고 있고 4분기 실적 모멘텀도 코스닥이 좋아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대형주보다 소형주가 부각될 수 있는 장세"라고 덧붙였다.

그는 주목할 업종으로 올 4분기와 내년 1분기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는 유통주를 꼽았다. 아울러 중국 고성장과 관련된 철강을 비롯 IT 등을 투자 유망업종으로 언급했다.

최재식 연구원은 "12월 전반부 박스권 장세에 대응하기 위해선 IT와 자동차업종에 주목해야 한다"며 "12월 중반 이후부터는 기존에 강세를 보였던 건설, 은행, 철강업종이 유망하다"고 말했다.

연말랠리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는 김 팀장 역시 IT를 투자 핵심 업종으로 꼽았다. 아울러 "원화 강세로 이어질 경우 금융업종이 수익률을 보전해 줄 수 있을 것"이라며 "내년까지 길게 본다면 은행주, 단기적인 면에서는 증권주가 유리하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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