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회장 인선 '3대 포인트'

머니투데이 김익태 기자, 권화순 기자, 도병욱 기자 2009.12.02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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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외이사들 편향적" 공정성 시비
- "인선 왜 서두르나" 당국 심기불편
-'단독후보' 강정원 GO? STOP?

KB금융지주 회장 인선이 막판 파행을 보이는 가운데 '보이지 않는 손'의 기류가 심상찮다. 그동안 관망하던 금융당국 안팎에서는 회장 선임 방식부터 바꿔 절차를 다시 진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후보 면접 불참을 선언한 이철휘 자산관리공사(캠코) 사장도 2일 회장 선출 권한을 가진 사외이사들을 "규제받지 않은 권력"이라고 규정하면서 룰을 개편하자고 주장했다.



KB금융회장 인선 '3대 포인트'


그러나 KB금융 (83,600원 ▲1,100 +1.33%)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예정대로 3일 최종 면접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 사장과 김병기 전 삼성경제연구소 대표가 돌연 후보에서 물러난 전날과 같은 입장이다. 단독 후보가 된 강정원 국민은행장은 이틀째 침묵했다. 강 행장이 회추위를 구성하는 9명의 사외이사 중 6명의 지지를 얻으면 회장 후보로 확정된다.

수면 아래에서 힘겨루기 양상까지 나타난 KB금융 회장 인선은 앞으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와 사외이사제도 등에 대한 당국의 방침을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KB금융 사외이사는=애초 KB금융 회장에 출사표를 던진 후보들의 관심은 사외이사 확보였다. 이들이 회장 후보를 단독 추천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탓이다. 사외이사 몇 명을 '내 사람'으로 만드느냐에 후보들은 사활을 걸었다.

그런데 이 사장과 김 전대표가 막판 사외이사들에게 이의를 제기했다. 다른 금융지주와 달리 KB금융 회추위에는 회장이나 행장이 포함되지 않는다. 사외이사 9명 전원으로만 구성된다. 이들이 회장 후보를 단독 추천하면 이사회 의결을 거쳐 회장이 선임되는 구조다. 사퇴한 후보들은 '친 강정원 행장'의 사외이사가 다수 포진해 공정성을 담보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 사장은 "면접 대상자로 선정된 후 제반 상황을 점검하니 마치 고스톱 판에서 상대편(다른 경쟁자)은 '광'을 3개나 들었고 나는 쭉정이만 쥔 형국이었다"고 비유했다. 이어 "사외이사들이 유임과 신규 선임을 자기들끼리 결정하는데 거의 토착세력이 됐다"며 "자회사 임원인사권을 달라고 요구하는데 할 말을 잃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조 담 회추위 위원장은 "당국에서 그동안 절차에 대해 특별히 어떤 언급을 해온 적도 없다. 앞으로도 개입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당국과 선을 그었다. KB금융 관계자도 "사외이사들에 대한 비판은 근거 없는 것이 대부분이고 독립적이고 투명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당국 나서나"=금융당국은 여전히 이번 '파행'에 대해 공식적인 대응 대신 불편한 심기만 보인다. 자산규모가 340조원에 육박하는 국내 최대 금융지주가 파행 상태에서 회장 인선을 진행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 중심에는 사외이사들이 있다고 보고 있다.



당국은 KB금융이 내년 3월 정기주총이 있는데도 굳이 1월 임시주총까지 열 필요가 있느냐고 따지는 투다. 한 관계자는 "내년 사외이사제도 개선안이 나온 뒤 (회장 선출을) 해도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개선안에는 KB금융 사외이사제도를 흔들 수 있는 내용이 다수 포함됐다.

일각에선 그간 '선 사외이사제도 개편-후 회장 선출'이 바람직하다는 신호를 보냈는데 KB금융 사외이사들이 무시했다고 못마땅한 표정도 짓는다. 한 관계자는 "'나뭇잎이 흔들리면 바람이 불겠구나'라고 생각해야 하지 않냐"고 언급하기도 했다.

◇단독후보의 선택은=이런 분위기상 강 행장이 '무혈입성'을 해도 상처뿐인 승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강 행장도 이를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에선 강 행장이 '무리한 도전'을 하기보다 공모절차를 다시 해 당당하게 선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있다.



반면 "지금 시점에서 물러나는 것이 오히려 애매하다. 단독후보 면접이 금융계에서는 다반사"라는 주장도 나온다.

일부 금융계 인사는 "단독후보는 모양새가 좋지 않고 사외이사 내부의 반발이 있으면 여러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강 행장이 9명의 회추위 위원 중 6명 이상의 지지를 얻지 못하면 상황이 꼬일 수 있다. 이와 관련, 조 위원장은 "표결에서 3분의2 이상 표를 얻지 못하면 재투표를 할지, 아니면 원점에서 재검토할지 다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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