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아파트보다 2억 원 가량 비싼 분양가를 지불한 A아파트 주민들은 재산권을 내세워 광장을 공유하는데 불만을 제기했다. 인근 주민들은 차별화된 고급아파트단지를 만들려는 A단지 주민의 욕심이 작용한 탓이라고 했다.
광주 북구 C주공아파트는 임대아파트에 대한 싸늘한 시선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 임대아파트인 1단지와 분양아파트인 2단지 사이에는 아직까지 200m 가량 철제담장이 남아있다.
허물 수 있는 '담장'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차별의 벽은 더욱 무섭다. 올 초 입주한 서초구 잠원동 D아파트에선 임대아파트 주민 색출작업이 진행 중이라는 소리가 들린다. 3.3㎡ 당 3000만원을 훌쩍 넘는 이 아파트는 서울에서 최고가를 자랑하는 만큼 주민들 간 빈부격차가 크다. '소셜믹스'라는 이름 아래 단지 내 임대아파트를 섞어놓았지만 임대주민은 '왕따'로 낙인찍혔다.
D아파트 주민은 "임대단지가 섞인 동은 집값이 확연히 떨어지고 주민들의 생활수준도 차이가 난다"며 "재활용 분리수거나 반상회도 따로 하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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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곳곳에서 개발되는 뉴타운에서는 새 아파트 입주민과 원주민 간 '거리두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길음뉴타운 인근 부동산관계자는 "뉴타운이 개발되기 전 가난한 동네에 살던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하게 하려고 학부모들이 전전긍긍한다"며 "새 학기에 학군을 따라 이사하는 사람들 때문에 전세물량이 쏟아져 나온다"고 말했다.
한 주민은 "요즘은 유치원생들까지 아파트 브랜드, 평수를 따져보고 친구를 사귄다"며 "이제는 아이들이 옆 동네 놀이터에서 놀고 싶어도 입주민이 아니면 출입이 불가능할 정도가 됐다"고 씁쓸해했다.
파주신도시의 광장에는 아이들이 책상에 영역표시를 하듯 '3·8선'이 그어졌다. 소원해진 주민들 사이 거리만큼 아이들의 등굣길도 멀어졌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광장의 조성 목적은 '주민의 소통과 화합'이다. 아파트공화국에 '아파트'만 있고 사람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