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원 국민은행장과 이철휘 자산관리공사(캠코) 사장, 김병기 전 삼성경제연구소 대표의 3파전으로 진행되던 KB금융지주 회장 선출과정에 돌발변수가 발생했다. 강 행장을 제외한 2명의 후보가 '불공정한 경쟁'을 이유로 후보를 사퇴하거나 3일 예정된 회장추천위원회(회추위)의 최종 인터뷰에 응하지 않기로 한 탓이다.
강정원 국민은행장, 이철휘 자산관리공사 사장, 김병기 전 삼성경제연구소 대표.(왼쪽부터)
그는 이날 머니투데이와 전화통화에서 "지난주 회장 후보로 인터뷰 제안을 받았는데 준비과정에서 보니 일정이 급박하게 진행됐다"며 "공정한 경쟁이 되기 위해서는 (강 행장이) 회장 대행직에서 물러나야 했다"고 강조했다.
이 사장 역시 '불공정경쟁'을 비판하며 돌연 회추위의 인터뷰에 응하지 않기로 했다. 그는 "KB금융그룹의 최근 경영내용, 지배구조, 특히 회추위 내용 등 제반사항을 면밀히 검토한 결과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인터뷰에 참석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그는 '사퇴'가 아닌 '인터뷰 불참' 이라는 표현을 쓴 것에 대해 "무엇을 제출한 적이 없기 때문에 사퇴라는 표현을 못 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실상 사퇴로 봐도 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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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후보의 돌연한 결정은 현직 프리미엄을 받고 있는 강 행장 우위의 회추위 분위기를 돌리기 쉽지 않다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두 후보 측은 같은 날 발표가 이뤄진 데 대해 사전조율은 없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도 민간 금융회사의 일이라며 공식 입장 표명을 삼갔다.
◇회장 선출 과정은=강 행장은 지난 9월29일 KB금융지주 회장 대행으로 선임됐다. 황영기 회장이 우리은행장 재직시절 이뤄진 파생상품 투자 손실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탓이다.
이후 한달이 지난 10월29일 사외이사 9명 전원으로 구성된 회추위가 꾸려졌다. 11월13일에는 조 담 이사회 의장을 위원장으로 뽑았고, 지주 산하 평가보상위원회와 헤드헌터사, 사외이사 등의 추천으로 21명의 후보군을 확정했다.
같은달 20일에는 후보군을 3명으로 좁혀 '숏리스트'를 만들었다. 3일 이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해 다음 날 이사회에 단독으로 추천할 회장 후보를 결정할 예정이었다.
단독 후보가 되려면 회추위원 3분의2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이후 시장에서는 "누가 사외이사 몇 명을 확보했다" "박빙의 승부가 펼쳐지고 있다"는 등의 관전평이 나돌았다.
◇단독 후보로 가나=회추위는 일단 인터뷰일정을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조 위원장은 "강 행장 단독으로라도 인터뷰는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정을 중단하면 자칫 중도포기한 후보들의 주장을 인정하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는 이어 "절차가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것은 KB금융지주 안팎에서 다 인정하는 일"이라며 불공정 논란을 일축했다.
2명의 후보가 인터뷰를 '보이콧'했지만 강 행장은 일정대로 인터뷰에 응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강 행장은 아직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회장 선발과정이 파행을 겪는 만큼 강 행장이 무혈입성을 해도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될 전망이다. 금융계 일각에선 무리하게 회장직에 도전하기보다 공모 등의 방법으로 후보군을 다시 추려 회장을 뽑는 게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