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게 돌아가는 KB금융 회장 인선

머니투데이 김익태 기자, 권화순 기자, 도병욱 기자 2009.12.01 21:15
글자크기

김병기 "후보 사퇴"- 이철휘 "인터뷰 불참" - 회추위 "예정대로"

'판이 깨질 것인가.' 국내 최대 금융지주회사 KB금융 (83,600원 ▲1,100 +1.33%)의 수장 인선 얘기다.

강정원 국민은행장과 이철휘 자산관리공사(캠코) 사장, 김병기 전 삼성경제연구소 대표의 3파전으로 진행되던 KB금융지주 회장 선출과정에 돌발변수가 발생했다. 강 행장을 제외한 2명의 후보가 '불공정한 경쟁'을 이유로 후보를 사퇴하거나 3일 예정된 회장추천위원회(회추위)의 최종 인터뷰에 응하지 않기로 한 탓이다.
강정원 국민은행장, 이철휘 자산관리공사 사장, 김병기 전 삼성경제연구소 대표.(왼쪽부터)강정원 국민은행장, 이철휘 자산관리공사 사장, 김병기 전 삼성경제연구소 대표.(왼쪽부터)


인터뷰에 불참하면 자동으로 후보자격을 잃어 강 행장이 단독 후보로 남는다. 강 행장 측은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으나 회추위 절차를 따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회장 선출 과정이 초유의 파행을 겪고 있어 양측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후보 인터뷰 잇단 불참 왜?=김 전대표는 1일 "회장 공모 일정이 너무 촉박하고, 공정한 경쟁이 어렵다고 판단해 회장 후보직에서 사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머니투데이와 전화통화에서 "지난주 회장 후보로 인터뷰 제안을 받았는데 준비과정에서 보니 일정이 급박하게 진행됐다"며 "공정한 경쟁이 되기 위해서는 (강 행장이) 회장 대행직에서 물러나야 했다"고 강조했다.



김 전대표는 또 "강 행장은 몇년씩 은행장을 하고 있는데 별다른 대비 없이 촉박한 일정에 맞추는 다른 후보들은 공정하게 경쟁하기 힘들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사장 역시 '불공정경쟁'을 비판하며 돌연 회추위의 인터뷰에 응하지 않기로 했다. 그는 "KB금융그룹의 최근 경영내용, 지배구조, 특히 회추위 내용 등 제반사항을 면밀히 검토한 결과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인터뷰에 참석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그는 '사퇴'가 아닌 '인터뷰 불참' 이라는 표현을 쓴 것에 대해 "무엇을 제출한 적이 없기 때문에 사퇴라는 표현을 못 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실상 사퇴로 봐도 된다는 뜻이다.


두 후보의 돌연한 결정은 현직 프리미엄을 받고 있는 강 행장 우위의 회추위 분위기를 돌리기 쉽지 않다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두 후보 측은 같은 날 발표가 이뤄진 데 대해 사전조율은 없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도 민간 금융회사의 일이라며 공식 입장 표명을 삼갔다.

◇회장 선출 과정은=강 행장은 지난 9월29일 KB금융지주 회장 대행으로 선임됐다. 황영기 회장이 우리은행장 재직시절 이뤄진 파생상품 투자 손실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탓이다.



이후 한달이 지난 10월29일 사외이사 9명 전원으로 구성된 회추위가 꾸려졌다. 11월13일에는 조 담 이사회 의장을 위원장으로 뽑았고, 지주 산하 평가보상위원회와 헤드헌터사, 사외이사 등의 추천으로 21명의 후보군을 확정했다.

같은달 20일에는 후보군을 3명으로 좁혀 '숏리스트'를 만들었다. 3일 이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해 다음 날 이사회에 단독으로 추천할 회장 후보를 결정할 예정이었다.

단독 후보가 되려면 회추위원 3분의2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이후 시장에서는 "누가 사외이사 몇 명을 확보했다" "박빙의 승부가 펼쳐지고 있다"는 등의 관전평이 나돌았다.



◇단독 후보로 가나=회추위는 일단 인터뷰일정을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조 위원장은 "강 행장 단독으로라도 인터뷰는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정을 중단하면 자칫 중도포기한 후보들의 주장을 인정하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는 이어 "절차가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것은 KB금융지주 안팎에서 다 인정하는 일"이라며 불공정 논란을 일축했다.

2명의 후보가 인터뷰를 '보이콧'했지만 강 행장은 일정대로 인터뷰에 응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강 행장은 아직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회장 선발과정이 파행을 겪는 만큼 강 행장이 무혈입성을 해도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될 전망이다. 금융계 일각에선 무리하게 회장직에 도전하기보다 공모 등의 방법으로 후보군을 다시 추려 회장을 뽑는 게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