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노조 시행 또다시 유예?

머니투데이 신수영 기자 2009.12.01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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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노조 시행이 또다시 유예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한나라당이 노사 의견을 절충, 복수노조 도입을 3년 미루고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는 대기업에 우선 적용하는 노조법 수정안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사실상 여당의 중재안은 3차례나 유예된 노조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을 또다시 유예하는 것과 마찬가지. 한국노총이 돌연 강경에서 유화로 입장을 바꾼 가운데 '사실상 유예'로 실마리가 풀릴지 주목된다.



한나라당은 1일 노동부와 한국노총, 재계 등에 이 같은 중재안을 '아이디어 차원'에서 제시했다고 밝혔다. 이 안에 따르면 내년 시행 예정인 복수노조 허용은 법 시행시 혼란을 감안해 3년 유예한 2013년부터 시행된다.

역시 내년 시행 예정인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는 노조원 1만명 이상 대기업에 먼저 적용하고 중소기업에는 단계적으로 추진된다. 중소기업에 대한 준비기간은 복수노조의 유예시기와 같은 3년으로 알려졌다.



내년부터 대기업에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가 시행되는 점을 제외하면, 사실상 복수노조와 전임자 모두 3년간 유예되는 셈이다.

한나라당은 오는 2일까지 노사가 합의안을 내놓기를 요구한 상태다. 합의가 없을 경우 한나라당의 안을 바탕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내년 시행에 흔들림이 없다"는 입장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이번 중재안이 한나라당의 공식입장은 아닌 것으로 안다"며 "당론으로 받아들이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번에 문제가 된 노조법은 복수노조 시행 및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에 대한 조항을 담고 있다. 지난 1997년 제정된 이 법은 노사 간 이견으로 3차례나 시행이 연기된 상태. 가장 최근의 유예는 지난 2006년으로 민주노총을 제외한 노사정 대표가 모여 관련 규정을 3년 뒤인 2009년 말까지 유예키로 타협했다.

유예기간 중 기업 단위 복수노조 허용 시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과 노조 스스로 전임자 급여를 부담할 수 있는 재정자립 방안 등 2가지 방안에 대해 합의하자는 단서를 달면서다.



그러나 3년 동안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고 시행일(2010년1월)이 다가오자 정부는 '더 이상 유예는 안 된다'며 나름의 안을 준비, 시행을 강행해왔다. 이에 한국노총은 민주노총과 연대 총파업 카드를 꺼내드는 한편 정책 파트너인 한나라당을 압박해왔다.

그 결과 나온 것이 여당의 '중재안'이다. 그러나 결국은 3년 전의 노조법 유예와 비슷한 형국이라는 지적이다.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자립방안 마련이나 복수노조 혼란을 감안한 시행시기 유예는 모두 당시 나왔던 이야기의 되풀이다.

민주노총을 뺀 노사정 대표가 논의를 한다는 점도 당시와 비슷하다. 2006년에도 민주노총을 제외한 노사정 대표 합의 내용을 토대로 관련법이 수정됐다.



한노총과 연대 총파업까지 고려했던 민주노총은 낙동강 오리알이 될 위기에 처했다. 내년 시행 강행 방침을 고수한 정부도 입장이 난처하다.

노사가 합의에 이를 경우, 노동부가 이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전임자 임금은 중소기업에 계도기간을 줄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복수노조에 대해서만은 시대적 흐름임을 수차 강조해왔기 때문이다. 정부는 일단 "노사 합의된 내용을 본 뒤 결정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한국노총과 재계는 이날 오후 만나 협상에 들어간다. 이런 가운데 한국노총과 재계 모두 내년 노조법 시행을 꺼리는 상황에서 여당의 중재가 받아들여질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재계는 복수노조 도입 시기를, 한국노총은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시기를 각각 늦출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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