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까지 번진 'MBC 멧돼지' 논란

머니투데이 김지민 기자 2009.11.30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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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독 임순례 "멧돼지 개체수, 오락 프로그램에서 다룰 만한 소재 아냐"

"생태계 복원을 위해 가장 먼저 제거돼야 할 것은 '멧돼지'가 아니라 당신들과 같은 '그릇된 발상'이다."

공영방송인 MBC가 최근 멧돼지 사냥을 소재로 한 '일요일 일요일 밤에'(이하 일밤)의 새 코너인 '대한민국생태구조단 헌터스'라는 프로그램을 제작하려는 것에 대해 영화감독 임순례 씨가 외친 말이다.

'멧돼지 사냥'을 다룬 방송 프로그램에 대한 논란에 정치권도 가세했다.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KARA) 대표로 있는 임 감독은 이날 조승수 진보신당 의원 및 환경관련 시민단체들과 함께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헌터스의 제작 중단을 촉구했다.



이들은 "생명을 죽이는 행위를 오락화 하겠다는 일밤 제작팀의 제작 의도는 생명과 생태계에 대한 MBC의 경악스러운 무지와 오만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이라며 "이는 국민의 무의식의 세계에 생명에 대한 살해의 잠재의식을 심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즉각 폐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김영희 PD(일밤 총괄 프로듀서)를 향해 "지금까지 보여주려 노력했던 소외된 이웃들에 대한 사랑과 올바른 사회를 위한 참신한 발상들 기억하는 국민들에게 이번 기획은 실망스럽게 다가올 것"이라며 "비전문적이고 근거 없는 확신에서 기인한 자만"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공영방송인 MBC는 반생명적, 반생태적 방송계획에 대한 최종 책임자로서 공식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환경부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최근 환경부가 멧돼지의 개체수를 조절한다는 명목으로 발표한 '도심 출현 야생 멧돼지 관리대책'은 멧돼지 서식지 등 생태계 전체를 고려한 과학적 검증이 이뤄지지 않은 채로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환경부가 논의했다는 동물전문가는 사냥전문가에 불과했고 생태적인 개체 수 조절이라는 논의는 배제됐다"며 "환경단체 등은 이미 환경부를 향해 전체 생태계를 고려한 인도적 개체 수 조절에 대한 국민적 논의를 제안했지만 정부가 일방적인 조치를 취했다"고 맹비난했다.


임 감독은 "기본적으로 예능오락 프로그램은 멧돼지 개체 수 조절을 다룰 수 있는 그릇이 될 수 없다"며 "MBC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이 문제를 가볍게 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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