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에서 갈등을 빚지 않는 방법

양광모 휴먼네트워크연구소(HNI) 소장 2009.12.05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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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내편으로 만드는법] '나다너다우다'

인간관계에서 갈등을 빚지 않는 방법


내가 쓴 칼럼 중에 '나소너소우소'가 있다. 기업에 나가 강의를 할 때도 자주 이야기하는데 "나는 소중하다, 너도 소중하다. 우리는 모두 소중하다"는 뜻이다. 비슷한 말이기는 하지만 다른 말로 강조할 때는 "나는 내가 가장 소중하다, 너는 네가 가장 소중하다. 우리는 모두 자기 자신이 가장 소중하다"는 뜻이라고 설명한다.

좋은 인맥, 좋은 인간관계를 만드는 비결은 스킬에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 있다. 세상 사람은 모두 자기 자신을 가장 소중하게 생각한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상대방을 소중하게 대하려는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 성공적인 인간관계의 핵심 비결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비결이 있다면 "나다너다우다"를 잊지 말아야 한다. "나다너다우다"는 "나는 다르다, 너도 다르다, 우리는 모두 다르다"는 뜻이다. 세상 사람은 모두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행동한다. 저마다 다른 것을 좋아하고 제각각 다른 상황에 놓여져 있다. 인간관계에서 갈등을 빚지 않으려면 모든 사람은 서로 다르다는 "나다너다우다"를 명심해야 한다.

며칠 전,수요일 밤에 있었던 일이다. 고등학교 2학년인 딸이 야간자율학습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더니 텔레비전을 켜고 드라마를 보기 시작한다. 가뜩이나 공부에 소홀한 것 같아 걱정스럽던 마음에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 마침내 잔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선덕여왕만 보는 줄 알았더니 이제 수목드라마도 보는 거야?"

딸은 아무런 대답도 없이, 심지어 내 쪽을 쳐다보지도 않고 드라마에 빠져있다. 은근히 화가 치밀어 올랐다. 텔레비전 화면이 보이지 않도록 딸아이의 앞을 가로막고 묻기 시작했다.

"지난 주말에도 몇 시간씩 컴퓨터에 매달려있더니 도대체 공부는 언제 하려고 그러는 거야?"


그제서야 딸이 화난 목소리로 대꾸를 한다.

"내가 알아서 할거야. 서울에 있는 대학교 가면 되잖아."

딸아이의 신경질적인 반응에 나도 덩달아 목소리가 높아졌다.

"좋아, 맘대로 해. 그 대신 아빠가 이야기했듯이 절대로 재수는...."

여기까지 말하는데 갑자기 딸이 격한 목소리로 울음을 터뜨리며 내게 화를 쏟아내기 시작한다.

"제발 그 이야기 좀 그만 해.왜 날마다 똑같은 이야기 해? 나도 알았다고! 알았으니까 그만 해"

느닷없는 아이의 반응에 너무 어이가 없어 잠시 말문을 잃고 있는데 아이는 계속 흐느낀다.

"아빠가 몇 번이나 말했다고...지난번에 말한 것도 벌써 3,4개월 전인데..걱정돼서 어쩌다 한 번 말한 걸 가지고 그렇게 화를 내..."

구구절절하게 변명을 늘어놓았지만 도무지 딸에게는 내 생각과 감정이 전달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오히려 더욱 어깨를 들썩이며 서럽게 울고 있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망연자실해 있던 순간, 비로소 나는 "나다너다우다"의 참다운 의미를 깨닫게 되었다. 그동안 내가 얼마나 '다름과 틀림'을 인정하지 않고 엉터리로 살아왔는지 절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세상에 똑같은 사람은 한 명도 없다. 저마다 얼굴 생김새가 다르듯이 생각, 감정, 취향, 처해있는 상황이 모두 다르다. 이렇게 서로가 다르다는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갈등이 사라진다. 딸과의 갈등에서 나는 다음과 같이 서로가 다르다는 것을 받아들였어야 마땅했다.

첫째, 생각이 다르다
나 : 대학교 진학을 준비하는 학생이 텔레비전을 시청하는 것은 적적하지 않다
딸 : 공부할 때 공부하고 쉴 때 텔레비전 보는 것은 문제되지 않는다.

둘째, 경향(취향, 방법)이 다르다.
나 : 드라마를 보면 정신이 산만해져 공부에 방해가 된다.
딸 : 재미있는 드라마를 보고 나면 더욱 공부에 몰입할 수 있다.

셋째, 감정이 다르다
나 : 걱정이 된다. '열심히 공부하라'는 말을 어쩌다 한두 번 했다.
딸 : 정말 듣기 싫다. '공부하라, 재수는 안된다'는 말을 반복한다.

넷째, 상황이 다르다
나 : 사회활동에 바쁜 직장인. 딸의 진학문제는 결국 본인의 손에 달린 문제이다.
딸 : 고3 수험생. 수능, 대학과 학과결정 등 모두가 나에게 달린 문제다. 걱정도 많고 스트레스도 심하다.

이처럼 아버지와 딸 관계에서도 서로의 생각, 취향, 감정, 상황은 전혀 다르다. 물론 나는 딸이 열심히 공부하기를 바라고, 가급적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따라서 앞으로도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조언과 조치를 취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과 동시에 딸과 내가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 다른 취향을 선호하고, 다른 감정을 느끼고, 다른 상황에 놓여져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에 맞게 행동할 것이다.

인간관계에서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면 사람은 모두 다르게 생각하고, 다른 취향을 갖고 있으며, 다르게 느끼고, 다른 상황에 놓여져 있다는 점을 명심하라. 인간관계의 갈등은 대부분 서로가 다르다는 점을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한다는 점을 명심하라. 우리는 모두 "나다너다우다" 결국 이날, 나는 딸아이와 함께 눈물을 흘리며 다음과 같이 사과했다.

"미안해. 아빠는 그렇게 생각 안했는데 무심코 한 말이 스트레스와 부담을 많이 준 모양이구나. 앞으로는 공부하라는 말, 재수는 안 된다는 말 절대로 하지 않을게. 아빠가 잘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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