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전] 두바이쇼크, 진정될까?

머니투데이 정영화 기자 2009.11.30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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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증시 반등은 긍정 신호…국내증시 기술적 반등 기대

시장에 비관이 다시 엄습했다.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고 난 뒤 진정국면에 접어든 이 때 다시금 찬물을 끼얹었다. 악몽을 되살리게 했다.

투자자들이 두려워했던 것은 두바이발 사태 그 자체가 아니라 이것이 다시금 불씨가 되어 전 세계로 전염시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였다. 이미 리먼 브라더스 사태로 혹독한 시련을 겪었던 투자자들은 작은 불씨 하나에도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지나친 기우였는지, 아니면 타당한 것이었는지는 시간이 판명해줄 전망이다.



어찌되었든 전 세계적으로 홍콩 증시(-5.1%) 다음으로 우리 증시(-4.7%)가 가장 예민하게 반응했다.

수급적으로는 외국계 자금이 일부 빠져나간 것이 원인이었다. 외국인은 지난 금요일 코스피 시장에 2099억원과 선물시장에 1만4273계약을 매도했다. 절대적인 규모가 결코 큰 것은 아니었지만, 펀드 환매 등으로 수급 자체가 취약한 상태였기 때문에 적은 매물로도 증시에 쓰나미를 일으킬 수 있었다.



지난 주말 미국과 유럽은 의연하게 반응했다. 미국은 1%대 하락에 그쳤고, 두바이발 위기에 직접 노출된 영국과 독일 등 유럽은 오히려 1%대 상승했다. 증시 측면에서만 본다면 예상보다 빨리 진정된 모습이다.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 국가들의 반응이 예상외로 차분했기 때문에, 국내 증시도 이번 주는 지난 주말과 같은 패닉 상태에서는 벗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FTSE 선진국 지수 편입을 전후로 들어왔던 유럽계 자금(영국 독일 등)이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일시적으로 빠져나갈 가능성은 열어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참고로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두바이 국가 채무 800억 달러 가운데 절반 이상이 유럽계 몫이고, 올해 2분기를 기준으로 아랍에미리트연합의 채무 1230억 달러 중 유럽이 70% 이상(영국 502억 달러, 프랑스 113억 달러, 독일 106억 달러)을 차지하고 있다.

앞으로 두바이발 사태가 어떻게 진정돼 갈 지와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자금 이탈이 진정되느냐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증권사 '오늘의 시황'
-과도한 비관은 경계, 단기 외국인 자금 이탈여부가 변수

◆현대증권=지난 주 증시 급락의 근본적 원인은 최근 미국과 함께 유럽도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불안요인이 잠재된 상황에서 추가적인 두바이 쇼크에 따른 은행 부실이 제2의 금융 위기 우려로 확대 해석되었기 때문이다.

금융시장의 유동성 여건을 반영하는 리보 금리가 여전히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이번 위기가 큰 악재는 아닐 것이라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일단 현 시점에서의 두바이 쇼크는 새로운 악재라기보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후행적인 잔파동 정도로 해석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하나대투증권=역사적으로 12월의 주식시장은 국내외 모두에서 다른 달에 비해 양호한 성과를 보여왔다. 이로 인해 매년 이맘때쯤이면 연말 윈도우 드레싱과 배당관련 매수세 등과 맞물려 연말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부각되곤 했다.

주식시장의 하락채널은 계속되고 있고 이러한 추세를 벗어나기는 어려워 보인다. 연말랠리와 미국의 소비시즌에 대한 기대감은 남아 있지만, 미국의 소비회복세가 정상화되기에는 아직 구조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으며, 두바이발 악재가 금융시장 전반의 센티멘트를 약화시킬 개연성이 높아 연말랠리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반감시킬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증권=국내 증시에서 일부 외국인 자금이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일시적으로 이탈할 가능성은 열어둘 필요가 있다. 실제로 지난 10월 유가증권시장 외국인 국적별 순매수 동향을 보면 영국과 독일계 자금의 순매도가 눈에 띈다.

하지만 두바이 월드 채무 상환에 대해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리더 격인 아부 다비가 전폭적인 수준까지는 아니어도 구제 의지를 보이고 있는 만큼 두바이 사태가 금융위기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두바이 사태가 신용시장 경색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적고, 12개월 예상 PER(주가수익배율) 기준으로도 10배를 하회하고 있는 만큼 중장기적으로 우량주를 담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신한금융투자=두바이월드는 두바이 정부가 보유한 국영투자업체라는 점에서 곧 두바이의 모라토리움으로 해석되기도 하며, 여기에 투자한 각국의 금융투자 규모가 적지 않다는 점도 어느 정도 진정되는 듯한 모습을 보였던 글로벌 금융위기의 재발 우려를 낳고 있다.

이번 두바이월드 사건이 전 세계 상업용 부동산 투자의 연쇄 파산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수준으로까지 확대되고 있어 적어도 투자심리 측면에서의 충격은 적지 않은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연계된 자금규모가 제한적이고, 금융위기와 같은 파생상품의 도미노식 부실확대 가능성도 없다는 점에서 과도한 비관론도 경계한다. 이번 사태의 파장이 크기는 하지만 그간 진행되었던 글로벌 경기회복세가 완전히 무의미해져버린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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