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건설의 상환우선주 발행 배경은?

더벨 이도현 기자 2009.11.30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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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률 저조한 지방사업장 지원가능성↑...자금조달·재무구조 개선효과 기대

더벨|이 기사는 11월29일(11:46)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롯데건설이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3000억원 규모의 자금조달에 나선다. 회사 측은 단순 재무구조 개선목적이라고 밝혔지만 발행규모에 비해 만기가 짧아 단기적인 자금소요에 대비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롯데건설이 분양률이 저조해 분양대금으로 사업을 진행하기 어려운 지방사업장에 자금을 투입하기 위한 조치로 보고 있다. 회사채나 기업어음(CP)을 발행하면 부채로 잡히지만 상환우선주는 자본으로 잡혀 재무구조가 개선되는 효과도 볼 수 있다.

내년 상장을 앞두고 있는 롯데건설이 상환우선주를 발행해 단기로 자금을 조달하고 상장 이후 대규모 자금이 유입되면 이를 활용해 상환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 지방 사업장 분양률 낮아 운전자금 선제 투입 필요성

롯데건설은 3000억원을 마련하기 위해 제3자 배정방식의 유상증자를 실시한다고 25일 공시했다. 이번 유상증자는 주당 9만4800원짜리 상환우선주 316만4556주를 새로 발행하는 것으로 만기는 절반씩 각각 6개월, 1년으로 정해졌다.

3자 배정 대상자는 산토리니유한회사, 산토리니제이차유한회사, 티와이알제일차유한회사로 모두 특수목적회사(SPC)들이다. 이들 SPC는 롯데건설이 발행하는 상환우선주를 기초자산으로 ABCP를 발행해 인수대금을 마련할 예정이다.


상환우선주를 발행하고 SPC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은 이미 키움증권이 지난 18일에 선보인 바 있다. 키움증권은 100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방식의 상환우선주를 발행했고 SPC인 알피에스글로벌파트너스유한회사가 인수했다. 그리고 SPC는 상환우선주를 기초자산으로 ABCP를 발행했다.

그런데 키움증권의 상환우선주 만기가 5년인데 비해 롯데건설의 만기는 1년 이내로 짧다. 이는 롯데건설이 1년 이내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음을 반증한다.

이에 대해 롯데건설 관계자는 "공시한 바대로 재무구조 개선목적이라고 이해하면 된다"며 "더 이상 자세한 답변을 해 주기는 곤란하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분양률이 저조한 지방 사업장에 눈길을 주고 있다. 분양대금이 원활하게 들어오지 않고 있기 때문에 사업을 진행하기 위한 운전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이 같은 조치를 취했다는 것.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롯데건설의 평균 분양률은 80% 내외로 양호한 편이지만 부산, 대구 등 지방사업은 분양률이 낮아 공사미수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되는 자금도 올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에 분양완료 예정인 지방사업장에 투입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현재 롯데건설은 대구 평리동(공사미수금 1084억 원), 부산 엄궁동(1290억 원), 대구 중리동(1183억 원) 등에서 공사미수금 회수가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용평가사들은 조합물량은 대지 지분으로 총 분양액 자체가 크지 않고 일반분양은 분양률이 낮아 완공시점까지 추가적인 선투입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한 바 있다.

◇ 상환우선주로 자금조달과 재무구조 개선 동시효과

운전자금이 필요한 롯데건설이 회사채나 기업어음(CP) 대신 상환우선주 발행을 선택한 배경이 내년에 예정돼 있는 기업공개(IPO)와 무관치 않다는 게 시장의 반응이다.

SPC의 ABCP 발행을 담당한 증권사 관계자는 "롯데건설이 2·3년물 회사채를 발행해도 시장에서 충분히 소화가 가능한데 유상증자를 선택한 이유는 내년 초 상장을 의식한 것 같다"며 "필요자금을 조달하면서 동시에 재무구조를 개선해 상장 가격을 올리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고 전했다.

상환우선주는 만기 전까지 배당 형식으로 이자를 지급하고 만기에 일시 상환한다. 원리금을 지급해야 하는 회사채와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재무제표 상 회사채가 부채로 잡히는 반면 상환우선주는 자본으로 책정된다. 자금을 조달하면서 동시에 재무구조가 개선되는 효과를 볼 수 있는 것.

이 관계자는 "1년물로 채권을 발행하는 것은 '롯데'라는 대외신인도에 비춰 모양새가 좋지 않을 뿐더러 상장을 앞두고 굳이 장기로 차입해 부채비율을 높일 필요가 없다"며"상환우선주 상환자금은 상장을 통해 유입되는 자금을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최근 회사채 발행을 위해 사전 수요조사(태핑)까지 진행했던 롯데건설이 내년으로 발행계획을 잠정 연기한 것이 같은 맥락이다.

일각에서는 최근 다시 자금줄이 조여지고 있는 부동산금융 시장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도 내 놨다.

증권사 부동산금융 관계자는 "이전까지는 '롯데'라는 이름만으로 자금조달이 어렵지 않았지만 요즘은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며 "투자자들이 개별 사업장 중심으로 평가하면서 분양률이 좋지 않거나 투자 대비 사업성이 높지 않다고 판단되는 사업장에서는 자금을 마련하는 게 어려워졌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회사 입장에서는 지방 미분양 사업장에 투자하기 위해 회사채나 CP를 발행한다고 하면 이목이 집중될 수 있다"며 "상장 이후 대규모 자금이 유입되면 숨통이 트일 수 있으니 그 때까지는 단기차입금 형식의 상환우선주를 발행해 자금조달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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