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 사태, 이머징 마켓 조정 촉매 되나?

머니투데이 권다희 기자 2009.11.28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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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에이션 조정 올 것…전 세계적 영향력은 작을 것

두바이 월드 사태가 이머징 마켓의 조정으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

모하마드 엘 에리언 핌코 최고경영자(CEO)는 27일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시장의 밸류에이션과 실제 경제 상황과의 차이가 몇 주 전부터 인식됐으나 실제로 주식 보유 비중을 낮추는 경우는 드물었다"며 "이번 사태가 펀더멘털에 비해 지나치게 높아진 위험 자산 조정에 촉매로 작용할 것"이라 밝혔다.

에리언 CEO는 "두바이의 부실 채권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걸프 국가들에서도 리스크 스프레드가 확대되고 있다"며 "특히 이머징 마켓을 중심으로 조정이 확산돼 광범위한 자산 매각이 발생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투자자들에게는 이번 조정장이 오히려 매수기회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피델리티 자산운용의 이머징 유럽, 중동 매니저 닉 프라이스도 "중동지역에서의 거대한 건설 프로젝트로 인한 자산 버블의 폭발은 필연적인 사태"라며 "걸프 지역은 급격한 조정을 지속적으로 겪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크 모비우스 템플턴 자산운용 회장도 블룸버그 TV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으로 이머징 증시에 막대한 조정이 닥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현재 같은 강세장에서 20% 가량의 조정은 상당히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베트남의 동화 절하, 대규모 IPO 물량 등 이머징 마켓 조정을 불러올 수 있는 요소들이 연이어 나오는 가운데 이번 두바이 사태가 증시 조정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연말이라는 시기적 요인도 위험자산 매각세에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올 한해 동안 글로벌 증시의 랠리로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펀드매니저들이 수익률 관리를 위해 위험 자산 투자를 꺼리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22개국의 증시를 추종하는 MSCI 이머징 지수는 올해 들어 64% 올랐다. 러시아의 RTS 지수는 129% 이상 오르며 세계 증시 중 가장 높은 상승폭을 보였다. 브라질, 중국, 인도 증시도 연초대비 70% 이상의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머징 증시가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자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 조제프 스티글리츠 콜롬비아 대학 교수 등은 약달러로 인한 달러캐리드레이드 자금이 이머징 증시 등 위험자산으로 몰려 버블이 형성된다는 의견을 누차 밝혀 왔다.

여기에 수출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며 자국 통화절상을 꺼리는 이머징 국가들이 기준 금리를 실제 요구되는 수준보다 낮은 수준으로 유지한 것도 이머징 증시 랠리를 이끌었다.

그러나 두바이 사태가 전 세계 증시에 직접적으로 미칠 여파는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두바이 월드의 주요 채권단은 두바이와 아부다비의 국내 은행들이기 때문이다.

BIS의 자료에 다르면 아랍에미레이트(UAE)에 대한 외국은행의 손실위험(익스포져)은 총 1300억달러다. 이는 외국계은행들의 전체 익스포져 가운데 0.4%를 차지할 뿐이다.

27일 MSCI 이머징 마켓 지수는 전날보다 16.970포인트(1.771%)하락한 941.01를 기록했으며, MSCI 아시아태평양 지수는 3.66포인트(3.113%) 하락한 113.9를 기록했다. S&P 아시아 50 지수도 4.16% 떨어졌다.

항셍지수는 4.84%, 코스피는 4.69% 하락했다. 상항이 종합지수는 2.36%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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