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도심부의 재개발, 상암동 DMC, 서울시와 AIG가 공동 개발하고 있는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 그 옆의 통일교부지에 짓고 있는 복합업무단지 Parc1, 이미 철거가 완료된 전경련 빌딩의 재건축, 용산국제업무지구, 뚝섬의 개발 그리고 잠실 제2롯데월드 신축 등 거의 모두가 최소 60층에서 100층 이상의 첨단빌딩들이다.
아파트가격도 너무 비싸다. 그 배경에는 우리나라의 가계부채가 있다. 2008년 12월 기준 가구당 부채는 4128만원으로 전년보다 286만원이나 늘었다. 이런 부채를 감당하면서까지 소비가 늘까. 소비가 늘지 않는데 일자리와 회사가 늘 수 있나. 고도성장을 예상할 수 없는데 빌딩만 짓는다면 그 결과는 무엇일까.
이로 인해 두바이는 일약 세계적인 도시로 떠올랐고, 모든 사람들이 선망하는 도시가 됐다. 그런데 최근 두바이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최첨단 빌딩을 짓는 작업이 곳곳에서 중단되고 있다는 것이다. 임대료 수입을 보고 투자한 외국계 투자자(금융업)들의 사정이 악화된 때문이라고 한다.
세계적인 글로벌 금융/경제위기를 초래했던 미국 역시 앞으로 다가올 문제 중 하나로 '상업용 부동산'을 들고 있다. 미국 은행들이 가계에 무분별하게 대출함으로써 생긴 서브프라임 위기는 실물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줬다. 상업용 부동산은 일종의 후폭풍과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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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물경제가 악화됨에 따라 실업률이 올라가고 소비가 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상업용 쇼핑몰이나 빌딩을 개발하는데 자금을 투자하거나 대출해준 금융업이 사업성을 확보할 수 없는 것은 자명하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상업용 빌딩에 투자하거나 대출한 금융업이 부실해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가계대출 잔액을 보면 2007년 약 474조원이었던 것이 올해 8월 537조원로 2년만에 60조원 이상 늘었다. 시중의 유동자금 중 많은 부분이 부동산에 투자돼 있다. 높은 임대료를 노린 투자다. 그러나 임대료가 높은데 기업의 경쟁력이 생길 수 있을까. 사무실 공실률이 높아져도 높은 임대료가 유지될까. 이런 곳에 대출했거나 투자한 금융기관은 건전할 수 있나.
'상업용 부동산'의 부실화,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물은 계속 짓는다. 무분별한 개발경쟁과 금융기관 부실에 따른 부담은 누가 지게 되나. 금융기관의 부실을 세금으로 메우고 있는 우리와, 풍요로운 먹거리 대신 텅텅 빈 빌딩들을 유산으로 물려받을 우리의 자식들이다.
서울은 두바이가 아니다. 서울은 사막의 조그만 어촌이 아니다. 500년 이상 수도로서의 역사와 전통이 있고, 한반도 문화의 중심이 서울이다.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루고 있는 아름다운 도시가 서울이다. 대한민국의 자랑인 서울에서 무분별한 첨단빌딩 짓기 경쟁을 하는 것은 서울을 파괴하는 것이다. 나아가 한국경제 전반을 위태롭게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