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의 자산은 지난 9월말 현재 330조원, 외환은행은 100조원 규모다. 한때 소문처럼 우리금융과 하나금융이 손을 잡고, KB금융이 외환은행을 인수한다면 자산이 각각 300조원 안팎인 은행권 '빅3'의 면면이나 상호 격차가 달라진다. 수신기반 확대에 고심하는 산은금융지주가 정부의 후원 아래 외환은행을 끌어안는 경우 기존 '빅3'에는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큰 덩치 문제는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매각절차가 지연되거나 진통을 겪는 대우조선 (31,300원 ▲700 +2.29%)이나 대우건설 (3,745원 ▼20 -0.53%)이 지금보다 몸집이 작았다면 일찌감치 제대로 된 주인을 찾았을 것이다. 우리금융이나 외환은행의 몸값을 낮추는 방안이 제기되는 것도 '대마불매' 우려를 감안한 것이다.
당국이 팔기가 간단치 않다는, 규모 만의 문제로 은행권 M&A 논의에 거리를 두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덩치가 크면 망하지 않는다는 '대마불사'(大馬不死) 신화가 외환위기 당시 한국에서, 그로부터 10년 후 글로벌 금융위기의 진원지가 된 미국에서 깨졌듯 '대마불매' 역시 불변의 경험칙은 아니다. 시장에서 실현 가능한 M&A 구상이 나오고, 시장독과점 소지도 없다면 정부가 막을 여지는 그리 많지 않다.
또한 세계적인 은행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국내 주자를 만드는데 '외형'이 필요충분조건인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는 상태다. 이와 관련해 당국에선 국내 은행 지주회사들이 규모는 키웠지만 내부 시너지도 제대로 내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런 이유에서 은행 M&A에 소극적이라면 이해 못할 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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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한 것은 당국이 은행이나 금융산업의 미래에 대해 큰 그림이나 지원전략을 세워두었느냐다. 당국의 대응력이 은행산업 재편의 속도나 방향을 좌우한다. '대마불매'를 핑계삼아 은행들의 움직임을 그저 지켜보고만 있는다면 금융산업의 도약은 기대하기 어렵다. 정부는 우리금융 대주주라는 지위상 피할 수 없는 M&A 당사자이기도 하다. 아울러 큰 말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마장을 키우는 데 정부의 역할은 결코 작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