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포통장 없애 '금융사기 길목' 완전차단

머니투데이 김익태 기자, 박재범 기자 2009.11.27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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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대포통장과의 '마지막 전쟁' 선포

금융감독당국이 일명 '대포통장'과 마지막 전쟁에 나선다. 대포통장만 없애면 사실상 금융사기가 발붙일 곳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돈줄만 막으면 되지 않겠냐"(금감원 관계자)는 얘기다.

당국과 금융사기꾼의 싸움은 이전에도 계속됐다. 예금통장에 '양도금지' 문구를 기재토록 한 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외국인이 통장을 개설할 때는 신분확인을 더 강하게 하도록 했다.



지난 9월부터는 대포통장 예금주의 다른 은행계좌에서는 비대면 인출을 불가능하게 했다. 일련의 조치는 적잖은 효과를 봤다.

당국이 '은행간 계좌개설 정보공유'라는 카드를 꺼낸 것도 이런 자신감에서 비롯됐다. 그간 대책이 대포통장의 유통을 막는 것이었다면 이번엔 아예 뿌리를 없애겠다는 게 당국의 생각이다.



◇저장창고 '대포통장'=인터넷쇼핑·전화금융 사기범은 '대포통장'을 이용한다. 인터넷 등을 통해 은밀히 거래되는 대포통장이 없으면 전화금융 사기 자체가 어려워진다. 이로 인해 엄청난 피해를 입는 사람들도 나오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인터넷 검색창에 대포통장을 치면 얼마나 판을 치고 있는지 금방 확인된다. 대포통장을 판다는 광고성문구가 가득하다. 가격은 물론 안전하게 사용하는 법까지 나와 있다.

사기범들은 대포통장 매매과정에서 타인명의의 휴대전화, 이른바 '대포폰'을 사용한다. 불법을 은폐하기 위해서다. 대포폰이 전화금융 사기의 통로역할을 한다면 대포통장은 사기친 돈을 저장하는 창고라 할 수 있다.


=대포통장 모집책들은 여러 이유를 들어 사람들을 현혹한다. 외국인 근로자의 월급통장 등으로 쓰인다거나 경찰에 체포돼도 예금통장을 분실했다고 하면 처벌받지 않는다는 게 대표적이다.

급전이 필요한 사람이 이런 미끼에 걸려든다. 본인명의로 예금통장을 만든 뒤 이를 대포통장 모집책에게 판매하곤 한다. 통상 예금통장 1개당 10만원 내외에 팔린다. 미등록 대부업자가 대출을 미끼로 신용등급이 낮은 대출 신청자에게 예금통장과 현금카드를 받아 차액을 남기고 팔아넘기기도 한다.



외국인이 본국으로 가기 전 자신명의의 통장을 판매하는 경우도 있다. 친·인척과 지인에게 예금통장을 빌린 후 이를 모집책에게 판매하는 사람도 있다. 대포통장 모집책은 종전엔 예금통장을 무제한으로 매입했다. 하지만 지난 9월 비대면 인출거래 제한대책이 시행된 뒤에는 1명당 4개 내외만 매입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출을 해준다거나 통장을 산다는 말에 속아 통장을 제공했다고 해도 이는 명백한 범죄행위"라며 "자신의 통장이 범죄에 이용되는 데 책임을 져야하는 만큼 각별히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포통장' 뿌리뽑기=전화금융사기에 골머리를 앓던 감독당국이 주목한 게 바로 대포통장이다. 돈을 빼가는 곳을 막으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지난 6월 이후 대포통장의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등 '길목'을 지켰다.



5개월 동안 적발한 대포통장만 4820개다. 이 계좌에 220억원이 입금됐는데 지급을 중지시켜 허공에 날릴 뻔한 129억원을 살렸다.

당국은 여기서 한발 더 나갔다. 앞으로 은행별 계좌 개설 여부를 한번에 파악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하루이틀 사이 통장을 여러 개 만드는 등 '이상한' 행동이 그대로 드러난다.

시스템 마련도 어렵지 않다. 기존 세금우대저축한도를 조회하는 시스템을 활용하면 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통장을 만들 때부터 대포통장이 생길 수 없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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