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라토리엄' 두바이 쇼크 일파만파

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 2009.11.26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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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 CDS 급등... 5개월래 최고 수준

두바이의 국영 개발회사 두바이월드가 채무상환 임시동결을 선언하자 전세계가 두바이를 우려 섞인 눈으로 보고 있다. '사막의 기적'으로 일컬어지던 두바이가 실은 모래 위에 지어올린 사상누각이 아니냐는 것이다.

두바이 정부는 25일(현지시간) 최대 국영기업인 두바이월드에 대해 구조조정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이를 위해 두바이월드와 두바이월드의 자회사 나킬의 채권단에 대해 내년 5월30일까지 6개월간 채무상환을 '동결(standstill)'하기로 했다. 사실상 모라토리엄(채무상환 유예)이다.



막 세계 경제가 회복을 시작한 국면에 나온 '두바이 쇼크'는 투자자들에게 큰 충격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부채를 모두 책임지겠다는 두바이 정부를 믿었던 투자자들로서는 뒤통수를 맞은 격이다.

두바이 EFG에르메스의 모니카 말리크 애널리스트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기 때문에 두바이 경제가 그다지 나쁘지 않다고 해도 투자 심리는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 두바이 인공섬 프로젝트(조감도)↑ 두바이 인공섬 프로젝트(조감도)


현재 두바이의 채무는 800억달러로 이 가운데 두바이월드의 채무는 600억 달러다. 당장 다음달 만기가 돌아오는 나킬의 이슬람채권(수쿠크) 규모가 40억 달러에 이른다.

이달 초 두바이 지도자 셰이크 모하메드는 두바이에서 열린 콘퍼런스에서 채무상환에는 문제가 없다고 단언한 바 있다. 이에 투자자들은 나킬의 수쿠크 상환을 정부가 보증할 것으로 믿고 두바이 채권에 대한 신뢰도 접지 않았다.

도이치뱅크에 따르면 두바이가 발행한 채권 중 내년 1분기 49억 달러 규모 채권의 만기가 돌아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디스는 채무자들이 두바이의 채무상환 동결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후폭풍

투자자들이 두바이 채권에 높은 프리미엄을 요구하면서 채권 시장도 요동쳤다. 두바이의 5년물 크레디트 디폴트 스왑(CDS) 스프레드는 지난달 20일 287.59 bp였으나 채무 상환 여부에 의문이 제기된 24일 318bp를 기록했고 25일 현재 440.14bp로 계속 오르고 있다. 두바이 CDS는 5개월래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두바이 쇼크 탓에 UAE내 아부다비와 카타르의 CDS도 덩달아 올랐다. 더구나 이번주에 그리스의 CDS가 상승하면서 불안감이 커진 터라 국채 투자자들은 누구보다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더욱이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들도 늘어난 재정적자에 CDS가 급등한 상황이다.

무디스는 25일 두바이 정부 관련 6개 채권발행기관의 등급을 일제히 낮추고 추가 하향 가능성도 열어놨다. 무디스는 나킬에 대한 등급을 매기지는 않고 있지만 두바이 금융상황을 보여주는 리트머스 시험지로 인식하고 나킬을 주시해 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한 금융권 관계자는 "두바이가 '중동의 아르헨티나'라는 식으로 불리게 되면 곧 고분고분해져서 채무를 상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두바이로서는 세계 자본시장의 신뢰를 유지하느냐 잃어버리느냐 기로에 섰다는 것이다.

이번 조치로 두바이에 대한 실망감은 아부다비를 다시 보는 계기가 되고 있다. 앞서 두바이 재무부는 재무건전성 강화를 위해 채권을 발행, 50억 달러를 조달했다고 밝혔다. 그 전에는 100억 달러 규모의 채권을 발행했으며 총 200억 달러를 조달, 채무상환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두바이가 발행한 채권을 인수한 곳이 바로 아부다비의 국책은행들이다. 사실상 아부다비가 두바이에 구제자금을 투입한 셈이다.

아부다비는 UAE의 중심 토후국이자 수도. 두바이가 최근 눈부신 경제발전으로 아부다비의 위상을 넘볼 정도가 됐으나 이번 채무지급 동결 선언으로 '큰 형' 격인 아부다비에 손을 벌리는 처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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