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슨해진 물가목표…불확실성·부양지속

머니투데이 배성민 기자, 이새누리 기자 2009.11.26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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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의 물가목표가 느슨해진 배경에는 금융위기 수습과정에서 파생된 불확실성이 자리한다. 환율, 유가 등의 변동성이 여전하고 저금리 인하로 상징되는 경기 부양책이 상당기간 지속돼야 한다는 당위론이 힘을 얻은 것이다.

하지만 금리 인상의 필요성을 주장해 왔던 한은 입장에서 운신의 폭을 고려하는 신중함이 더 짙어졌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금리 부담을 덜며 확장적 재정정책을 유지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한 셈이다.



◇물가 용인 범위 확대, 경기부양 강조= 26일 금융통화위원회의 결정으로 한은이 내년부터 적용하는 물가 목표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 동기대비) 기준 2 ~ 4%로 정해져 기존의 3±0.5%포인트보다 변동 허용 폭이 두배로 넓어졌다.

한은은 물가가 비교적 안정됐던 2004년 1월 ~ 2007년9월을 따져보더라도 소비자물가 변동성은 0.5 ~ 0.7%포인트 정도로 추정돼 기존의 변동허용폭(±0.5%포인트)은 다소 좁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또 국제 유가 급등기였던 최근 2년간에는 물가 변동성이 0.9 ~ 1.2%포인트로 늘었다.



향후 약달러 등이 맞물리며 환율, 유가 등이 중요 변수로 떠오른 상황에서 신중한 판단을 강조한 것이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금리정책을 변경하는 데 물가부분의 여유가 더 생기기 때문에 통화정책을 하는 데 있어 수시로 바꿀 필요는 없어졌다”고 평가했다.

◇변동범위만 글로벌 스탠다드(?) = 한은은 물가 목표에서의 변동범위가 글로벌 스탠다드라고 설명하고 있다. 주요국의 물가안정목표를 보면 뉴질랜드도 1 ~ 3%고 스웨덴, 칠레, 체코도 상하 변동폭을 ±1%로 설정해 두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변동 범위를 보면 차이도 드러난다. 물가 상승률이 4%에 이를 정도로 올라가도 이를 용인하는 국가는 칠레(3±1%포인트)를 제외하고는 없다. 또 2%를 제시하는 영국은 상항 1%포인트를 기준으로 목표 이탈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출구전략', 특히 금리 인상에 대한 강박에서 벗어나는 것도 물가 목표 범위 확대의 주요 이유로 꼽힐 수 있다. 김한진 피데스투자자문 부사장(이코노미스트)은 “과거 리먼 사태 직전에 금리를 올렸다 발발 직후 급격히 내렸던 것은 물가에 대한 고려가 컸다”며 “신중한 통화정책 운용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일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물가가 오르는 데 대해 적기에 대처하기 어렵다는 단점도 지적되고 있다. 권순우 실장은 “물가가 오를 때 빨리 인지해 대응하지 못하는 점은 단점으로 부양책에 따른 진짜 인플레를 놓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목표 변동 범위 확대 자체보다 결정 시점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견해도 있다. 민간연구소의 실장급 연구원은 “범위 확대 논의는 계속 진행됐지만 한은이 금리 인상을 상당기간 유보한 이후에 정책이 나오게 된 것”이라며 “한은은 출구전략 시행 압박에서 벗어나는 대신 신중한 결정을 할 수 있게 됐고 정부는 물가에 대하 우려는 어느 정도 접은 채 경기 부양에 상당기간 더 매진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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