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고, 과학고 수준 여건 갖춰야 존속"

머니투데이 최중혁 기자 2009.11.26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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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목고 제도개선 연구팀 시안 발표

-2012년까지 학급·학생수 과학고 수준 못맞추면 존속 불가
-"입학사정관제 전면 도입, 외국어학과별 선발 필요"
-"일반계고 혁신 위해 졸업자격 요건 설정 필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외국어고 개선안과 관련해 학급·학생수를 과학고 수준으로 조정한 학교만 외고로 존속시켜 주자는 방안이 제시됐다. 학생선발과 관련해서는 존폐 여부와 관계없이 입학사정관제를 전면 도입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또 일반계고의 혁신을 위해 졸업자격 요건을 도입하고, 영어·수학 등 중요 과목의 경우 무학년제, 교과교실제, 학점제를 전면 실시하는 방안이 중장기 과제로 제시됐다. 외고 수요의 일반계고 흡수를 위해 성적 최상위권 학생들을 별도로 가르치는 가칭 '고등학교대학과정(Highschool College)'을 설치하자는 안도 나왔다.

교육과학기술부의 위탁을 받아 정책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특수목적고 제도개선 연구팀'(팀장 박부권 동국대 교육학과 교수)은 오는 27일 오후2시 동국대 중강당에서 열리는 '고교체제 개편 공청회'에 앞서 이 같은 내용의 발표시안을 26일 공개했다.



연구팀은 외고 개편 방안으로 존속안(1안)과 폐지안(2안) 크게 두 가지를 제시했다. 1안의 경우 외고는 존속에서부터 자율형사립고, 자율형공립고, 국제고, 일반계고로의 전환을 2012년까지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

다만 외고로 존속하기 위해서는 학급수, 학생수를 과학고 수준으로 조정하고 시설 여건을 보강해야 한다. 올 9월 현재 학급당 학생수는 외고가 36.5명, 과학고는 16.9명이므로, 외고는 앞으로 3년간 학급당 학생수를 20명 정도 줄이지 못하면 존속이 불가능하게 된다.

다른 학교 형태로 전환하고자 할 경우에도 '법인전입금 부담'(자율형사립고), '국제계열 교육과정 전환'(국제고) 등 해당 학교 유형이 요구하는 요건을 충족했을 때에만 전환이 가능하며, 요건을 미충족했을 때에는 일반계고로 전환해야 한다.


학생선발 방식은 전환한 고교 유형의 선발방법에 따르되, 외고, 국제고, 자율형사립고에서는 입학사정관제를 전면 도입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정부는 전환 후 3년째 되는 해에 교육여건, 교육과정 운영, 교육의 질적 수준 등 학교의 전반적인 사항에 대해 평가하고 그 결과에 따라 특목고 등의 계속 유지 여부를 결정한다.

2안은 외고의 외국어 중점학교 전환을 중심 내용으로 하고 있다. 외고의 특목고 지위를 폐지하는 대신 자율형사립고, 자율형공립고, 국제고, 일반계고 등으로의 전환을 유도한다.

교육과정은 일반계 과정 중에서 외국어 부분을 확대 심화해 별도로 외국어 특성화과정을 개설하고, 학생선발은 1안과 같이 전환한 고교 유형의 선발방법에 따르되, 일반계고 외국어중점학과는 지원자 중에서 우선 추첨·배정(비평준화 지역은 학교별 선발)하고, 탈락자는 일반 추첨배정으로 전환한다.

연구팀은 외고 입시가 사회 문제로 대두된 만큼 선택 전환 시점인 2012년 이전에라도 △전기고 1개교 지원 원칙 수립 △각 외국어 학과별 선발 △입학사정관제 도입 △중학교교육과정 및 사교육 영향평가 위원회 구성 등 정부가 적절한 대책을 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외고 개편안과 함께 고교 유형을 일반계고, 특성화고, 특목고, 자율고로 정비하는 체제개편안도 제시했다. 전문계고, 전문계특목고, 직업교육특성화고는 '특성화고'로 유형 단일화(마이스터고는 특목고 포함 검토)하고, 특목고는 현행 9개 계열에서 설립목적이 분명한 외고(2안 채택시 삭제), 과학고, 예술?체육고, 국제고만 존치하는 방안이다. 자율형공립고, 자율형사립고, 자율학교는 새로운 고교 유형으로 '자율고'로 설정할 것을 제안했다.

연구팀은 또 일반계고의 혁신을 위해 반드시 이수해야 할 필수과목 설정 등 졸업자격 요건을 도입할 것을 중장기 과제로 제시했다. 현재는 성적 자격 요건 없이 출석일수만 채우면 졸업이 가능하지만 앞으로는 졸업요건을 까다롭게 해 공교육의 책무성을 높이자는 방안이다.

또 영어·수학 등 중요 과목의 경우 학원의 도움을 받지 않고도 자신의 수준에 맞는 공부를 할 수 있도록 무학년제, 교과교실제, 학점제를 전면 도입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2년의 준비기간 동안 영어와 수학을 학문의 내적 구조와 내용의 깊이에 따라 10~15단계로 재구성한 뒤 학생들이 대학수업처럼 선택해 들을 수 있게 하자는 안이다.

외고 수요의 일반계고 흡수를 위해서는 가칭 '고등학교대학과정'의 설치가 제안됐다. 일반계고의 영어, 수학, 과학 성적 최상위권 학생들을 별도로 모아 개별학교 또는 거점학교에서 방과후학교 형태로 가르치는 방식이다.

박 교수는 "일반계고의 획일적인 교육 프로그램이 외고 수요를 유발하고 있다"며 "국가 교육체계를 '국가중심 폐쇄형'에서 '소질중심 개방형'으로 전환하고 학교의 책임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교과부는 그 동안 교육감 협의회, 각급 학교 교장단 간담회 등을 통해 수렴된 의견과 공청회에서 논의된 시안들을 신중하게 검토한 후 다음달 10일 고교체제 개편안을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외고, 과학고 수준 여건 갖춰야 존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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