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세종시 TV토론 '국민앞에 서는 MB'

머니투데이 송기용 기자 2009.11.27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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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27일 밤 국민 앞에 선다. TV로 생중계되는 '대통령과의 대화'를 통해서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민에게 고개를 숙일 것으로 알려졌다. "행복도시는 계획대로 건설될 것이다" "서울시장 시절에 반대했지만 기왕 시작된 만큼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 등 대선 당시 공약을 철회하게 된 것을 사과할 방침이다. 그러면서 '국가 백년대계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세종시 수정 배경을 설명하고 국민의 이해를 구할 예정이다.

대통령이 자신의 과오를 공개적으로 인정하고 사과하는 행위는 이례적이다. 군부 철권통치 시절은 물론이고 김영삼 전 대통령 이후 문민 통치기간에도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이다.



이 사안이 불러올 파장은 만만치 않다. 대통령이 말을 바꾼다는 것은 통치권자로서 치명적이다. 국민과의 약속이 갖는 무게는 천금과 같기 때문이다. 직업 정치인 출신은 아니지만 정치에 입문한 이후 숱한 사선을 뚫고 여기까지 온 이 대통령이 이를 모를 리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사과와 변명이 아니라 약속을 지키는 것"이라는 민주당 정세균 대표의 비판은 뼈아프다. "정치는 신뢰인데, 신뢰가 없으면 무슨 의미가 있나"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지적은 더더욱 그렇다.

현실적으로 세종시는 이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 운명을 가를 내년 6월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의 뇌관이 될 수 있다. "세종시에 부산기업 다 뺏길 판"이라는 한 지역신문의 기사는 세종시가 가진 폭발력을 보여준다. 이 대통령이 이번 대화를 계기로 국민의 마음을 잡을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역효과가 발생한다면 향후 국정운영의 주도권을 빼앗길 위험을 안고 있다.



"생색은커녕 욕먹을 일만 손대는 것 같다"는 최근 발언을 보면 이 대통령의 마음도 편하지는 않은 것 같다. 대화를 하루 앞둔 26일 청와대는 세상이 온통 이 대통령의 사과 여부에만 관심을 갖고 있다고 서운함을 드러냈다. 이 대통령이 왜 자발적으로 세종시 수정이라는 험한 길을 걷게 됐는지, 그 진정성을 헤아려 달라고 요청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시쳇말로 '사서 고생을 하는 것'은 국가통수권자로서의 책임감 그것 하나뿐, 어떤 정치적 꼼수나 이해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원안대로 정부 부처가 이전하더라도 다음 정부에서나 본격화된다는 점에서나 세종시 문제가 불거진 후 충청은 물론 영호남에 수도권까지 가세한 비판을 보면 정치 공학적으로는 손해 보는 장사가 분명하다. 그럼에도 이런 선택을 한데서 국정최고 책임자로서의 깊은 고심과 역사와 대화하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이 대통령은 세종시 수정에 승부수를 던졌다. 그리고 27일 '대통령과의 대화'는 이 싸움의 분수령이 될 게 분명하다. 이 대통령이 국민의 마음을 얻으려면 무엇보다 진정성을 보여줘야 한다. 대선 당시 발언이 '충청표를 의식한 잘못된 일'이라는 점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세종시를 왜 원안대로 할 수 없다고 판단했는지, 자신의 고심을 날 것 그대로 국민 가슴에 전달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일방적 성격이 강한 담화문이나 기자회견 대신 일반 국민이 패널로 참여하는 TV 토론을 선택한 것은 긍정적이다. "어떤 질문도 피하지 않겠다"는 약속대로 국민들의 피부에 와 닿게 진정성을 보여줘야만 정면 돌파가 가능할 것이다.


세종시 하나를 살리기 위해 타 지역에서 기업을 싹쓸이 해갈 것이라는 오해도 불식시켜야 한다. 주변지역과 경쟁할 우려가 있는 부문은 과감히 배제하고 신산업 위주로 세종시를 육성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무엇보다 이번 대화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공룡 우정성을 개혁하기 위해 5년간 수백 번이나 국민 앞에 섰다는 다케나카 헤이조 전 일본 경제재정장관의 말을 깊이 새겨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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