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통해 정서가 통하는 사람을 써라

심상훈 작은가게연구소장 2009.12.01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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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심상훈의 술술술 경영학

어느 사장의 이야기다. 그의 성공은 한마디로 무에서 유를 창조한 자수성가(自手成家)다. 큰 외식업소를 경영하는 그는 자기 사람을 쓸 때 버릇이 꼭 몇군데 술집을 전전하며 사람을 면접 본다고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사람됨을 술자리에서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다. 이 때문이다.

<삼국지>의 유비, 관우, 장비가 도원결의를 맺으면서 밤새 술을 나눠 마신 까닭이 무엇인가. 단지 의형제가 된 것을 축하하고 우애를 다짐하기 위해서라고. 이것만은 아니다. 상대를(형과 아우로서 상대가 될 만한 그릇인지?) 심층면접 하기 위해 의도하고 작정한 거다. 이게 진심이 아니었을까.



술을 통해 정서가 통하는 사람을 써라


한잔 술을 나누면 몰랐던 상대의 장점이 크게 보인다. 또 한잔 술을 더하면 크게 보였던 상대의 단점이 작게 보일 수 있다. 따라서 장점이 크게 보이는 것을 술자리에선 경계해야 한다. 잘못된 판단과 결정의 우를 범할 수 있어서다. 반면 크게 보였던 상대의 단점이 작게 보인다고 하면 상대를 내가 품을 수 있는 그릇이 되었다는 반증이나 다름없다. 그러니 어쩌랴. 현장을 뒤집어 면접장소를 바꾸면 CEO로서 제대로 된 사람을 쓸 수 있다.

그렇기 때문이다. 면접은 상대의 장점을 주로 보되 단점은 적게 보려고 노력할 때 빛나는 거다. 즉 성공한다. 하지만 현실의 중소기업 면접장 분위기는 그렇지가 않다. 장점을 주로 보지 않아서다. 단점을 확대한다. 결국에 사람을 쓰지도 않으면서 사람에게 상처를 입히고 감정을 억울하게 만든다. 인재를 몰라본다. 그러니 내친다. 이는 문제다. 그래서 심각하다.



미국의 석유왕 존 록펠러는 “경영이란 보통 사람들을 최고로 능력 있는 사람들처럼 일하게 만드는 것이다”라고 후배 경영자를 위한 명언을 남긴 바 있다. 그렇다. 바로 이것이다. 보통 사람들을 최고로 능력 있는 사람들처럼 일하게 만드는 용인술은 별게 아니다. 장점을 주로 보고 단점은 적게 보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리라.

최우석 전 삼성경제연구소 부회장이 쓴 <삼국지 경영학>(을유문화사)에 등장하는 손권의 용인술도 석유왕과 마찬가지다. 다음은 책의 내용이다. 이를 그대로 옮긴다.

손권은 부하의 장점을 주로 보고 단점은 적게 보려 했다. 그래서 신하가 잘한 것은 많이 칭찬했지만 불만스럽거나 섭섭한 것은 가슴 깊이 묻어 두었다. 그래서 모두가 손권으로부터 신뢰받는다고 믿게 했다. CEO로서 큰 능력이고 뛰어난 용인술이다.


요컨대 보통 사람들을 최고로 능력 있는 사람들처럼 일하게 만드는 것이 경영의 비밀이다. 경영의 비밀 밑바탕에는 ‘신뢰’라는 자산이 꼭 들어 있다. 이만한 것이 경영의 성공에는 없으리라. 그것을 우리는 능히 짐작한다. 또 명언이 가르치는 바다.

알고 보면 위대한 기업의 숨겨진 핵심자산은 단지 돈만이 전부가 아니다. 그것은 뭐랄까. 조직 구성원의 열정, 헌신과 같은 감정들이 하나의 긍정적인 정서 덕목으로 뭉친 신뢰가 아닌가. 이를 정서자본(Emotional Capital <기업의 숨겨진 핵심자산·정서자본>케빈 톰슨 지음)이라고 한다. 그렇다. 신뢰가 조직 내부에 구축되고 침투되어 용해되는, 즉 맥킨지식의 ‘7S 모델’로 설명할 수 있는 성공전략 및 기업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그런 거다.



참고로 ‘7S’란 Strategy(전략), Structure(구조), Style(스타일), System(시스템), Skill(기술), Staff(인력), Shared Value(공유가치)를 말한다. 사람을 수익 위에 올려놓는 신뢰라는 단단한 끈이 없다면 사람들은 걱정 때문에 기업에 충성할 수 없다. 기업의 ‘기企’라는 한자는 해석하면 사람(人)의 걱정과 근심을 덜어내고 불식시키는 힘. 그침(止)의 정서가 바로 신뢰라는 것을 깨우치게 만든다. 그렇기 때문이다. 정서자본이 기업의 숨겨진 핵심자산으로 반드시 갖춤, 즉 7S에서 성공에는 필요한 거다. 그런 거다.

다시 유비에 대해 말해 보자. <삼국지 경영학>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이를 그대로 옮긴다.

유비는 고향(탁군)에서 의용군에 참가하게 되는데 이때 관우ㆍ장비와 더불어 유비의 이름이 처음 역사에 등장한다. 유비의 평생을 보면 신기하게도 도와주는 사람이 많다. 필요할 땐 꼭 누군가 나서서 도와준다. 강제한 것도 아닌데 유비를 보고 흔쾌히 돕는다. 그때 유비는 정말 별 볼일이 없어 장래에 대한 투자라고 보기는 어렵다. 하늘이 준 복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이를 보면서 나는 ‘승자와 패자의 차이’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크게 깨달은 적이 있다. 그러고는 이것을 나의 책 <영화, 경영과 마케팅에 빠지다>에 이렇게 정리해 놓았다.

패자는 혼자서 싸운다. 그러기에 결국엔 진다. 그러나 승자는 도와주는 손으로 싸운다. 그러기에 결국엔 이기는 것이다. 예컨대 이안 감독의 <와호장룡>을 가지고 이미 소개했던 바다. 영화 속 주인공은 리무바이(주윤발)다. 그는 승자로 그려졌다. 반면 용(장쯔이)은 어떠한가. 그는 패자로 그려졌다. 그를 도와주는 사람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이 영화의 명장면 ‘대나무숲의 결투’를 기억한다면 왜 대나무가 리무바이를 돕고, 왜 대나무조차 용을 거부하는 것인지 이유가 무엇인지를 어렵지 않게 깨닫게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이다. 기업이 승자가 되는 이유는 도와주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성공의 원인을 설명할 수 있다. 반면 기업이 패자로 전락하는 이유에는 도와주는 사람이 적었거나 없어서라고 실패의 원인을 간단히 진단할 수 있다. 승자와 패자의 차이는 도와주는 사람이 있고, 없고의 간단한 차이에서 비롯되는 거다. 그것은 영화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수많은 기업 현장과 창업 실전에도 그것의 법은 통한다. 그런 거다.



유비처럼 어느 음식점 사장도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이 없이 자기 혼자의 힘으로 기업을 일으키고 재산을 모은 것이 맞다. 하지만 이것은 우리가 겉만 본 것이다.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자. 그러면 뭔가 보일 것이다.

그렇다. 유비와 마찬가지로 필요할 땐 꼭 누군가 나서서 ‘도와준 사람’이 있었을 거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혼자서 싸워서 성공한다 말인가. 물론 가끔은 예외가 있다. 혼자서도 성공은 할 수 있다. 하지만 오래 가지 않는다. 지켜지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엔 패자가 된다. 도와주는 사람이 모두다 곁을 떠났기 때문이다.

<내 인생에 가장 값비싼 MIT MBA 강의노트>라는 책에는 이른바 알파벳 P로 시작되는 세개의 영어 단어가 인상적으로 나온다. ‘put, people, profit’이 그것이다. 그것을 문장으로 연결하면 이렇다.



'Put people above profit.' 우리말로 해석하면 '사람을 이익보다 위에 놓으라'라는 아주 간결한 의미의 메시지다. 승자는 항상 사람(People)을 선택한다. 다만 승자와 달리 패자는 사람 대신에 수익을 우선시 선택한다. 이것이 극명한 차이다.

자수성가한 대형음식점 사장이 자기 돈을 쓰면서 이집으로 저집으로 술집을 전전하며 자기사람을 면접하는 이유에는 사람을 잘 쓰기 위한 숨은 포석이 깔려 있다. 술(酒)을 통해 정서가 통하면 사람을 쓸 것이다. 하지만 술을 통해 정서가 맞지 않다면 사람을 쓰지 않을 것이다. 이 얼마나 용인술이 간단한가. 그러므로 경영이란 정서가 통한다고 한다면 사람에게 투자하는 것이 백번 천번 맞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계산기부터 두들기는 수익에 집착하는 것이 사람보다 우선시된다면 장담하건대 그런 사장의 기업은 곧 바람과 함께 사라질 것이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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