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증현 "출구전략 시행은 분명 시기상조"

머니투데이 임동욱 기자 2009.11.25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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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안정세, 자산시장 과열우려도 진정… 최적 투자환경 만드는데 역점"

"한국의 현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볼 때 아직 본격적인 출구전략을 시행하기에는 시기상조임은 분명하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25일 오후 서울 리츠칼튼호텔에서 열린 외국인투자기업 CEO포럼에서 "출구전략의 시행시기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관련된 위험을 균형있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플러스(+) 성장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최근 고개를 들고 있는 출구전략 논의에 대해 정부의 입장을 분명히 한 발언이다.



윤 장관은 "경기, 고용, 물가, 자산시장 상황, 국제공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출구전략 시행이 너무 성급하지 않고 너무 늦지도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한국의 경제상황에 대해 윤 장관은 "민간부문의 자생적 경기회복력이 아직 미흡한 수준이고 고용부진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며 "물가안정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자산시장의 과열우려도 진정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호주가 물가 및 자산시장 불안을 우려하면서 지난 10월 이후 두 번 연속 금리를 올렸지만 다른 주요국에서는 아직 금리인상 움직임이 없는 상황"이라며 단기간 출구전략 시행에 대해 부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경기가 회복되다가 다시 추락하는 '더블딥' 우려도 일축했다. 윤 장관은 "세계경제의 회복추세와 주요국의 정책대응능력, 국제공조체제 등을 감안할 때 '더블딥'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조심스럽게 낙관하는 균형잡힌 시각이 여전히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번 경제위기 이후 세계경제 질서가 크게 변할 가능성도 언급했다. 윤 장관은 “위기 이후 미국의 퇴조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지만 상당기간 국제사회의 리더로서 역할을 지속할 것”이라며 “하지만 G2라는 용어가 시사하듯 중국의 입지는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무역환경 변화에 대해서는 상당한 우려를 보였다. 윤 장관은 "세계 각국이 경기침체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보호무역주의가 득세할 가능성이 커졌고, 세계무역규모가 당분간 축소 조정될 것으로 예상돼 우리 경제의 수출여건에도 악영향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앞으로 한국경제의 과제로 성장잠재력 제고, 위기대응능력 강화, 대외개방의 확대를 꼽았다. 윤 장관은 "우리경제가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제조업과 수출산업의 경쟁력 확보가 필요하지만, 생산성이 선진국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서비스 산업을 그대로 두고는 선진화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윤 장관은 "수출중심의 제조업과 내수위주의 서비스업의 확대 균형발전은 우리 경제의 체질개선과 질적 성장을 위해 꼭 필요한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위기대응 능력에 대해 윤 장관은 "우리는 이번 금융위기를 통해 경제의 안정이 성장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됐다"며 "평상 시 재정건전성을 충분히 확보해 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윤 장관은 "정부는 대외개방 확대를 가속해나갈 것"이라며 "미국과의 FTA가 2007년 서명되고도 아직 양국 의회에서 비준이 안 되고 있는데 조속한 시일 내 비준돼 발효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외국인 투자기업 유치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윤 장관은 "지금은 경기회복을 위해 정부주도의 경기부양이 민간부문의 자생적 회복으로 전환되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 과정에서 외국인 투자기업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국내기업과 한국에서 활동하는 외국인 투자기업의 공통점은 모두가 한국경제에 기여한다는 것으로 국적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정부는 최적의 투자환경을 만드는데 정책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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