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 30년 관행 '불완전판매' 근절

머니투데이 김성희 기자, 김익태 기자, 박재범 기자 2009.11.26 07:25
글자크기

'비례보상 설명않고 가입' 엄단

금융감독당국이 손해보험사의 실손형 의료보험 불완전판매에 대해 강도높게 제재하기로 했다. 손해보험업계로서는 30년 동안 실손형 의료보험을 판매하면서 관행처럼 굳어진 영업방식에서 허술한 점이 드러난 만큼 자성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도대체 어떻게 영업했기에=실손보험은 고객이 실제로 손해를 본 금액만큼만 보상하는 보험상품을 말한다. 예컨대 암으로 수술을 받아 치료비로 3000만원이 나왔다고 가정하면 이 환자가 5000만원짜리 실손보험에 가입했더라도 3000만원까지만 보상받는다.



또 이 환자가 2개 실손보험에 가입했다면 2개 상품에서 1500만원씩 비례보상을 받는다. 그러나 상당수 계약자는 이와 같은 비례보상원칙을 이해하지 못한 채 실손보험에 가입, 민원이 빈번한 실정이다.

감독당국이 불완전판매라고 지적한 것도 바로 이 대목이다. 설계사 등 보험을 판매하는 사람은 계약자가 자사 또는 타사에 이미 가입한 실손보험이 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데 이를 소홀히 했다고 본 것이다.



특히 모집인은 계약자가 다른 실손보험 상품에 이미 가입했다면 비례보상원칙을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 계약자가 비례보상 사실을 알고도 추가로 가입할 경우엔 문제가 없지만 그 사실을 모르고 추가로 가입했다면 불완전판매가 된다.

◇"불완전판매 뿌리뽑겠다"="시작에 불과하다." 실손형 의료보험 불완전판매와 관련, 손해보험사를 중징계하기로 방침을 정한 후 감독당국자가 던진 말이다. 그만큼 당국의 의지가 강하다는 의미다. 손보업계에선 자정결의를 하고 환급을 해주는 등 뒷수습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너무 과한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당국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강경 그 자체다. 굳이 실손형 의료보험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당국의 초점은 '불완전판매'에 있다. 그간 '모집인의 잘못' '개인의 영업방식' 등의 이유를 대며 은근슬쩍 넘어간 관행을 뿌리뽑겠다는 얘기다. 근저에는 '불완전판매'가 보험에 대한 나쁜 이미지를 고착화하고 시장을 흔든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그렇다고 당국이 매번 칼을 휘두르며 현장을 누빌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꺼낸 게 보험사 최고경영자(CEO) 제재 카드다. 모집인 핑계대지 말고 CEO가 책임지고 고치라는 게 당국의 확고한 메시지다. 실제 건수 위주의 영업 현실 등을 감안할 때 CEO의 획기적인 자세 변화가 없이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현실여건이 고려됐다.

이번에 보험사뿐 아니라 개별 보험사 CEO를 징계한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징계수위는 '주의적 경고'로 높은 편이 아니지만 판매건으로 또 1차례 '주의적 경고'를 받으면 문책을 당하기 때문에 CEO가 집적 챙길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감독당국 관계자는 "앞으로도 시장질서를 어지럽히는 불완전판매에 대해서는 CEO에게 지속적으로 책임을 물을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