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銀, 대우건설 주관사 자진철회 왜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2009.11.24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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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인수금융 제공 이해상충 등 고려한 듯

산업은행이 24일 오전 11시59분 '대우건설 (3,960원 ▼55 -1.37%) 매각과 관련한 산업은행의 입장'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e메일로 배포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과 합의해 공동매각주관사 역할을 철회했고, 앞으로 대우건설의 원활한 매각에 주력하겠다는 게 요지였다.

매각주관사 철회 시점은 대우건설 본입찰이 마감된 18일이다. 이를 공개한 것은 대우건설 우선협상대상자로 자베즈파트너스와 TR아메리카 컨소시엄이 선정된 지 하루 뒤다. 점심 직전, 보도자료를 통한 '뒤늦은' 산은 입장 발표가 관심을 끄는 이유다.



◇"이면 합의 없었다"= 산은의 이날 보도자료는 대우건설 매각을 둘러싼 논란과 무관치 않다는 게 금융계의 해석이다. 산은 고위 관계자는 "대우건설 입찰 후 이해상충 논란 등 여러 가지를 고려했다"며 "대우건설 매각을 원활히 진행하기 위해 매각주관사에서 빠져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산은은 또 이날 자료에 '(주관사 역할을 수행하면서) 대우건설의 인수 및 인수금융 제공여부, 가격 및 조건 등에 대하여 어떠한 합의를 한 사실이 없다'고 명시했다. 산은이 유력한 인수 후보와 지원 조건을 협의했다는 소문 등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업계에선 산은이 대우건설 매각을 위해 특정 후보와 금융 조건 등을 합의했다는 얘기가 나돌기도 했다. 산은은 이를 완강히 부인했지만 논란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후에도 가라앉지 않았다.

◇인수금융 지원은 = 산은의 대우건설 주관사 포기는 인수금융 지원 방침과도 맞닿아 있다. 산은은 기회 있을 때마다 대우건설 매각을 연내 반드시 마무리 지을 계획이라고 강조해 왔다. 재무약정 체결 등 금호그룹 구조조정을 올해 안에 매듭짓기 위해서다.

산은이 주관사 역할을 놓은 만큼 대우건설 인수금융 지원 여지는 커진 것으로 해석된다. 물론 금융계 일각에선 산은의 지원 없이는 대우건설 매각이 어려운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산은은 앞으로 채권 금융기관 역할만 맡는다. 인수금융 제공과 관련해 아직 지원 여부도 정해지지 않았다. 산은이 지원 방침을 정하면 우선 각 채권 은행들과 협의를 거쳐 규모를 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산은은 이 경우 산업금융채권(산금채) 발행을 통해 지원 자금을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직거래가 어려운 기관 간에 중개기간을 넣어 약정된 금리나 조건으로 자금을 거래하는 '브릿지 론'과 주관사 은행 아래 나머지 금융기관들이 참여하는 '신디케이션' 형태의 지원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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