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우선협상자 이례적 복수선정, 왜?

머니투데이 김진형 기자, 김태은 기자 2009.11.23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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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력후보 '자베즈' 압박?…쫓기던 금호, 유리한 판세로 반전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 (3,745원 ▼20 -0.53%)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에 자베즈파트너스(Javez Parters)와 함께 TR 아메리카 컨소시엄을 동시에 선정했다. 매각시한이 사실상 정해져 있었다는 점에서 금호그룹에 불리한 거래였지만 복수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함으로써 협상판세를 유리하게 이끈 것으로 업계는 평가하고 있다. 복수 우선협상자 선정으로 중동 국부펀드를 끌어들인 자베즈파트너즈는 후속협상에 압박을 받게 됐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당초 금호그룹과 매각주관사는 지난 18일 입찰마감 후 20일 자베즈파트너스를 먼저 우선협상대상자로 정하고 이를 자베즈 측에 통보했다. 하지만 주말부터 복수로 선정될 수 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고 금호는 두 곳을 우선협상자로 선정했다.



매각주관사는 통상 입찰시 우선협상대상자를 단수 또는 복수로 선정할 수 있다는 단서를 단다. 하지만 실제로 복수의 우선협상자를 선정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보통은 우선협상대상자와 예비협상대상자를 선정한다. IB 업계 관계자들도 대우건설 사례는 '이례적인 경우'라고 평가하고 있다.

금호가 통상적인 관례를 깨면서까지 자베즈 단독 선정 방침을 복수 선정으로 바꾼 이유는 무엇일까. IB 업계에서는 금호가 자베즈를 좀 더 압박하기 위한 게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대우건설 M&A가 진행되면서 업계에서는 자베즈가 유력하다는 분석이 흘러나왔다. 자베즈는 자금출처, 인수금융 등 조달 구조가 가장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중동의 대표적인 국부펀드인 아부다비투자공사(ADIC)를 끌어 들였고 국내 모 그룹의 계열사를 전략적 투자자로 내세웠다.

또 국내 모 은행으로부터 인수금융을 주선하겠다는 확약서도 받았다. 반면 TR 아메리카 컨소시엄의 경우 M&A 중간에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했던 기업이 변경됐고 매각 주간사에 입찰 마감 연기를 요청하는 등 컨소시엄 구성에 난항을 겪었다.

하지만 자베즈는 입찰 당시 주당 인수가격을 특정 짓지 않고 레인지(range)로 제시했고 인수지분도 '50%+1'주가 아니라 옵션을 달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 입장에서는 자베즈가 상대적으로 가장 맘에 드는 인수 후보임에는 분명하지만 조건을 까다롭게 제시함에 따라 끝까지 경쟁을 시켜 매각조건을 좀 더 유리하게 끌고 갈려는 의도가 아니냐는게 IB 업계의 판단이다.

TR 아메리카 컨소시엄의 인수 의지만 분명하다면 두 컨소시엄을 놓고 이른바 프로그래시브딜(경매호가식 입찰)을 통한 가격 높이기도 가능하다. 옛 제일은행 매각 당시에도 매각하는 측이 HSBC와 스탠다드차터드그룹간 프로그레시브딜을 통해 매각가격을 높인 바 있다.



업계에서는 금호에게 불리했던 딜(deal)이 우선협상자를 복수로 선정함으로써 금호에게 유리한 구도로 변했다고 평가했다. 대우건설 M&A는 금호의 유동성 위기에서 출발했고 매각시한도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애초부터 파는 쪽이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복수의 우선협상자를 놓고 협상을 벌이는 구도가 됨에 따라 오히려 금호가 주도권을 쥘 수 있게 됐다는 얘기다.

한 IB 업계 고위 관계자는 "두 인수 후보 모두 인수의 진정성만 갖고 있다면 복수로 선정함으로써 파는 쪽이 조금 더 유리해졌다"고 말했다. 물론 우선협상자를 복수로 선정할 경우 매각작업이 지연될 우려가 있지만 금호측은 "두 곳과 협상한다고 늦어지는 것은 아니며 연내 매각을 완료한다는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대우건설 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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