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당초 금호그룹과 매각주관사는 지난 18일 입찰마감 후 20일 자베즈파트너스를 먼저 우선협상대상자로 정하고 이를 자베즈 측에 통보했다. 하지만 주말부터 복수로 선정될 수 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고 금호는 두 곳을 우선협상자로 선정했다.
금호가 통상적인 관례를 깨면서까지 자베즈 단독 선정 방침을 복수 선정으로 바꾼 이유는 무엇일까. IB 업계에서는 금호가 자베즈를 좀 더 압박하기 위한 게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또 국내 모 은행으로부터 인수금융을 주선하겠다는 확약서도 받았다. 반면 TR 아메리카 컨소시엄의 경우 M&A 중간에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했던 기업이 변경됐고 매각 주간사에 입찰 마감 연기를 요청하는 등 컨소시엄 구성에 난항을 겪었다.
하지만 자베즈는 입찰 당시 주당 인수가격을 특정 짓지 않고 레인지(range)로 제시했고 인수지분도 '50%+1'주가 아니라 옵션을 달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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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 입장에서는 자베즈가 상대적으로 가장 맘에 드는 인수 후보임에는 분명하지만 조건을 까다롭게 제시함에 따라 끝까지 경쟁을 시켜 매각조건을 좀 더 유리하게 끌고 갈려는 의도가 아니냐는게 IB 업계의 판단이다.
TR 아메리카 컨소시엄의 인수 의지만 분명하다면 두 컨소시엄을 놓고 이른바 프로그래시브딜(경매호가식 입찰)을 통한 가격 높이기도 가능하다. 옛 제일은행 매각 당시에도 매각하는 측이 HSBC와 스탠다드차터드그룹간 프로그레시브딜을 통해 매각가격을 높인 바 있다.
업계에서는 금호에게 불리했던 딜(deal)이 우선협상자를 복수로 선정함으로써 금호에게 유리한 구도로 변했다고 평가했다. 대우건설 M&A는 금호의 유동성 위기에서 출발했고 매각시한도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애초부터 파는 쪽이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복수의 우선협상자를 놓고 협상을 벌이는 구도가 됨에 따라 오히려 금호가 주도권을 쥘 수 있게 됐다는 얘기다.
한 IB 업계 고위 관계자는 "두 인수 후보 모두 인수의 진정성만 갖고 있다면 복수로 선정함으로써 파는 쪽이 조금 더 유리해졌다"고 말했다. 물론 우선협상자를 복수로 선정할 경우 매각작업이 지연될 우려가 있지만 금호측은 "두 곳과 협상한다고 늦어지는 것은 아니며 연내 매각을 완료한다는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