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파+지역이해'…與 세종시 내홍 재점화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09.11.23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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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이(친이명박)·친박(친박근혜) 대결 양상으로 치닫던 한나라당 세종시 내홍이 새로운 양상으로 옮아가고 있다. 세종시가 지방 기업을 빨아들인다는 '블랙홀' 논란에 몇몇 기업이 구체적으로 거론되자 기업 이전이 예정된 지역구의 의원들이 일제히 들고 일어섰다.

계파 갈등에 지역별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여권 내 세종시 논란이 한층 복잡해지는 양상이다.



허태열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2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지방 공장을 빼다가 세종시에 넣는 게 합당한 일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삼성전기 (170,500원 ▲8,000 +4.92%)가 허 최고위원의 지역구인 부산에 공장을 증설하려던 계획을 바꿔 정부로부터 500억 원대의 기반시설을 제공받는 세종시에 공장 증설을 추진하고 있다는 데 대한 문제제기였다.



허 최고위원은 "부산 여론이 악화되고 있다"며 "세종시 건설 목적은 수도권 과밀 억제와 지방 균형 발전에 있다는 점을 정부 계획에 반영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대구 광역시에 지역구를 둔 이한구 의원도 MBC 라디오에 출연, "대구가 추진하려고 하던 글로벌과학비즈니스 벨트가 세종시로 정해졌다는 말이 나오니까 지역 분위기가 좋지 않다"며 "정운찬 총리를 대구시 기업유치위원장으로 모셔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행복도시건설청이 지난 2월 미국 투자사와 의료과학시티 건설을 골자로 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는 보도와 관련, "대구 시민 입장에선 믿었던 건설업체에 사기분양당한 기분"이라며 "민간 건설사도 아니고 국가기관이 이랬다면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특히 "이는 대구나 오송의 문제만이 아니라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추락하는 사건"이라며 "다른 지방을 희생하면서 추진했다간 실천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나라당 소속 정우택 충북지사는 CBS라디오에서 "유치 교섭을 하고 있는 회사들이 세종시로 간다고 하는 보도가 나오면서 반발여론이 형성되고 있다"고 전했다.

정 지사는 특히 "(롯데의) 맥주공장 같은 경우 충북 두 군데에서 수맥과 수질검사를 다 끝낸 상태"라며 "이것을 정부가 일방적으로 충남지역인 세종시에 밀어 넣기로 했다는 보도가 나올 때마다 가슴이 뜨끔 뜨끔하다"고 말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정의화 세종시 특위 위원장은 최고위원회에서 "정부는 확정되지 않은 방침을 언론에 흘려 여론을 탐색하는 듯한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며 '세종시 블랙홀'에 대한 우려도 단순히 지역 이기주의로 치부해선 안 된다"고 수습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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