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부터 124명 자살…수형자 관리 허술"

머니투데이 김선주 기자 2009.11.22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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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남부 연쇄살인범' 정남규(40)가 서울구치소에서 자살함에 따라 교정 당국의 수형자 관리체계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서울구치소가 정남규에게 재활용 쓰레기 봉투를 지급하면서 자살 도구로 사용할 가능성을 간과했다는 지적과 함께 관리 소홀 문제가 제기됐다.



정남규는 지난 21일 오전 6시35분 쯤 거실에 있는 105cm 높이 TV받침대에 쓰레기 비닐봉투를 꼬아 만든 100cm 끈을 이용, 목을 매 자살을 시도했다.

인근 병원으로 후송된 정남규는 정밀진단을 받고 중환자실에 입원했지만 22일 0시 쯤 상태가 악화되면서 새벽 2시35분 쯤 끝내 숨졌다.



당시 근무자가 정남규의 자살 시도를 빠르게 인지하고 응급조치를 취했으며 자살 시도는 불가항력적인 일인 만큼 서울구치소 측에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게 법무부의 입장이다.

반면 교정시설에서 자살한 수형자 대부분이 몇 주 전부터 자살 징후를 보인다는 연구 결과를 토대로 구치소 측에 자살예방 책임이 있다는 게 비판론의 요체다. '정남규 자살 사건'이 해마다 대두된 수형자 자살 문제와 맞물려 교정시설 관리체계의 근본적인 문제점으로 확대되는 형국이다.

법무부는 그동안 수형자 자살 문제로 골머리를 앓아 왔다. 법무부가 지난 10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05년부터 지난 3월까지 전국 교정시설에서 숨진 수형자 133명 중 67명이 자살했다.


연도별로는 2005년 사망자 32명 중 16명이 자살했으며 △2006년= 34명 중 17명 △2007년= 34명 중 16명 △2008년= 28명 중 16명 △2009년(3월 말 기준)= 5명 중 2명이 교정시설에서 자살했다.

교정시설의 자살예방 건수는 △2005년 100건 △2006년 88건 △2007년 70건 △2008년 81건 △2009년(3월 말 기준) 18건 등 357건으로 조사됐다. 자살 이외 사망 원인은 대부분 병사(病死)였다.



법무부의 2000년 및 2005년 국감 자료에 따르면 교정시설 내 자살자는 △1998년 5명 △1999년 10명 △2000년 10명 △2001년 7명 △2002년 8명 △2003년 5명 △2004년 12명 등 모두 57명으로 조사됐다. 1998년부터 2009년까지 모두 124명의 수형자가 자살한 것이다.

같은 자료에 따르면 자살율은 독거실, 혼거실, 징벌실, 조사실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심리상태가 불안정한 사형수의 경우 독거실에서 혼자 생활하다 자살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는 조사결과인 셈이다.

교정 당국의 안일한 대처로 자살을 예방하지 못한 경우도 있다. 대전교도소는 2006년 6월 자살미수 후 특별관리를 받던 재소자 A씨가 결국 자살하면서 물의를 빚었다.



자살시도 직후 인근 병원으로 이송된 A씨를 두고 담당 의사는 "심리적 안정이 필요하니 입원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권했으나 교도소 측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독거실에 수감된 A씨는 얼마 지나지 않아 자살했다.

안양교도소는 2007년 6월 '16년 간 복역한 무기수'가 자살해 화제가 됐다. 다른 수형자에게서 금품을 받으려다 발각돼 독거실에 격리된 수형자가 자살한 것. 그는 징역20년을 선고받은 뒤 16년을 복역, 4년 뒤면 출소할 예정이었다. 당시 타살 의혹이 일었지만 교도소 측은 이를 일축했다.

법무부는 수형자 관리 실태에 대한 논란이 일 때마다 다양한 개선안을 마련해 왔다. 2008년 12월부터 수형자 서신을 검열하던 방침을 폐기했다. 자살 및 폭행을 방지하기 위해 CCTV 등 전자장비의 제한적 사용을 허가하는 내용을 골자로 '형의 집행 및 처우에 관한 법률'을 개정했다.



지난해 6월에는 사형확정자도 일반 수형자들과 함께 생활할 수 있도록 했다. '자살을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에만 허용하던 사형확정자의 혼거실 사용을 '자살방지, 교육교화프로그램, 적정한 처우를 위해 필요한 경우'로 확대했다.

정남규가 자살한 직후에는 자료를 통해 "사형확정자의 불안감 해소 및 심적 안정을 위해 종교인 상담제도 등을 통해 상담 활동을 강화하고, 본인이 원할 경우 일반수형자들과 함께 작업할 수 있도록 조치하는 등 각종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며 "향후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사형확정자에 대한 처우 및 수용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조치에도 불구하고 교정 당국은 수형자 관리 체계가 허술하다는 지적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 관계자는 수용관리 강화 방안에 대해 "아직 구체적인 안은 나오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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