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 건설사 연말 자본금 증명 비상

머니투데이 오수현 기자 2009.11.23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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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풍향계]자본 증명 기준 강화로 대출금리 급등

연말 결산을 앞두고 건설사들이 본격적인 자금마련에 나섰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 올 연말 잔액증명 대출금리가 급등할 것으로 전망돼서다. 건설업계에선 강화된 자본금 심사규정이 금리인상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잔액증명 금리 사상 최고=명동 사채시장에선 지난주부터 건설사들의 잔액증명 대출 예약이 본격적으로 접수됐다. 지난 연말 관련 기준이 강화되면서 대출기간이 늘어난 탓에 예약시기도 예년보다 다소 앞당겨졌다.



모든 건설사와 외감법인은 연말에 현금 및 현금성 투자상품으로 자기자본금을 증빙해야 하는데, 건설사들은 업종별로 △건축 5억원 △토목·조경 7억원 △토건·산업설비 12억원 이상 자본금을 보유해야 한다. 이전까지는 자본금을 결산일(12월31일) 전후 이틀만 유지하면 됐지만 기준이 30일로 강화됐다. 이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경우 등록말소 처분까지 받을 수 있다.

건설사들의 잔액증명 자금대출기간이 늘자 명동은 부담스럽다는 반응이다. 명동의 주고객인 중소형 건설사들의 재무상황이 불안정한 탓이다. 명동 관계자는 "이전에는 대출기간이 2~3일로 짧아 원리금 회수가 어렵지 않았지만 대출기간이 한달로 늘어나면서 회수율이 낮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명동에선 건설사 잔액증명 대출금리를 예년보다 20%포인트가량 올리는 추세다. 손실 우려가 커진 만큼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는 게 명동의 입장이다. 1억원 당 250만~350만원 수준이던 연말 잔액증명 대출이자는 올 연말 1억원당 400만원을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사상 최고 수준이다.

◇대형사 어음도 등장=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대형 건설사들의 어음이 다시 명동시장에 등장한 점도 중소형 건설사들의 자금조달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상대적으로 우량한 기업이 어음을 쏟아내면서 중소형 건설사의 대출 요청은 외면받는다. 대형 건설업체인 A사와 B사는 지난주 각각 수백억원 규모의 어음할인을 명동에 요청했다.

명동 관계자는 "대출기간이 늘어난데다 대형사 어음이 명동에 다시 등장하면서 중소형 건설사들의 자금 마련이 어려워지고 있다"며 "이에 따라 각종 편법적인 수단으로 자금확보에 나선 업체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건설업계에선 연말 자본금증명 심사규정을 다소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면허정지를 피하려 편법적으로 자금을 마련하는 업체들이 늘면서 중소형 건설사 재무제표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하고, 다시 대출금리가 오르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이유에서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준을 통과하지 못하면 면허 취소 처분을 받기 때문에 건설사들이 연말이면 수단을 가리지 않고 자금을 확보한다"면서 "강화된 심사기준이 원래 의도와 달리 건설업종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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