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환율회담'… 체면 구긴 '슈퍼파워' 美

안정준 기자 2009.11.21 15:25
글자크기

회담 주간 위안화 오히려 약세… 얻은 건 명목상 '슈퍼파워' 지위 뿐

이번 주 글로벌 외환시장의 이목이 집중된 미국과 중국의 '환율 회담'에서 '슈퍼파워' 미국이 자존심을 구겼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취임 후 첫 중국 방문을 앞두고 중국도 위안화 절상과 관련, 이례적으로 유화적 제스처를 보여 미국이 부시 행정부 시절과는 달리 이번에는 원하는 것을 얻으리라는 기대가 증폭됐다.

하지만 실제 정상회담에서 중국은 미측의 위안화 절상 요구에는 대응조차 하지 않은 반면 오히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를 문제삼고 나오는 등 부시 행정부 시절과 다름없는 입장을 유지했다.



◇얻을 것 못얻은 美…위안화 오히려 '약세'
실제로 오바마 대통령의 방중을 전후한 지난 1주간(13일~20일) 위안화 가치는 약세를 보이며 오바마의 위안화 절상 압박이 별다른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음을 반영했다. 이 기간 상하이 선물시장에서 위안화 차액결제(NDF) 12개월 선물환 가격은 0.68% 상승(위안화 약세)를 기록했다.

지난 17일 정상회담에서 보여준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입장은 회담 전 위안화 절상과 관련한 발언에 비추어 보면 다소 의외였다는 평가다.



13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에 참가하기 위해 싱가포르를 방문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경제성장을 위해 수출 의존도를 줄이고 내수진작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혀 오바마의 방중을 앞두고 환율 문제도 논의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또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도 3분기 통화정책 보고서를 통해 "국제자본의 흐름과 주요 통화 추세의 변화를 감안해 위안화 환율 시스템을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파이낸셜타임스와 월스트리트 저널 등 주요 서구 언론들은 "중국이 위안화 절상 의지를 나타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미중 정상회담 당일 오바마 대통령이 "보다 시장 친화적인 환율정책으로 움직이겠다'는 입장을 밝혀온 중국 정부에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라고 밝힌 것도 회담 전 중국의 이같은 유화적 태도 때문이었다.


하지만 후진타오 주석은 위안화 절상과 관련해 멘트도 하지 않았다. 대신 "양국은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반대의 입장을 명확히 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중국산 수출품에 대한 미국의 특별 관세 부과 등 보호주의에 대한 불편한 심기로 응대한 셈이다.

◇유일한 '슈퍼파워' 지위는 인정
지난 9월 한 달간 중국의 미 국채 매입 현황에서도 애초에 중국이 오바마 방중기간 위안화 절상과 관련된 협상을 할 의지가 없었다는 점이 확인된다.



중국은 9월 한 달에만 8월 대비로 18억달러의 미 국채를 추가로 매입했다. 9월 현재 미 국채 보유액은 7989억달러로 최대 미 국채 보유국 자리를 유지했다.

중국이 미 국채를 사들이는 이유는 더 이상의 위안화 절상을 막기 위해서다. 달러표시 자산인 미 국채를 사들이는 한편 위안화를 팔아 환율을 6.84위안대 수준에 고정시켜 두고자 하는 것이 중국의 계산이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18일 "중국은 여전히 거대한 인구를 보유하고 있는 개발도상국일 뿐"이라며 최근 중국이 미국과 함께 'G2' 자리에 올라섰다는 평가에서 한 발 빼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 역시 위안화를 현 수준에서 고정시켜두기 위한 발언이라는 평가가 제기된다. 아직 미국에 견줄만한 경제 강대국이 아니기 때문에 환율 절상은 시기상조라는 의미가 담긴 발언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원자바오 총리는 "중국은 독립적인 외환 정책을 추구하고 있으며 어떤 국가나 경제블록의 환율시스템과도 동조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