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ETF 시장 엑소더스 오나
해외ETF는 이제 갓 걸음마를 땐 초기시장이다. 지난 2007년 10월 KODEX China H (19,270원 ▲605 +3.24%)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증시에 상장된 종목은 총 7개. 시가총액은 2500억원에 불과하다. 월평균 거래량도 KODEX China H, TIGER 브릭스 (4,920원 ▲85 +1.8%), TIGER 차이나 (17,235원 ▲150 +0.88%) 등 3종목을 제외하면 종목당 5000주에도 못 미친다.
그러나 이 같은 미약한 불씨마저 정부의 과세 방침으로 꺼질 위기에 처했다. 해외ETF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는 물론 큰 손 고객인 은행의 특정금전신탁에까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세금에 민감한 특정금전신탁의 부자고객들이 동요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특정금전신탁이란 고객이 지정한 운용방법과 조건에 따라 예탁자산을 운용한 후 수익을 배당하는 신탁상품이다.
현재 해외ETF에 투자하는 특정금전신탁을 취급하고 있는 시중은행은 국민, 외환, 하나은행 등으로 전체 규모는 약 500억원에 달한다. 이중 규모가 가장 큰 것은 KODEX China H에 투자하는 국민은행의 '차이나인덱스맞춤신탁'로 판매규모는 250억원 정도다. 이는 KODEX China H의 시가총액(1750억원) 대비 14%가 넘는 금액이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도 "아직 뚜렷한 자금이탈 현상은 없지만 많은 고객들이 다른 대안을 고민하고 있는 것 같다"며 "특정금전신탁에서 자금이 이탈하면 해외ETF 거래도 크게 줄 수밖에 없어 시장규모는 더욱 쪼그라들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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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품 개발 차질, 거래서비스 중단도 검토
업계전문가들은 정부가 해외ETF에 대한 과세 방침을 밀어붙일 경우 업계의 상품개발 의욕이 저하되는 것은 물론 상품성 훼손-거래부진-자금이탈-상장폐지의 악순환으로 시장이 고사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이미 자산운용사들은 신규 해외ETF 개발 작업을 모두 중지한 상태다. 뿐만 아니라 해외ETF에 투자하는 랩어카운트와 특정금전신탁을 준비해오던 증권사와 은행들도 상품출시를 무기한 연기하고 추이를 관망하고 있다.
자산운용사 한 ETF담당자는 "정부의 과세 방침으로 준비해오던 해외ETF 개발을 중단했다"며 "신상품 개발보다도 과세에 따른 자금이탈과 거래부진으로 기존 상품이 상장폐지 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
대형증권사 한 랩어카운트 담당자 "해외ETF에 투자하는 펀드랩을 출시할 계획이었지만 과세 문제로 잠정 연기했다"며 "해외ETF에서 걷을 수 있는 세금이 얼마나 된다고 이제 막 피기 시작한 시장을 죽이려는지 모르겠다"고 비난했다.
더욱이 해외ETF 거래비중이 낮은 일부 증권사들은 과세가 될 경우 주식거래서비스를 중단하는 것까지 고민하고 있다. 배보다 배꼽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증권사 한 전산담당자는 "원청징수를 위한 전산개발에만 수십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해외ETF에서 발생하는 연간 수수료수입이 몇 십만원에 불과한데 누가 돈을 투자하겠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