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주인찾기 난항..대안은 없나

머니투데이 진상현 기자 2009.11.12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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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분 분산 매각 통한 이사회 중심 지배구조 등 거론

'하이닉스 주인 찾기 작업'이 또 한번 난관을 만났다. 유일하게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던 효성이 하이닉스 (157,100원 ▲4,300 +2.81%)반도체 인수 의향을 철회했다.

업계에서는 주주협의회가 다시 한번 매각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번 매각 과정에서 국내 주요 기업들이 인수 의사가 없음을 확인한 상태여서 지분 분산을 통한 이사회 중심 지배구조 등 '현실적인' 대안 검토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안 그래도 만만찮은 인수였는데.."= 효성이 예비입찰제안서도 내지 못하고 인수 의향을 접은 데는 회사 측이 공시를 통해 밝힌 대로 특혜 시비 등 경제 외적이 요인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효성은 공시를 통해 "특혜시비 등 전혀 사실무근인 시장의 오해와 억측, 루머 등으로 인해 공정한 인수 추진이 어렵게 됨에 따라 인수의향을 철회하기로 매우 안타깝고 힘든 결단을 내리게 됐다"고 밝혔다.



효성은 인수의향서 제출 후 이명박 대통령과 사돈인 조석래 회장의 가족 관계에서 불거진 특혜 가능성 시비, 해외 부동산 구매 등과 연계된 비자금 조성설 등이 불거지면서 집중적인 '포화'를 맞았다.

이 같은 외부적인 악조건은 안 그래도 만만치 않은 하이닉스 인수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효성이 자산 순위가 더 높은 하이닉스를 인수하기 위해서는 상당 규모의 자금을 시장에서 조달해야 한다"며 "특혜 시비 등으로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자금 조달하기가 더욱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매각 추진 가능성..대안 모색 필요성= 업계 전문가들은 주주협의회가 일단 공개 매각을 한번 더 추진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매각은 신문 공고 등을 통한 완전 공개 매각이 아니라 해외 매각을 배제한 채 42개 국내 기업군에만 매각 안내문을 발송했다.


하지만 이번 인수전 과정에서 주요 기업들이 인수 의사가 없음을 확인한데다, M&A 시장에 하이닉스 외에 대형 매물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 빠른 시일 내에 재추진하기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재매각 때도 해외 매각은 배제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업계 일각에서는 현실적으로 '능력있는' 주인을 찾기 어렵다면 지분 분산 매각을 통한 이사회 중심 지배 구조 등 다른 대안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언제까지 주인이 나타나기만을 기다릴 수는 없다는 현실론이다.



◇이사회 중심 지배구조 대안될까?= 대안 중 하나로 거론되는 이사회 중심 지배구조는 포스코처럼 지분을 적절하게 분산 매각하고 이사회가 중심이 돼 기업을 끌고 가는 형태다. 구체적으로는 주주협의회가 갖고 있는 28% 정도의 지분을 주주단협의회 일부를 가져가고 나머지 지분은 국민연금 등 재무적 투자자와 하이닉스 협력사 협의회 등 전문적이고 우호적인 주주 등에 분산 매각하는 형태가 될 수 있다.

치열한 D램 시장에서 세계 2위를 지켜내는 과정에서 쌓인 하이닉스 내부의 경영 역량, '치킨 게임'을 거치면서 공정 기술과 양산 경쟁력에서 선두권 지위를 확고히 한 점, 반도체 경기가 바닥을 찍으면서 당분간은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한 점 등을 볼 때 이사회 중심의 지배구조가 최소한 '차선책'은 될 수 있다는 논리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보다 차입금 규모만 좀 줄면 충분히 대주주의 수혈 없이도 독자 경영이 가능한 회사"라고 말했다.



하지만 삼성전자 반도체의 성공에서 보듯 확실한 '오너'가 없을 경우 대규모 투자가 수반돼야 하는 반도체 시장에서 불리하게 작용하게 될 것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하이닉스 사정에 정통한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같이 반도체 외에 다른 '캐시카우'가 있는 기업이라면 오너 중심의 지배구조가 큰 장점이 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하이닉스는 이사회 중심의 보수적인 경영이 더 나을 수도 있다"며 "능력있는 주인을 찾을 수 있다면 모르지만 어렵다면 차선책이라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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