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쉬킨 교수 "자산 버블 위험하지 않다"...FRB 저금리 유지해야

머니투데이 권다희 기자 2009.11.10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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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버블은 언제나 위험할까? 많은 이들의 전망대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자산버블 위험으로 인해 조만간 제로 금리에서 탈출할까?

미쉬킨 교수 "자산 버블 위험하지 않다"...FRB 저금리 유지해야


FRB 이사를 지낸 프레드릭 미쉬킨 컬럼비아 대 교수에 따르면 두 질문에 대한 답은 모두 '아니오'다.



최근 들어 전 세계 자산 버블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며 버블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목소리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대해 미쉬킨 교수는 10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기고한 칼럼에서 최근 불거진 버블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킨 후 FRB가 버블 우려로 인해 기준금리를 인상하진 않을 것이란 의견을 내놨다.



◇지난해 금융위기 불러온 자산 버블의 핵심은 신용 거품◇

미쉬킨 교수에 따르면 자산버블에는 두 종류가 있다.

첫 번째 버블은 바로 지난해 전 세계를 금융위기로 몰아넣었던 위험한 버블로, 미쉬킨은 이를 '신용 붐 버블(credit boom bubble)'로 명명했다.


이 버블의 특징은 버블이 금융기관의 돈을 빌려 투자하는 레버리지에 의해 확대 재생산되면서 버블 붕괴 시 금융시스템을 취약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낙관적인 경제전망과 경제 구조 변화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면 금융 시장에서는 투자 수요가 높아지며 신용 붐이 일어난다.

변화를 기대하는 투자자들이 자산에 대한 수요를 높이면 이에 따라 자산 가격이 오르게 된다. 투자자들이 자산을 구입하기 위해 대출을 받고, 대출 받은 돈으로 자산을 구입함에 따라 가격은 더 오른다. 신용 기준이 완화되고 레버리지 규모가 더욱 커지면서 이러한 사이클은 반복된다.

그러다가 버블이 터지고 자산 가격이 붕괴하면 이러한 과정의 역과정이 발생한다.
대출은 시들해지고 디레버리지(부채 회수)가 늘어난다. 이에 따라 자산에 대한 수요가 계속 줄어들며 자산 가격도 계속 하락한다.

대출 손실과 자산 가치 하락은 금융기관들의 자산 건전성을 악화시킨다. 금융기관의 부실화로 인해 신용 경색이 발생하며 모든 종류의 자산에 대한 투자와 신용이 줄어든다.

디레버리징으로 인해 산업의 신용 경색이 가속화되고 가계 지출이 줄어들면 경제주체들의 경제 활동이 약화되며 거시 경제적 위험이 커진다.

바로 2007년 말 이후 전 세계를 휩쓸었던 금융위기의 모습이다.

◇레버리지 없는 버블은 경제 시스템에 영향 주지 않아 덜 위험◇

그러나 두 번째 버블은 조금 다르다. 미쉬킨은 '레버리징 사이클'이 없는 버블은 앞서 언급한 버블보다 훨씬 덜 위험하다고 설명한다. 신용 붐을 동반하지 않는 자산 버블은 금융시스템 자체에 영향을 끼치지 않아 피해 규모가 훨씬 작기 때문이다.

미쉬킨은 1990년대 말 IT 기업들의 주식버블을 그 예로 들었다.

당시 IT 기업들의 주가가 폭락했지만 은행 대출과 증시 상승 사이에 연결고리가 있는 유형의 버블이 아니었기 때문에 IT 기업들의 주가 붕괴가 은행 자산의 하락을 동반하지 않았고 이에 따라 경제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는 것.

1987 년 10월 19일의 '블랙먼데이'도 두 번째 버블의 예다. 미국의 다우지수가 하루만에 508 포인트(22.6%) 급락했으나 같은 이유로 금융 시스템 자체를 위험에 몰아넣진 않았다.

◇FRB, 저금리 상당기간 유지할 것 ◇

미쉬킨은 신용 붐 버블로 불거질 수 있는 위험한 버블이 적어도 미국과 유럽에는 없다고 단언한다. 이에 따라 FRB가 '위험하지 않은 버블'을 잡기 위해 금리를 인상하는 일은 없을 것이며, 없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쉬킨은 미국과 유럽에서 발생하고 있는 문제는 신용 붐 버블이 아니라 디레버리징 과정이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이라고 진단했다. 신용 시장은 아직 경색 돼 있고 신용경색이 경제의 회복을 심각하게 지연시키고 있는 상황이란 것.

게다가 낮은 물가성장률과 안정적인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감도는 현재는 인플레이션 위험도 낮은 수준이다.

따라서 경제 전체에 미치는 여파가 작고, (신용 붐 버블로)실현될 가능성이 미미한 버블을 잠재우기 위해 FRB가 긴축 통화 정책이라는 무리수를 두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미쉬킨 교수의 의견이다.

같은 맥락에서 미쉬킨은 저금리 기조를 상당기간 지속할 것이란 입장을 표명한 지난 4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성명에 대해 매우 합당한 결정이었다고 평했다.

미쉬킨은 "FRB가 이렇게 중요한 국면에서 위험하지 않은 자산버블에 집중하느라 정말 중요한 일에서 눈을 떼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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