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박근혜 엇갈리는 세종시 발언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09.11.09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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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준 대표와 전화하기도 겁난다."

9일 오전 10시. 대정부질문을 앞둔 국회 본회의장 앞.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표정은 딱딱했다. 말을 아끼던 평소 모습과 달리 상당히 오랫동안 기자들과 대화를 나눴다. 자신이 한 적도 없는 말이 잘못 알려진 데 대한 반박이었다.

정몽준·박근혜 엇갈리는 세종시 발언


전날 일부 언론은 한나라당 내 '세종시 여론수렴 특위' 구성에 박 전 대표가 긍정적인 답변을 한 것처럼 보도했다.



박 전 대표는 '어떤 보도가 잘못됐냐'는 질문에 "정 대표가 전화해 TF(특위) 얘기를 하기에 '그건 나와 상의할 일이 아니다'라고 했는데 엉뚱하게 보도가 됐다"고 답했다.

이어 "오늘(9일) 아침에도 (정 대표에게) 전화해 '지난번 통화도 그렇고 (지난 9월 국회에서) 만났을 때도 안 한 얘기가 (기사로) 나가서 이렇게 되면 이제 전화하기도 겁난다'고 했더니 (정 대표가) '그렇게 얘기한 적이 없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당내 '세종시 특위'에 친박(친박근혜)계가 참여할 것인지에 대해선 "내가 얘기할 사항이 아니고 당에서 알아서 할 일"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친박 의원들에 대한 '특위 참여 금지령'이다. 박 전 대표는 김무성 의원 등 친박계 인사의 입각 문제가 터질 때도 "대통령이 결정할 일이고 선택 받은 사람도 개인적으로 판단해 결정할 일"이라는 말로 친박계의 '최종 결정권자' 역할을 했다.

정몽준·박근혜 엇갈리는 세종시 발언
# 답답한 쪽은 정몽준 대표를 포함한 친이(친이명박)계가 됐다. 친박계의 협조가 없으면 세종시 수정 추진은 어렵다. 당장 당내 50~60명에 달하는 친박계 의원들이 이탈하면 야당과의 표 대결에서 승리할 수 없다. 친박계가 30명만 빠져나가도 재적 의원의 과반수인 145명을 확보할 수 없다. 한나라당의 현재 의석수는 169석이다.

이날 정 대표의 발언도 이 같은 고민을 담고 있다. 정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당내 '세종시 여론수렴 특위'가 모든 당원동지들이 적극 참여하는 공론의 장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세종시 문제에 대해 당 내부에서 여러 의견들이 제기되고 있다"며 "더 좋은 세종시를 만들기 위해 지혜를 모아가는 과정이라고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박 전 대표를 직접 겨눈 공세도 이어지고 있다. 대정부질문에서 정태근 의원이 박 전 대표를 비판한 데 이어 김용태·전여옥 의원도 박 전 대표를 정면 비판하고 나섰다.

김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 "신뢰나 국민과의 약속을 얘기하지만 이는 국익 추구와 사익 추구의 갈등이자 충돌"이라며 "2005년 당시 박 전 대표와 한나라당이 세종시에 찬성한 것은 2006년 지방선거와 2007년 대선표를 계산해 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당내 전략기획위원장을 맡고 있는 전 의원은 다른 라디오방송에서 "박 전 대표가 말한 신뢰는 본인이 늘 얘기했던 국익을 위한 신뢰 아니겠느냐"라며 "그러면 어떤 것이 좋은지 생각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표 때문에 그런 선택을 한 건 잘못됐다'는 친박계 김무성 의원의 언급을 인용하며 "나도 그 말 외에 더 보탤 게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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