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대출, 이번엔 '사채시장'으로 풍선효과?

머니투데이 오수현 기자 2009.11.09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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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 사채시장에서 주택담보대출 규제로 인한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규제가 강화되면서 제도권 금융기관을 이용하지 못하는 서민들이 사채시장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사채시장 주택대출 금리는 연 20%를 웃돌 정도로 높지만 당장 돈이 급한 서민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사채를 빌려 쓰고 있다.

◇대출규제, 사채시장에서 '풍선효과'=지난달부터 명동 사채시장에는 주택담보대출 문의가 크게 늘었다. 금융당국이 지난달 초 보험사 등 제2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총부채상환비율(DTI)과 담보인정비율(LTV) 규제를 수도권 비투기 지역으로 확대한데 따른 현상이다. 규제 강화로 지난달 금융권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3조2000억원으로 지난 7월(4조5000억원)에 비해 29% 급감했다.



명동 관계자는 "대출수요는 엄연히 존재하지만 주택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제도권 금융기관에서 돈 구하기 어려워진 서민들이 사채시장을 찾고 있다"면서 "대출규제가 은행권에 이어 2금융권까지 확대되면서 사채시장에서 '풍선효과'가 나타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사채시장에서 주택대출을 받은 김모씨(54)는 "은행권에 이어 2금융권의 주택대출 규제마저 강화되면서 대출 문턱이 높아졌다"면서 "서울 강북에 있는 85㎡ 아파트(26평)를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 받았으나 대출 가능 금액이 1000만원밖에 안돼 사채시장에서 후순위 대출을 받았다"고 말했다.



◇편법대출 위해 '유령' 온라인 사업체 개설=상황이 이렇다보니 주택대출을 받기 위한 다양한 편법도 등장하고 있다. 사업자대출의 경우 DTI와 LTV 규제를 받지 않는다는 점을 노려 '유령 사업체'를 만들어 주택대출을 받는 게 대표적 사례다. 요새는 인터넷을 통한 1인 창업이 많아 사업체 등록이 어렵지 않다.

금융권 관계자는 "서민들의 제도권 금융기관 이용을 돕기 위해 유령 온라인쇼핑몰을 개설해주고 사업자 등록을 대행해주는 전문 컨설팅업체마저 등장했다"면서 "종이어음 발행이 크게 줄며 마땅한 영업수단을 찾지 못하던 사채업자들은 이런 대행업무나 후순위주택대출로 활로를 모색하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명동에선 그동안 어음할인과 주식담보대출을 위주로 영업을 해왔다. 주택대출이 명동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았다. 2~3개월의 짧은 기간에 수익을 내야하는 사채업체 생리에 원리금 상환 기간이 긴 주택대출은 잘 맞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외부감사 대상 기업의 전자어음 사용 의무화를 골자로 한 '전자어음의 발행 및 유통에 관한 법률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신규 수익원을 찾던 사채시장에 주택대출 수요가 쏠리자 상당수 사채업자들은 주택대출영업 확대를 고민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사채시장 주택금리, 은행의 4배=사채시장에선 주택대출의 경우 금융당국의 규제를 받지 않으나 통상 시세의 80~85%까지 대출을 실시한다. 전세를 놨거나 부채가 있는 경우 해당 금액만큼 대출한도가 줄어든다. 대출금리는 월 1.5%에 고정 수수료 5%가 추가돼 금리 부담이 상당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부동산 투기를 잡겠다는 정책이 서민들의 돈줄을 옥죄고 있다"면서 "30평 이하 아파트나 대출금 5000만원 이하까지는 제한을 두지 않는 방식으로 정책을 운용해 서민들이 제도권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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