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건설, 돔구장 딛고 '빅5'로 거듭나나

머니위크 지영호 기자 2009.11.20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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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대구ㆍ광주 돔구장 MOU 체결

지역 프로야구를 기반으로 하는 돔구장 건립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해마다 프로야구 시리즈가 끝나면 불거져 나오는 이야기기는 하지만 올해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지난 10월29일 서울 르네상스호텔에서 대구와 광주가 동시에 돔구장 건설을 위한 약정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공 건설사가 의외다. 대형 건설사나 스포츠 모기업 관련 건설사를 제치고 포스코건설이 도시와 돔구장 건설을 위한 MOU(양해각서)를 체결한 것. 포스코건설은 모기업인 포스코가 포항과 광양을 기반으로 프로축구단을 운영하고 있을 뿐 야구나 대구-광주와는 연관성이 떨어진다.



이에 대해 네티즌들은 돔구장 건설회사가 지역기반 기업이나 프로야구 후원기업이 하는 것이 맞는 것 아니냐며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구장은 자치단체 소유지만 실질적으로 가장 많이 활용하는 곳이 야구단이기 때문이다.

대구의 경우 29년째 지역 연고를 두고 있는 삼성라이온즈의 관계사인 삼성물산이 있다. 하지만 삼성물산은 대구 돔구장 건설에 참여하지 않았다. 오히려 시공사가 포스코건설로 결정되면 경쟁사에 건설비용을 지불하는 재미있는 현상까지 벌어지게 된다. 삼성 대구 돔구장 건립을 위해 건설비용의 30%가량을 부담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광주에는 올해 챔피언 기아타이거즈의 관계사이자 현대차 계열의 엠코가 있다. 그동안 기아자동차가 지역 발전에 힘써왔고 엠코가 그룹의 내부 건설물량을 소화한 상황을 감안하면 결국 광주 돔구장 건설 역시 엠코가 가져갈 것으로 예상됐다. 이 같은 예측이 어긋나자 일부에서는 포스코건설의 특혜시비까지 운운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실제 상황은 반대다. 업계에 따르면 대구 돔구장 건설의 경우 6개의 대형 건설사가 수주전에 참여했지만 포스코건설을 제외하고 모두 사업성이 낮다며 포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광주 돔구장 역시 엠코에서 광주시에 사업제안서조차 제출하지 않았다. 수익성이 걸림돌이었다. 이 부분에서 포스코 역시 자유롭지 않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MOU 단계인만큼 수익이 크지 않다는 판단이 든다면 언제라도 포기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포스코건설, 돔구장 딛고 '빅5'로 거듭나나


◆돔구장 건설 어떻게 진행되나


일단 대구시와 광주시는 자신들만의 청사진을 내놓고 돔구장 건설을 가시화하고 있다. 우선 대구시는 돔구장 건설을 일단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개발사업으로 풀어나간다는 계획이다. 최근 대구시에 따르면 대구스타디움 인근 그린벨트를 개발한 수익금으로 돔구장을 건립한다.

가칭 ‘돔시티’ 개발계획은 인근 그린벨트 77만㎡ 가운데 대구시가 야구장 부지 14만4000㎡를 포함한 63만㎡를 사들여 기반시설을 조성하고, 다시 포스코건설에 되팔아 개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포스코건설에 따르면 아직 구체적인 개발계획은 나와 있지 않지만 12월 말까지 사업내용 검토 및 수립을 마치겠다는 계획이다.

알려진 바로는 야구장 부지 외 기반시설이 조성된 토지에 고급 주택단지와 상업시설을 조성한 뒤 이 수익금을 토대로 돔구장 건설비용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돔구장은 2011년 착공해 2014년 완공하며 20년간 포스코건설이 운영하다가 시에 기부채납하는 방식을 따를 계획이다.

광주 돔구장은 수익성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박광태 광주시장이 돔구장 건설계획을 발표하고 구장을 중심으로 신도시를 설립하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지역 주민들의 반응은 차갑다. 광주지역의 여론조사에서도 돔구장 건설을 투고 찬반양론이 팽팽히 맞서거나 오히려 백지화하자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을 정도다. 거대한 예산이 들어가는데 제대로 된 공청회 한번 없이 특정 건설사와 MOU를 체결했다는 것이 이유다.

반면 광주시는 이번 MOU를 통해 적극적으로 돔구장을 유치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광주시가 내세우는 논리는 간단하다. 광주 무등경기장이 44년이나 됐기 때문에 광주 시민들의 안전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최근 정부에서 경기장 내 수익시설 설치기준을 완화해 경기장 내 복합 놀이공간 활용이 가능해짐에 따라 돔구장 건설로 수익창출이 가능하리라는 청사진을 내세우고 있다. 광주시 관계자는 “포스코건설과의 MOU 체결로 지지부진했던 야구장 건립사업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며 “전문가 자문과 여론수렴 등 객관성을 확보하겠다”고 약속했다.

◆대림 제치고 빅5 가능성은

현재 알려진 돔구장 건립비용은 약 3000억~4000억원이다. 포스코가 대구 광주 두 곳의 돔구장 설립을 확정한다면 단숨에 8000억원에 가까운 수주를 올리게 된다. 게다가 포스코건설이 두 지역과 체결한 계약은 주변에 고급 주택단지나 상업시설을 통해 수익을 챙길 수 있는 구조다.

돔 구장 건설을 포함해 각 지역의 건설 규모는 적어도 4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이번 돔구장 건설에 관한 MOU를 통해 포스코건설은 사실상 엄청난 수주물량을 확보하는 셈이다.

매년 국토해양부가 7월 말 발표하는 시공능력평가순위를 보면 올해 포스코건설은 6위다. 시공능력평가액은 5조5309억원 정도다.

2009년 기준 시공능력평가 순위는 1위 현대건설 (33,150원 ▲1,100 +3.43%)(9조2090억원), 2위 삼성물산 (48,100원 ▲2,300 +5.0%)(8조7318억원), 3위 대우건설 (3,805원 ▲85 +2.28%)(8조2572억원), 4위 GS건설 (15,300원 ▲270 +1.80%)(8조1366억원), 5위 대림산업 (58,600원 ▼500 -0.85%)(6조2500억원) 순이다. 사실상 상위 4개 건설사가 밀집해 있고 대림산업이 뒤쳐진 형국이다.

따라서 포스코건설이 돔구장 건설을 확정짓고 추가 수주 물량을 확보한다면 꾸준히 빅5를 유지했던 대림산업을 밀어낼 수도 있다.

물론 시공능력평가는 수주액으로 하지 않는다. 건설사의 경영상태, 기술능력, 신인도 등을 종합해 판단한다. 수주액은 최근 3년간의 75%만 반영할 뿐이지 절대적이지 않다. 또 대림산업 역시 건설 불황 속에서 꾸준히 실적을 올리고 있어 순위 바꿈이 간단치 않다.

돔구장 건립의 타산성도 문제다. 오히려 잘못된 수익성 분석으로 사업에 참여했다가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업계에서는 돔구장 및 주변 사업권에 적어도 3조~4조원의 건설규모를 이뤄야 수익성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의 2억원과는 차이가 있는 금액이다.

어쨌거나 포스코건설은 12월 말까지 수익성을 놓고 해법 찾기에 들어갔다. 포스코건설이 묘안을 구해 돔구장을 발판으로 건설업계 다섯 번째 큰손으로 거듭날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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