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 측은 환율 등 외부변수에 의해 일시적으로 재무상태가 악화했지만 올 하반기부터 실적이 나아지고 있다는 이유에서 재무약정을 꺼렸다. 또 약정체결 이후 신뢰도 하락에 따른 수송·물동량 감소 등 업종 성격상 받게 될 경영손실도 우려했다.
산업은행을 비롯한 일부 채권단은 다른 기업과 형평성 문제를 들어 약정체결을 추진했다.
한진그룹의 주력 계열사는 대한항공 (22,550원 ▼50 -0.22%)과 한진해운 (5,220원 ▲40 +0.77%)이다. 대한항공 부채 비율은 534%, 한진해운은 202%(이상 2분기 말 기준)다. 또 2분기에 각각 1273억 원, 2869억 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하는 등 실적 부진이 이어졌다.
한진해운도 평균 120~140%대이던 부채비율이 지난해 3분기 말 201.81%로 올라선데 이어 4분기 말 155.9% 등으로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한진, 왜 버텼나= 한진그룹은 글로벌 대형 항공사들의 경영상황과 한진해운 등의 유동성 확보방안 등을 감안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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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일본항공(JAL)은 실적 악화로 파산 직전까지 내몰리며 정부 자금 지원이 예정돼 있다. 중국, 인도와 아르헨티나, 이탈리아도 국적 항공사에 대한 지원에 나서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대한항공은 오히려 선방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진해운의 경우 프랑스 해운사(CMA CGM)의 파산에서 보듯 해운업계 전반의 위기가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또 약정을 체결할 경우 기업 신인도에 큰 타격이 예상되고 외화비용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서다. 게다가 환율이 안정되고 두 계열사들의 재무상태가 호전되는 등 재무약정을 맺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채권단 고위 관계자는 "한진그룹은 외부 경제상황과 약정체결 파장, 재무구조 개선 추이 등을 들어 약정 체결에 반대했다"며 "그러나 다른 그룹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약정을 맺었다"고 말했다.
◇한진 자구노력은= 채권단의 핵심 관계자는 "당초 지난달 말 한진그룹과 약정을 체결하려고 했지만 그룹의 고위관계자들이 해외출장 등으로 자리를 비워 늦춰졌다"며 "이번 약정은 올해 말까지 유동성 개선 방안을 포함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에 연말 실적이 나오는 대로 재평가 작업을 거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채권단은 한진그룹에 △계열사 및 유휴자산 매각 △자금 유치 △차입금 상환계획 마련 △부채비율과 이자보상배율 목표 설정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유동성 개선을 위해 보유 비행기나 선박 등을 '세일 앤드 리스백(Sale & Lease Back)' 방식으로 매각하는 방안이 추진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진그룹은 현재 한진해운이 소유하고 있는 터미널 등 지분을 일부 매각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한진해운이 소유하고 있는 터미널은 부산에 있는 신항만을 비롯해 일본, 대만 등에 있는 13곳과 최근 신규로 개발한 3곳 등 총 16곳이다. 한진해운은 아직 지분을 매각할 터미널을 결정하지는 않았지만 이를 통해 자금을 확보할 방침이다.
한편 한진그룹의 3000억 원대 유상증자설에 대해 채권단과 한진그룹 모두 부인하고 있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유상증자에 대해선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게 없다"며 "시장 상황도 좋아지고 있고 자산매각도 이뤄질 예정이어서 굳이 유상증자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