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권력지도 위의 금융지주

더벨 성화용 시장총괄부장 2009.11.05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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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의 한계, 금융지주의 한계 ③

더벨|이 기사는 11월04일(08:59)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20여년 전에 ‘금융계 황제’가 있었다. 그는 권력을 등에 업고 관치의 칼을 휘둘렀다. 금융을 쥐락펴락 했다. 은행장을 비롯한 금융계 요직 인사가 그의 손을 거쳤다.



10여년 전에는 서슬퍼런 구조조정이 금융산업을 옥죄었다. ‘황제’는 아닐지 몰라도 버금가는 영향력으로 금융을 재단한 인물이 있었다. 학연, 지연으로 엮인 ‘아무개 인맥’이 회자되기도 했다.

다시 10여년이 흐른 지금은? 범위가 다소 좁아지고, 그 방식이 보다 정교해졌을 뿐 권력과 금융의 관계는 과거와 크게 다를 바 없게 느껴진다. 여전히 권력은 금융에 깊숙이 개입해 있다. 핵심 인물이 거명되는 것도 마찬가지다. 권력지도 위의 인맥과 그 부침을 이해하지 못하면 금융산업의 흐름을 읽어내기 어렵다.



그 대표적인 예가 은행을 중심으로 설립된 금융지주사들이다. 황영기 전 회장의 퇴진으로 큰 변화를 맞게 된 KB금융지주. 황 전회장의 실각에 대해서는 다양한 해석이 있지만, ‘관(官)의 응징’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잘못된 경영의사 결정과 투자손실이 근본적인 배경이긴 하지만, 결국 그가 ‘주류’로부터 배척당했기 때문 아니냐는 것이다. KB금융지주가 어떤 방향으로 지배구조를 정리할 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 다만 그 결과를 예측하려면 정치적 역학관계를 어느 정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라응찬 회장과 신한금융지주도 권력과의 관계 설정을 화두로 끌어안고 있다.


올해 뜻밖의 사건에 휘말려 곤욕을 치른 라회장은 공사석에서 ‘퇴진’을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신한금융그룹은 라회장에게 더 기대기를 원한다.

노련함과 정치적 역량에 더해 ‘지역’과 ‘인맥’으로 봐도 라회장의 역할을 당장 누군가가 대신하기는 어렵다는 현실 인식 때문이다. 이미 후계구도의 밑그림이 그려졌지만, 그 당사자들마저 라회장의 퇴진 언급을 걱정스러워 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금융산업 재편의 ‘키워드’로 부상한 하나금융지주 역시 권력지도 위에서 그 방향성을 점치는 사람들이 많다.

하나금융지주는 이미 M&A를 통한 대형화의 에드벌룬을 띄웠다. 경영진들은 생존·발전 전략으로서의 당위를 역설한다. 그러나 시장에서 그 가능성을 논할 때는 대개 현 정부에서의 김승유 회장의 입지와 영향력을 말하곤 한다.

우리금융지주야 정부소유 기업이니 관(官)과의 유대를 비뚤게 볼 일은 아니다. 그러나 경직된 평가와 문책, 예산 통제에 묶여 수동적 경영으로 일관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지주사를 만들어 놓았지만,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 인사권이 없으니 자회사를 움직이기도 어렵다. 이팔성 회장은 그 한계를 넘어설 ‘힘’이 없다. 또한 역설적이게도, 그나마 내부에서 입지를 구축한 건 그 정도의 ‘힘’이 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답답한 상황에 안주할 수 없어 대규모 자기자본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투자가 진행돼도 정부에 코가 꿰어 민영화만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근본적으로 바뀌지는 않는다.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권력이 금융과 교신하는 방식이 어찌 그리 똑같은지 놀랍기만 하다. 교신의 경로에, 그 중요한 길목에 자리잡은 인물들이 달라졌을 뿐이다. 거칠고 조야한 방식이 세련되게 다듬어지고 , 일방통행의 경로가 확장돼 소통이 다소 유연해졌다는 걸 위안으로 삼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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