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총리 3달만에 솔로몬의 해법 찾을까?

머니투데이 송기용 기자 2009.11.04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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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운찬 국무총리 "내년 1월까지 세종시 수정안 마련"
- 이명박 대통령 "국가경쟁력, 통일, 충청발전" 3대 가이드라인 제시
- 충청, 야권 반발과 여권 내부 분열로 해법 찾기 난항

정부의 세종시 수정 작업이 본격화됐다. 총대를 멘 정운찬 국무총리가 4일 기자회견을 갖고 내년 1월까지 세종시 수정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고, 이명박 대통령은 △국가경쟁력 △통일 이후 대비 △충청권 발전 등 3대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지난 9월 정 총리 취임 이후 말만 무성하던 세종시 수정 문제가 2달 만에야 수면위로 올라온 것이다. 하지만 세종시를 어떻게 개발할 것인지 밑그림조차 제시하지 못한데다 야권은 물론 친박계 등 여권 내부에서 조차 의견이 반발이 터져 나오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세종시 원안건설 안돼" =정 총리는 기자회견의 대부분을 세종시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밝히는데 할애했다.



정 총리는 "기존에 수립된 계획으로는 50만 인구가 어울려 살 수 있는 자족도시로 발전할 수 없다는 게 분명하고, 인구 10만 명을 채우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예산은 예산대로 들면서 당초 기대했던 복합도시는 실현 불가능하다"고 못 박았다.

세종시 전체 부지 72.9㎢(2200만 평) 중 원안대로 9부2처2청의 정부 부처가 이전할 행정타운은 0.1%에 불과하고 배후 아파트, 대학·기업 부지 등 일자리를 위해 필요한 자족기능용지가 전체 면적의 6-7%에 불과한 실정을 지적한 것이다. 정 총리는 "세종시의 자족기능이 수도권의 베드타운 보다 못하다"고 표현했다.

행정 비효율도 세종시 수정의 주요인으로 꼽았다. 정 총리는 "행정부의 일부가 세종시로 떨어져 나와 공무원들이 서울로 자주 다녀야 하는 비효율도 문제지만 국민의 어려움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정 총리는 남북통일에 대비해야 하고, 다른 나라에서 행정수도 시도가 성공하지 못했다는 점도 거론하면서 "이처럼 많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방치하는 것은 국가는 물론 충청지역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년 1월까지 대안 마련" =정 총리는 이처럼 세종시 원안 건설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면서도 뚜렷한 대안을 내놓지 못했다. "저는 지금 세종시에 대한 구체적이고 확정적인 대안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막막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이날 회견에서 세부 방안까지는 아니더라도 행정중심도시 대신 국제 과학비즈니스 벨트를 포함한 교육, 과학도시 건설 등 대략적인 윤곽을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에 크게 못 미쳤다는 평가다. "수정안이 나오기 까지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는 청와대의 호언과 상당한 편차가 있다.

정 총리는 "비록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제가 발제한 것이므로 그 해결방안도 제 명예를 걸고 마련하겠다"고 자신의 책임 하에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정면 돌파 의지를 밝혔다. 그러면서 "내년 1월까지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총리실 산하에 민관합동 위원회를 구성하고 사회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해 세종시 자족기능을 보완할 방안을 찾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충청인의 지적에 먼저, 더 많이 귀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3달 만에 솔로몬의 지혜 나올까?=이 대통령은 이날 정 총리로부터 주례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국가경쟁력과 통일 이후의 국가미래, 해당지역의 발전을 염두에 두고 대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채 3달도 남지 않은 기간 동안 충청민심과 여야 정치권을 만족시킬 만한 해법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KAIST 등 일부 교육시설과 과학비즈니스벨트 관련 시설, 일부 대기업 계열사 이전 등이 논의되고 있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세종시를 포항제철과 전자단지를 유치한 포항과 구미처럼 만들겠다"는 이 대통령의 약속을 충족시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한 목소리를 내야 할 여권의 분열도 세종시 수정에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친박계 의원들은 물론 내각 각료인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이 정 총리를 겨냥해 날선 비판을 할 정도다. 여권의 내분은 10.28 재보선 이후 기세를 올리고 있는 야권의 공세와 맞물려 정 총리의 운신 폭을 제한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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