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서울시가 광화문광장 세종대왕 동상 영어안내문을 일부 교체했다. 머니투데이가 10월 28일 '한글'을 '한국어(our national language)'로 오역한 것을 지적한 보도를 낸 지 6일 만이다.
"랭귀지(language)가 잘못된 표현은 아니"라고 주장해온 서울시로서는 의외로 발 빠른 대처다. '내셔널 랭귀지(national language)'라는 동판의 글자를 떼어내고 '코리안 캐릭터스(Korean characters)'를 새로 붙여놨다.
서울시는 "외국 관광객이 이해하기 쉽게 상식선에서 '랭귀지'를 쓴 것"이라고 했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이 해명은 어이가 없다. 영어의 기본만 배워도 'language'는 말, 'character'는 문자의 의미가 강하다는 것을 안다.
'문자'의 의미를 정확히 전달할 수 있는 '알파벳(alphabet), 캐릭터(character), 리튼 랭귀지(written language)' 등을 두고 구태여 광범위한 의미인 '랭귀지'를 쓸 이유는 찾아보기 힘들다.
안내문 번역 과정에 이 같은 논의 자체가 없었다면 그건 더 큰 문제다. 최대한 적확하게 설명해야할 안내문을 관련 전문가의 확인 작업도 거치지 않고 번역했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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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 의뢰를 받아 번역을 진행한 업체 '랭스테크'도 "표현이 잘못됐다고 말하긴 힘들다"는 뻔한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상식'을 강조하던 서울시는 결국 세금을 들여 마련한 안내문을 교체했다. '못내 교체는 했지만 잘못된 것 아니다'는 서울시의 변명은 헌법재판소 뺨치는 '처세'랄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