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마저…" 부동산 더블딥 오나

머니투데이 전예진 기자 2009.11.05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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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율 절반도 안돼, 거래경색 확산 조짐

- 강남 재건축·경매시장도 찬바람 쌩쌩
- "DTI규제 영향…당분간 침체 불가피"


# 판교신도시 입주를 앞둔 A씨는 기존 주택을 처분하지 못해 고민이다. 총부채상환비율(DTI)규제로 아파트 매매시장이 얼어붙어서다. 새 아파트를 전세로 돌렸지만 세입자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 지난달 24일 입주종료일이었던 판교원마을 A8-1블록 입주율은 47%. 백현마을 A27-1 휴먼시아는 4일 입주종료일인 현재 입주율 31%에 그쳤다. 오는 19일 입주기간이 종료되는 아파트들도 현재 입주율은 20%대다.



"판교마저…" 부동산 더블딥 오나


최문섭 서울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한때 전세가가 2억8000만원까지 올랐던 판교 공급면적 125㎡는 자금난으로 집주인이 2억원 선에 전세물건을 내놓으면서 하락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부동산 시장의 좌표인 판교의 상황으로 볼 때 앞으로 부동산 시장에 마비가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부동산시장에 '더블딥' 설이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강남 대체지인 판교가 흔들리면서 시장전체로 거래경색이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는 예측이다.



일부 부동산포털사이트에는 11월부터 본격적으로 집값폭락이 시작될 것이란 논쟁이 불붙고 있다. 최근 아파트 거래가 급감하고, 서울 아파트 매매가가 하락세를 보이면서 집값이 한차례 하락조정을 겪을 것이란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싸늘한 투자열기…강남 재건축, 경매시장 찬바람 '쌩쌩'='더블딥' 설은 부동산 투자열기가 급속히 냉각되면서 불거져 나왔다. 가파른 상승세를 탔던 강남 재건축, 한강조망권 아파트 등 각종 부동산 투자상품에는 투자자들의 발길이 끊겼다.

↑ 서울 재건축 아파트 매매가는 지난달 중순부터 마이너스 변동률을 기록하고 있다 ⓒ자료: 부동산114 제공↑ 서울 재건축 아파트 매매가는 지난달 중순부터 마이너스 변동률을 기록하고 있다 ⓒ자료: 부동산114 제공
DTI 규제 강화 이후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는 매수세가 붙지 않아 가격이 하락했다. 강남구 개포동 주공 1단지 36㎡(이하 공급면적)은 7~8월 7억6000만원까지 거래가 됐지만 최근 7억원 선이 무너졌다.


강남구 대치동 K공인관계자는 "자금줄을 쥔 큰손들은 재건축 값이 고점에 올랐을 때 이미 발을 뺐다"며 "재개발, 재건축은 용적률 상한선을 더 풀어주지 않는 한 수익성이 없는데다 거품이 많아 가격이 더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수요가 많은 경매시장도 '썰렁'하다. 올 초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이던 모습과 대조적이다. 디지털태인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부동산경매 응찰자수는 2193명으로 9월에 비해 44.35% 감소했다. 금융위기가 닥쳤던 지난해 10월(-30.09%)보다 월간 감소폭이 더 컸다. 강남권 아파트의 경우 지난달 응찰자수는 9월보다 65.80% 줄어든 250명으로 올 들어 최저치를 기록했다.



↑ 7월 이후 경매법정에 응찰자수가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자료: 디지털태인 제공↑ 7월 이후 경매법정에 응찰자수가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자료: 디지털태인 제공
경매시장에서 인기였던 3억원 이하 아파트, DTI규제에서 벗어나 주목받았던 다세대주택도 투자자들이 외면하고 있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3억원 이하 아파트 매각가율은 92.4%로 9월(95.4%)에 비해 3%p 하락했다. 서울 다세대주택 매각가율은 10월 상반기보다 하반기 3%p 이상 떨어졌다.

이정민 디지털태인 팀장은 "경기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단기간에 경매 시장이 과열되다보니 DTI규제가 시행되자 민감하게 반응했다"며 "매매시장이 침체됐고 겨울 비수기가 겹쳐 당분간 시장이 달아오르기는 쉽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오피스시장, 펀더멘털에 비해 투자심리만 상승=주택시장에 대한 투자가 한풀 꺾인 가운데 오피스시장 전망도 밝지 않아 더블딥 설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영국계 부동산 컨설팅회사 세빌스코리아의 마크 빙크 해외투자팀장은 "한국 투자자들 사이에서 시장에 대한 믿음이 급속히 개선되면서 펀더멘털에 비해 가격이 빠르게 상승했다"며 "앞으로 이자율상승 등으로 서울 오피스시장 가격이 조정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오피스 빌딩 평균 매매가격은 투자심리가 개선으로 회복하고 있지만 공실률, 투자수익률 등 실질적 지표는 아직 세계적 경제위기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 2009년 3분기까지 서울 프라임 오피스 공실률 추이, 지난해 3분기 금융위기 이후 공실률이 상승하고 있다 ⓒ세빌스코리아 ↑ 2009년 3분기까지 서울 프라임 오피스 공실률 추이, 지난해 3분기 금융위기 이후 공실률이 상승하고 있다 ⓒ세빌스코리아
지난달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3분기(9월30일 기준) 서울 오피스 빌딩 공실률은 7.2%로 나타났다. 2002년 조사 이후 최고치다. 투자수익률은 떨어져 올 3분기 오피스빌딩 투자수익률은 2분기보다 0.45%p 하락한 1.48%를 기록했다. 세빌스코리아는 지난달 리포트를 통해 3분기 서울 프라임 오피스의 평균 액면 임대료는 2분기보다 0.2% 감소, 5년 만에 처음 하락했다고 밝혔다.

홍지은 세빌스코리아 리서치컨설팅 팀장은 "서울 스퀘어와 삼성 메인 타워가 다시 문을 여는 데다 임차인들이 임대 공간을 줄이거나 임대료가 낮은 지역으로 이전하면서 4분기 중심지 총 공실률은 10년 간 최대치인 10%를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수 포커스에셋 사장은 "공실률은 높아졌지만 오피스 매매는 과열분위기"라며 "겨울철 비수기가 겹쳐 4분기 오피스 거래는 많지 않고 보금자리주택 보상액이 풀리는 내년 쯤 거래가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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