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서둘러 해명했다. 군대라도 동원할까 농담한 게 와전됐다는 것이었다. 논란은 길지 않았다. 이 대통령의 세종시 입장은 명확히 알려졌다.
한나라당 세종시 반대파 역시 뜻을 모았다. 비주류와 수도권 의원들이었다. 안상수 당시 재·보선 공천심사위원장(현 원내대표)은 법안 합의에 반대하며 위원장직을 사퇴했다. 이재오 전 의원(현 국민권익위원장)은 원내대표실 농성에 들어갔다. 전재희 의원(현 보건복지부장관)은 단식투쟁을 폈다. 지금 친이(이명박)계의 핵심인물들이다. 지도부 사퇴론이 빗발쳤다.
당시 당 대표는 박근혜 전 대표였다. 박 전 대표는 물러서지 않았다. 물러설 수 없었다. 대선까지 2년여. 대선 후보 경쟁과 맞물린 문제였다. 박 전 대표는 "여야 합의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과의 약속은 지켜야 한다"는 최근 발언과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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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론은 쉽게 모이지 않았다. 의원총회 표결까지 갔다. 국회 본회의에서 법안이 통과되자 박세일 당시 정책위의장은 당직과 의원직을 내던졌다. 정치권에선 박 전 대표가 1년 뒤 지방선거와 2년 뒤 대선의 충청 표심을 의식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 4년이 지났다. 한나라당은 다시 세종시 내홍에 휘말려들고 있다. 전선은 이번에도 친이 대 친박(박근혜)이다.
지난달 청와대 참모진 회의 발언도 알려졌다. "세종시는 과거 정부가 중앙의 기득권을 적선하듯 나눠 준 것 아니냐. 주민들이 수십 년 먹고 살 것을 만들어 줘야 한다." 한 정치권 원로는 "대통령에 오른 사람들이 그렇듯 이 대통령에게도 충청민심보다 역사적 평가가 우선일 것"이라고 말한다.
공성진 최고위원, 차명진 의원 등 친이 일부 의원은 "국민투표에 부치자"고 제안하고 나섰다. 이한동·남덕우 전 총리 등 사회원로급 인사 1300여명도 '수도권분할반대 국민회의'를 꾸리며 국민투표론에 힘을 보태고 있다.
'신흥' 대선주자 정운찬 국무총리는 4일 수정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교육·과학·기업 등 세종시 자족기능을 충족시키겠다는 정 총리의 구상이 담길 것이라 한다. 정부와 청와대의 경계는 애매하다. 4년 전 이 대통령의 대안이 떠오른다.
박 전 대표는 4년 전 원칙을 놓지 않고 있다. 원칙과 약속을 무기로 '2012년'을 노리고 있는 박 전 대표다. "세종시는 국민과 충청도민에게 한 약속"이라는 목소리에 힘을 준다.
지난달 31일엔 "정 총리가 국민과의 약속이 얼마나 엄중한지 모르고 있다"고 했다. 정 총리 너머엔 이 대통령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