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의 한진해운 딜레마

더벨 박준식 기자 2009.11.0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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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note]

더벨|이 기사는 11월03일(08:55)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은 경영권 독립에 대한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 고 조수호 회장이 병상에 있을 때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맺었던 약속이 유효하다고 믿고 있는 것이다.



최 회장은 한진그룹 계열사들이 가진 한진해운 지분을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 그래서 한진해운이 지주사로 전환하는 인적분할 과정에서 그 지분으로 인한 권리를 홀딩스가 아닌 사업부문 신설 회사 주식으로 몰아서 선택할 것을 바라고 있다.

최 회장의 한진해운 지분은 딸들과 함께 유산으로 받은 것을 모두 합해도 12% 대에 머물고 있다. 조양호 회장은 조수호 회장이 유명을 달리한 후 해외세력의 주식매집에 대응해 경영권 방어를 위해 한진해운 지분을 10%대로 끌어올렸다.



최 회장은 그동안 공식적으로는 아주버니를 믿겠다고 말해왔지만 아무래도 확신을 못할 수 밖에 없는 게 인지상정. 완전한 계열분리에 앞서 해운그룹에 대한 지배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게 최회장의 일관된 입장이다.

그러나 조양호 회장은 분할 비율대로 지주사 관련 지분을 받겠다는 방침으로 알려졌다. 조 회장은 해운그룹의 경영권에는 욕심이 없지만 지주사 지분을 어느 정도라도 유지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래야 해운그룹이 어려울 때 나서서 도와줄 수 있다는 논리다.

실제로 조회장은 별 사심이 없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조 회장은 다른 자리에서 그룹 실무진들에게 해운 관련 지분을 매각하는 방안까지 고려해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조 회장의 이런 배려는 한진그룹 전체의 부담으로 돌아오고 있다. 대한항공의 실적부진에 한진해운의 위기까지 더해지면서 한진그룹의 재무상태는 채권단과 재무구조개선 약정 체결을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한편 한진그룹측은 시장 일각의 이 같은 시각에 대해 반론을 제기했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조양호 회장이 한진해운 지분 처리 문제에 대해 어떠한 구체적인 입장을 표명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또 "한진해운의 경영 결과에 대해서도 부정적으로만 보는 것은 아니다"며 "기본적으로 전체적인 지분 구도는 최회장과 한진해운 그룹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조율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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