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르노삼성, 전기차 등 인프라 공동 개발

김창익 기자, 김보형 기자 2009.11.04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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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주력 계열-르노삼성 제주실증단지 공동참여
-전기차 배터리 공급 계약으로 이어질 지 관심


SK (207,000원 ▼12,000 -5.5%)와 르노삼성이 전기차와 충전소 등 관련 인프라를 공동 개발한다.

르노삼성은 2011년 뉴SM3(글로벌명 '르노 플루언스')를 기반으로 한 전기차를 생산할 계획이어서, 이번 제휴가 SK에너지와 르노삼성의 전기차용 배터리 공급 계약으로 이어질 지 관심이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에너지와 르노삼성은 지능형 전력망인 스마트 그리드 제주실증단지 트랜스포테이션 부문 참여를 위한 컨소시엄(이하 SK에너지 컨소시엄) 구성에 합의, 세부 조건을 막판 조율 중이다.

트랜스포테이션 부문은 전기차와 충전소 및 관련 시스템 기술을 실증하는 분야다. 제주 구좌읍 일대에 조성하는 실증단지 참여업체들이 2011년까지 관련 기술에 대한 검증 작업을 마무리 하면 정부가 우수 기술을 선정, 국내 표준화를 지원한다.



트랜스포테이션 부문의 경우 정부가 컨소시엄 별로 40억 원의 예산을 지원하고, 컨소시엄이 매칭펀드 형태로 40억 원 이상을 투자한다. SK에너지 (109,000원 ▲2,000 +1.87%)한국전력 (19,370원 ▲20 +0.10%), GS칼텍스 등 3개 컨소시엄이 참여한다.

SK에너지 컨소시엄엔 그룹 주력 계열사가 모두 참여한다. SK에너지가 주관사를 맡아 배터리와 제어기 개발 및 실증을 맡고, SK에너지 주유소를 소유ㆍ운영하는 SK네트웍스 (4,775원 ▼115 -2.35%)가 충전소 개발과 운영을 담당한다. SK텔레콤 (52,000원 ▼300 -0.57%)이 관련 통신망을, 시스템통합(SI) 업체인 SK C&C가 관련 시스템 개발을 진행한다.

충전소의 핵심 설비인 충전기 개발엔 중전기 업체인 일진전기 (24,550원 ▲50 +0.20%)가 참여한다.


양사의 제휴는 전기차 배터리와 충전소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려는 SK와 전기차 부분에서 선두업체로 부상하려는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결과다.

2011년 르노삼성 부산공장을 생산기지로 전기차를 양산할 계획인 르노 입장에선 제주 실증단지에 조성될 SK에너지의 전기차 관련 인프라가 더할 나위 없는 테스트 무대다.

관련 인프라와 배터리를 실증할 전기차가 필요한 SK 입장에서도 르노삼성은 최적의 파트너다. 현대차가 내년 소형차 i10을 기반으로 한 전기차 시제품을 내놓을 계획이지만, 현대차는 이미 한전과 손잡고 공동개발에 착수했다. GM대우는 GM이 LG화학과 제휴 관계인데다, 자체적으로도 배터리를 개발 중이다.

특히 SK에너지 입장에서는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르노삼성이 중요한 전환점을 마련해 줄 수 있다.

SK에너지는 배터리 핵심 소재인 분리막과 완제품 생산 능력을 갖춘 국내 유일의 업체. 하지만 경쟁사인 LG화학과 삼성SDI가 각각 GM과 BMW를 공급선으로 이미 확보한 반면, 후발주자인 SK에너지는 아직 내로라할 만한 공급선을 뚫지 못했다. 최근 공급 계약을 맺은 다임러 계열 푸소(FUSO)는 승용차가 아니라 트럭과 버스 등 상용차 업체란 점에서 아직 명함을 내밀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SK에너지가 프랑스 최대 자동차 업체인 르노와 손잡을 경우 국내는 물론 유럽 시장까지 단박에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결국 제주실증단지에서 아직 시장 검증을 거치지 않은 SK에너지의 배터리 기술을 실증하고, 르노를 공급선으로 뚫겠다는 2중 포석을 깔겠다는 게 SK의 전략으로 해석된다.

물론 이번 공조가 양사간의 배터리 공급 계약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GM이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한 자국의 배터리 업체를 제치고 LG화학을 배터리 공급자로 최종 낙점한 경우만 봐도 그렇다.

하지만 컨소시엄의 배터리 등 관련 기술 실증기한이 르노삼성의 전기차 양산 시점인 2011년과 맞물린다는 점, 실증 과정에서 양사가 기술적인 협력 관계를 유지하게 된다는 점 등을 고려해 볼 때 확률을 높일 수 있다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한 관계자는 "SK란 공신력 있는 브랜드가 있기 때문에 기술에 대한 실증이 끝나면 배터리 공급 업체 선정 시 1차적인 고려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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