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퇴직연금, 글로벌 추세 역행"

머니투데이 전병윤 기자 2009.11.03 14:00
글자크기

- DB·원금보장 중심…美·日과 반대

"전세계 퇴직연금시장의 흐름은 한국과 반대로 확정기여형(DC형)을 중심으로 한 투자상품 운용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습니다."

미래에셋퇴직연금연구소가 3일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주최한 '제4회 미래에셋 퇴직연금 국제세미나'에서 오누어 엘잔 맥키지컨설팅 북미 투자총괄 파트너는 "미국의 DC형 가입 비율은 1980년 17%에서 2009년 66%로 증가했으며 특히 은퇴 후 소득보장을 위해 자산배분형펀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자산배분형 펀드의 DC형 유입자금 비중이 71%를 차지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DB형은 퇴직연금 운용을 기업이 책임지는 반면 DC형은 근로자가 상품 구성이나 운용사를 직접 선택하는 걸 말한다.



일본의 경우도 실적배당형상품을 이용한 자산배분으로 눈에 띄는 변화가 일고 있다. 야마사키 슌스케 일본 기업연금연합회 조사역은 "도요타자동차와 일본전기(NEC) 등 일본 기업들이 재무 부담을 최소화하고 근로자의 안정적인 노후소득보장을 강화하기 위해 DC형 전환 등 퇴직연금제도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보수적인 성향을 지닌 일본 투자자들도 노후소득보장에 불안함을 느끼며 펀드투자에 관심을 갖기 시작해 DC형 가입자의 43.2%가 실적배당형 상품으로 퇴직연금을 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내 퇴직연금시장은 여전히 DB형과 원리금보장상품 비중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미래에셋퇴직연금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국내 퇴직연금은 가입자수와 적립금 규모 면에서 DB형 가입비중이 각각 64.9%와 64.3%였다.

적립금운용 현황을 살펴보면 원리금보장상품 비중이 85%를 차지해 특정상품에 치우친 운용 구조를 보였다.

글로벌 퇴직연금 추세는 DB에서 DC로, 원금보장형 상품에서 투자상품으로 가는데 국내의 경우 퇴직연금 사업자들의 구조가 은행, 보험 중심으로 가다보니 세계적 흐름과 역행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신세라 미래에셋퇴직연금연구소 연구원은 "퇴직연금을 퇴직금의 연장선상이 아닌 노후소득보장시스템의 하나로 인식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저금리 및 인플레이션과 노후준비 없이 오래 사는 장수위험 등을 고려해 글로벌 퇴직연금시장의 변화에 주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제도도입 4년을 맞은 국내 퇴직연금시장은 지난 9월말 기준 가입자수 148만명, 적립금 규모 9조1047억원이다. 우리나라의 빠른 고령화 속도를 고려 할 때 성장 속도가 매우 느리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2010년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시행과 2010년 퇴직보험 폐지, 2011년 국제회계기준 도입 등을 앞두고 있어 2010년 이후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성주호 경희대 경영학부 교수는 "개정안은 퇴직금 중간정산 사유제한, 개인형 퇴직연금제도(IRP) 도입과 신설사업장의 퇴직연금 자동가입제도 도입 등을 포함하고 있어 개정안 통과시 퇴직연금시장에 긍정적인 변화가 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신세라 연구원은 "현재의 시장 성장속도와 제도 변화를 고려해 2020년의 퇴직연금시장을 전망한 결과 2020년 적립금 규모는 현재보다 17배 증가한 149조원이고 가입자수는 세 배가량 증가한 470만명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기업체 퇴직연금담당자, 근로자대표, 관련 기관 전문가 등 약 200여명이 참석했다.
TOP